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일자 다음날까지 담보권 설정 금지…공인중개사協 전세사기 방지 특약 내놨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11일 '전세사기 방지 및 근절 결의대회' 열어 5개 특약 발표
임대인의 '미고지 체납’ 확인 시 계약 해지…주택 매매 시 임차인에 사전 통보도 포함

지난 11일 오후 서울 관악구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서 열린 ‘국민 재산 보호를 위한 전세사기 예방 및 근절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개업공인중개사들을 대표하는 전문자격사 법정 단체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공인중개사협회)가 주택 임대차 계약서에 전세사기 방지를 위한 특약 사항을 넣기로 했다.

공인중개사협회는 1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공인중개사협회회관 대회의장에서 ‘전세사기 예방 및 근절 결의대회’를 열고, ‘국민 재산권을 지켜내자는 굳은 결의를 다지려 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낭독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공인중개사 170여명과 국토교통부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공인중개사협회는 자리에서 현재 사용하는 임대차계약서에 이달부터 특약 사항 5개를 넣겠다고 발표했다.

전입신고와 확정일자의 다음 날까지 임대인이 저당권 등 담보권 설정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 들어간다. 계약 당일에 세입자가 확정일자를 받아도 법적 효력이 다음날부터 발생하는 점을 악용한 집주인이 전세 계약을 치른 뒤 은행 등에서 담보 대출을 받아 임차인이 대항력 상실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이러한 일을 방지하려 그동안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전세 계약은 은행 업무 시간이 마감된 후에 치르는 게 좋다’는 등의 글까지 올라왔었다.

협회는 ‘임대인은 국세·지방세 체납, 근저당권 이자체납 사살이 없음을 고지한다’는 문구도 특약사항에 넣어 임대인이 서명하도록 할 예정이다. 임대인이 미리 알리지 않은 국세나 지방세 체납 사실이 확인되면 임차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임대인이 보증금 등 원금을 다시 임차인에게 반환한다는 조항도 있다.

특히 임대인이 주택 매매계약을 체결할 때는 사전에 임차인에게 고지해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간다. 임대차 계약 체결 후 집주인이 바뀌어 혹시라도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는 일을 고려했다.

이종혁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장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관악구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서 열린 ‘국민 재산 보호를 위한 전세사기 예방 및 근절 결의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인중개사협회는 임대차계약서에 이러한 특약사항을 넣어 수정·사용하고, 오는 3월부터는 국토부에서 추천하는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 서식을 적용할 방침이다. 아울러 상반기 중에는 계약서와 확인 설명서 작성 관련 표준 업무 매뉴얼도 마련할 예정이다.

협회는 나이스신용정보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임대차 계약 때 공인중개사가 임대인의 신용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상반기 중 부동산거래정보망 ‘한방’에도 임대인 신용정보 조회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고의로 사기·횡령을 한 공인중개사에 대해선 민형사상 판결을 확인해 공제가입을 제한하기로 했다.

협회는 공인중개사에게 임대인의 세금 체납·선순위 임차인·보증금 총액 정보를 폭넓게 조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