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깊어지는 英日 군사 관계...영일동맹의 부활?[나우, 어스]

2023. 1. 12.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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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정상, 11일 RAA 협정 체결
中 겨냥 공동훈련 위한 절차 원활화
전투기 공동개발 등 군사 협력 가속화
미국 쇠퇴 빈자리 메우려는 움직임 분석도
후미오 기시다 일본총리와 리시 수낙 영국 총리가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런던타워에서 상호접근협정(RAA)에 서명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으로 유럽과 아시아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영국과 일본이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저물어가는 미국의 패권에 대비해 제2의 ‘영일동맹’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각자 국익을 챙기겠다는 노림수가 깔려있다.

11일(현지시각) 리시 수낙 영국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영국 런던타워에서 영국군과 일본 자위대 간 이동과 배치를 원활히 하는 내용의 ‘상호접근협정(RAA)’에 서명했다.

RAA는 영국군과 자위대가 공동 훈련 등을 이유로 상대 국가를 방문할 때 구성원에 대한 입국 심사를 생략하고 탄환 등에 대한 반입 조건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협정으로 양국 간 공동 훈련을 실시하기 쉬워지는 이점이 있다. 양국은 2017년 식량이나 연료를 서로 제공하는 ‘물품역무상호제공협정(ACSA)’를 체결하고 지난 2021년 가을에는 RAA 체결을 위한 교섭을 진행해 지난해 5월 큰 틀의 합의를 이뤘다.

수낙 총리는 “이번 협정 체결은 인도·태평양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공고히 하고 경제안보를 강화하며 국방 협력을 가속화하려는 공동의 노력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영국과 일본이 RAA를 맺은 것은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관련 질문에 “아시아·태평양은 지정학적 게임의 경기장이 아니며, 중국은 협력의 파트너이지 어느 나라에도 도전이 아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영국군과 일본 자위대는 이미 높은 수준의 공동 훈련을 해오고 있다. 지난 2021년 영국의 최신예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는 일본에 기항한 뒤 오키나와 남서쪽 해상에서 해상자위대 호위함 이세, 미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 등과 훈련을 실시했다.

지난해 11월 일본 육상자위대와 영국군이 일본 군마현에서 낙도 탈환 훈련(Vigilant Isles 2022)을 하는 모습 [일본 육상자위대]

지난해 11월에는 일본 군마현과 아오모리 현의 공대지 사격장에서 적군이 점령한 섬을 탈환하는 연습을 공동으로 진행했다. 일본 육상자위대는 지난 8일에도 낙하산 강하부대가 지바현 연습장에서 낙도 탈환을 상정한 훈련을 진행했는데 이 훈련에도 미군 70명에 더해 영국과 호주 군인 30명도 참가했다.

양국 당국은 지난해 훈련 당시 특정 국가나 섬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항의하는 중국이 대규모 군사 훈련을 벌이는 가운데 이뤄진 만큼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2018년 판버러 에어쇼에 전시된 영국 차세대 전투기 템페스트 모형. 영국과 일본, 이탈리아가 공동개발하기로 한 차세대 전투기의 기반이 될 전망이다. [로이터]

일본은 영국을 공동 훈련 뿐 아니라 차세대 무기 개발의 파트너로도 점찍었다. 2035년 배치를 목표로 개발하는 차세대 전투기를 영국과 이탈리아와 함께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2020년 일본은 F-2 전투기를 대체하기 위한 차세대 전투기를 자체 개발하기 위해 미쯔비시 중공업 중심의 F-X 프로그램을 추진키로 결정했다. 미쯔비시 중공업의 파트너로 F-22와 F-35 스텔스 전투기의 제조업체인 록히드 마틴이 선정됐지만 일본은 영국의 BAE시스템 및 엔진제조업체 롤스로이스와도 논의를 이어갔다.

결과적으로 일본은 F-X 프로그램을 영국과 이탈리아가 추진 중이던 템페스트 프로젝트와 병합하기로 결정했다.

[영국군 유튜브]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는 “일본은 아시아 국가 중 영국과 자유, 민주주의, 법치, 자유무역에 대한 공통된 전망을 가지고 있는 가장 가까운 파트너”라며 일본과의 군사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본 닛케이신문은 “영일동맹이 종료된 지 100여년 만에 브렉시트 이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정치적 자산을 구축하려는 영국이 일본과 다시 가까워지고 있다”면서 최근의 양국간 협력을 ‘제2의 영일동맹’에 비교했다.

한편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 일본이 영국과의 군사 교류를 확대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군사적 쇠퇴로 인한 진공 상태를 메우려는 중견 강대국으로서의 이해관계가 일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잭 쿠퍼 미국기업연구소 아시아안보 전문가는 “수십년 동안 아시아의 동맹 체제는 미국을 중심축으로 하는 허브 앤 스포크 모델로 묘사됐지만 이제는 일본, 영국, 호주 등 하부 동맹국이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이는 점증하는 중국의 압력 때문일 뿐 아니라 미국의 신뢰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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