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빙하기 시작… 삼성은 적자 전망, TSMC도 영향권

4분기 반도체 매출 1위 TSMC, 전망치는 하회
파운드리 주문 감소·가격 하락 본격화
TSMC 공장 가동률 60%대로 떨어져
삼성 파운드리, 적자 가능성도 제기돼
”원가에서 TSMC가 삼성 앞서”

세계 파운드리 시장 1·2위를 달리고 있는 TSMC 로고(왼쪽)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오른쪽).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지난해 4분기에도 삼성전자를 제치고 반도체 업계 매출 1위를 수성했다. 다만 경기 침체가 점차 본격화하면서 TSMC 역시 추운 겨울을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새해부터 파운드리 업체 대부분이 주문 감소와 가격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맞닥뜨린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세계 2위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적자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2일 TSMC 집계에 따르면 회사의 지난해 4분기(10~12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한 6255억3200만대만달러(약 25조64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앞서 TSMC가 제시한 4분기 매출 예상 전망치인 199억~207억달러(약 26조~27조원)를 다소 밑도는 수치다. TSMC의 실적이 전망치를 하회한 건 2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최첨단 파운드리 물량을 과점한 TSMC마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낸 것이다.

그래픽=이은현

고객 맞춤형 생산을 하는 파운드리는 범용 메모리 반도체보다 업황에 덜 민감하지만, 올 상반기 TV·PC 등 전방 산업 수요가 더 위축되면서 파운드리 업계도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디지타임스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세계 파운드리 시장 매출은 지난해보다 2.3% 감소한 1372억달러(약 181조원)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TSMC의 주문량도 이미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고객사인 AMD, 엔비디아, 인텔, 미디어텍 등은 수요 저하와 재고 급증으로 주문을 대폭 줄이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탄탄한 수요가 뒷받침되는 애플 물량 외에는 올 1분기부터 주문이 모두 감소하고 있다”며 “애플이 TSMC에 독점적으로 맡기고 있는 5㎚(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공정을 제외하고는 팹(공장) 가동률이 전반적으로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7㎚, 6㎚ 라인의 가동률은 올해 초 50%까지 떨어질 전망이고, 이미 이런 조짐이 보인다”며 “작년엔 고객사가 번호표를 뽑고 기다릴 정도로 주문이 밀려 가동률이 굉장히 높았으나, 현재 가동률은 60~70%까지 내려왔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TSMC의 매출은 월 최고 매출을 찍은 11월보다 13.5% 감소했다. 올 1분기 매출도 지난 4분기보다 15%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파운드리 세계 2위 삼성전자 전망은 더 어두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원가 경쟁력이 TSMC에 비해 낮은 상황에서 수요 둔화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삼성 파운드리 사업이 적자를 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TSMC는 가동률이 줄어도 제품 성능과 압도적인 물량 비중에서 우위를 점해 사업 환경이 상대적으로 낫다”며 “삼성은 TSMC보다 이익률이 낮아 하반기 파운드리 자체(시스템LSI 제외)만 놓고 보면 예상치 못한 수요가 생기지 않는 한 적자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은 “파운드리 업체는 지난 4분기와 올 1분기에 걸쳐 단가 인하 압력을 받고 있어 제품 가격도 점차 내려가는 추세”라며 “규모의 경제가 매우 중요한 반도체 산업 특성상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TSMC가 원가 측면에서 삼성 파운드리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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