바이든, WSJ 기고서 “빅테크 규제 위한 초당적 협력” 요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빅테크(거대기술기업) 개혁과 규제 법안 마련을 위해 초당적인 협력을 당부했다. 하원이 공화당에 넘어가자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던 빅테크 관련 규제 법안 처리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1일(현지 시각) 바이든 대통령은 보수적인 색채를 가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보낸 ‘공화당과 민주당이 빅테크 남용에 맞서 단결해야 한다’는 기고문을 통해 빅테크가 미국 사회에 일으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당이 힘을 합쳐 빅테크에 책임을 묻기 위한 강력한 법안을 통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기술 산업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미국 기술 회사가 이룬 성과와 업계에서 매일 일하는 재능있고 헌신적인 사람들이 자랑스럽다”면서도 “일부 빅테크는 개인적인 데이터를 수집, 공유·이용하고 사회의 극단주의와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여성과 소수 민족의 인권을 침해하고 심지어 어린이들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빅테크가 개인 데이터를 수집해 맞춤형 광고 등에 활용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그는”빅테크 기업은 우리가 구매하는 물건, 방문하는 웹사이트, 가는 장소, 무엇보다 아이들에 대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한다”며 “거대 기술 기업은 미국인이 그들의 플랫폼에 계속 머물게 하기 위해 개인 데이터를 사용하며, 극단적이고 양극화된 콘텐츠를 노출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작년 연두교서에서 말했듯이 수백만 명의 젊은이들이 따돌림, 폭력, 트라우마 및 정신 건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소셜미디어 회사가 이익을 위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술 사업의 독과점 문제도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거대 기술 기업은 소규모 기업을 플랫폼에서 몰아내거나 불이익을 주거나,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과해 경쟁과 성장을 어렵게 만들어 혁신을 방해했다”며 “이것은 내가 빅테크에 책임을 묻는 법안을 추진한 이유 중 일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빅테크 개혁을 위한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우선 빅테크 기업이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인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연방정부의 보호가 필요하다”며 “인터넷 기록, 개인 통신, 위치, 건강, 유전 및 생체 데이터와 같은 매우 개인적인 데이터를 회사가 수집·사용·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제한해야 한다”며 “기업이 수집하는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이런 데이터 대부분은 애초에 수집되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표적 광고를 제한하고 아동 대상 광고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사업자가 인터넷 사용자가 올린 콘텐츠에 대한 면책권을 갖도록 규정돼 있는 ‘통신품위법 230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빅테크 기업은 그들이 퍼뜨리는 콘텐츠와 알고리즘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오랫동안 통신품위법 230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말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기술 분야에서 빅테크 중심의 독점이 무너지고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1년 7월 행정명령에 따라 경제 전반에 걸쳐 경쟁을 촉진했다”며 “기술 플랫폼이 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경쟁자를 배제하거나 불이익을 주면서 자신의 제품을 홍보하고 있지만, 나는 중소기업과 소규모 상점이 대기업과 동등한 경쟁의 장에서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기술이 최첨단 혁신 분야에서 계속해서 세계를 선도하려면 더 공정한 규칙이 필요하다”며 “다음 세대의 위대한 미국 기업이 사업을 시작할 기회를 얻기도 전에 지배적인 기존 기업에 의해 질식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노력에도 행정부 차원에서는 한계가 있다”며 “새로 출범한 의회에서 양당이 합의할 수 없는 정책들도 많지만, 개인정보와 어린이를 보호하고 차별을 막는 문제에 대해선 생각이 다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통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단합해 국민에게 정치권이 함께 할 일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며 기고문을 마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빅테크 이름은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표적은 구글, 페이스북 등 기술 산업 전체에 미칠 것으로 보인다. WSJ는 “바이든 행정부는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 플랫폼, 유튜브와 구글의 소유주인 알파벳이 콘텐츠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있었다”며 “백악관은 코로나19 확산 당시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는 잘못된 정보에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입법과 예산 권한을 갖는 하원이 바이든 정부의 빅테크 규제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 신임 의장인 캐시 맥모리스 로저스(공화당) 하원의원은 성명에서 “바이든이 빅테크가 제기하는 위험을 언급하는 것은 옳았다”면서도 “행정조치를 통해 이런 피해를 일방적으로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의회와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강조한 온라인 경쟁에 대해서는 케빈 매카시 하원 의장을 포함해 현재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 의원들이 과거 이 법안을 비판한 적이 있어 난관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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