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너, 겉담배지?[편파적인 씨네리뷰]
■편파적인 한줄평 : 겉만 번지르르.
겉은 번지르르하다. 체할 만큼 꾸몄다. 그러나 그럴듯한 계급장 떼고 들여다보면, 133분간 중2병 체험학습이다. 겉담배 같은, 영화 ‘유령’(감독 이해영)이다.
‘유령’은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 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작전을 그린 영화다. ‘독전’으로 사랑을 받은 이해영 감독의 차기작으로 설경구, 이하늬, 박소담, 박해수, 서현우 등이 출연했다.
포장지는 화려하다. 이해영 감독 특유의 과감하고도 감각적인 색감 배치와 빠른 편집으로 관객들을 본격적으로 홀리고자 한다. 웅장한 BGM을 깔며 항일 독립군들의 색다른 분투기를 선사하리라 자신만만한 도전장을 내민다.
그러나 포장지를 떼어보니 어쩐지 속 빈 강정이다. 스타일에만 집착한 나머지 그 안의 개연성과 설득력이 매우 헐겁다. ‘유령’ 용의자들이 한 곳에 모여 서로를 향해 의심의 총구를 겨누기까진 일제강점기란 배경 덕분에 그나마 수긍이 가는데, 그 이후부터가 문제다. 총독부에 잠입한 항일스파이 ‘유령’을 색출하겠다는 신임총독 경호대장 ‘카이토’(박해수)가 ‘유령’ 용의자들에게 여지를 주며 호텔 안 ‘마피아 게임’을 벌이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낭만보다 야만의 시대였던 당시, ‘카이토’는 ‘유령’ 용의자들에게 호텔에서 묵을 수 있도록 2인1실로 방을 내주더니 하루의 시간까지 할애한다. ‘왜 굳이 저렇게까지 하지?’라는 질문이 객석에 떠오르는 순간, 몰입력은 깨지고 다음 에피소드들은 겉돈다.
개연성에 금이 가니 심오한 뜻을 담은 것만 같았던 대사들은 ‘중2병’의 독백처럼 들린다. 끊임없이 담배를 펴고, 흡연학개론을 읊는 캐릭터들은 대체 ‘뭔 소리일까’ 싶다. 그 어느 때보다도 힘 준 여성캐릭터들이었건만, 멋을 잃는다.
‘항일 운동’의 무게는 자연스럽게 가벼워진다. 어느 순간부터는 항일운동의 재해석인지, 그저 스타일리시한 맛을 위한 기능적 소재로만 사용한 건지 가늠하기 어렵다. 연기에 혼신의 힘을 쏟은 배우들의 노력이 아까워보이는 건 당연한 결과다. 오는 18일 개봉.
■고구마지수 : 2개
■수면제지수 : 3개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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