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은 스스로 개척하는 것"…신간 '운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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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으면 용하다고 소문이 난 철학관과 점집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스티븐 D. 헤일스 미국 펜실베이니아 블룸스버그대 철학과 교수는 신간 '운이란 무엇인가'(원제 The Myth of Luck)에서 이 같은 운의 역사를 개괄하며 운은 인지적 착각이며, 우리의 운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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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새해를 맞으면 용하다고 소문이 난 철학관과 점집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점집을 찾은 이들은 한해의 운을 탐색하고, 그 운이 좋지 않을 경우 액을 물리칠 부적을 구매한다. 점성술, 타로 등 문화에 따라 형식의 차이는 있지만, 미래를 탐색하고 액운을 피하려는 노력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동양에서나 서양에서나 인간의 보편적 욕망이었다.
기원전 2000년 무렵 이집트인들은 한 해의 하루하루를 이집트 신들끼리의 다양한 상호 관계 속에서 조명한 '길일과 흉일 달력'을 완성했다. 달력에는 '이날에는 음식을 먹거나 마시지 말 것' '황소 옆을 지나가지 말 것' '이 동물을 죽이지 말 것' '집이나 배를 만들지 말 것'처럼 구체적인 지침까지 담겨 있었다.
그리스인들은 운을 중시해 '티케'라는 여신으로 의인화했다. 티케는 우주의 균형을 잡아주는 존재였다. 불운은 오만한 자의 콧대를 꺾고, 행운은 핍박받은 자를 일으켜 세웠다. 티케의 무시무시한 힘에 직면해 그리스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행운을 바랄 뿐이었다.
티케는 로마로 건너가 '포르투나'라는 이름으로 맹활약했다. 여신 포르투나는 거대한 바퀴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됐다. 바퀴가 돌아가면 사회의 밑바닥에 있던 사람들이 꼭대기로 올라갔다가 성공의 정점에 이르면 다시 궁핍한 생활로 떨어지게 된다. 인간은 포르투나의 빙빙 도는 수레바퀴에 묶여 있으며, 그에 따라 인간의 운명은 여신의 무심한 두 손에 달려 있었다. 로마인들은 포르투나를 모시는 신전을 지으며 행운을 기대했다.
불운을 피하려는 방법도 고안됐다. 대표적으로 탄생석과 같은 부적을 사용하거나 오만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멸시를 받는 것 등이 있었다. 왕실은 왕을 익살스럽게 조롱하고 각성시킬 어릿광대를 고용해 불운을 물리치곤 했다. 사회는 역병·침략·기근 등과 같은 불운이 닥치면 그 짐을 전부 짊어질 '희생양'을 선정해 액운을 제거했다.
운의 존재를 경멸하는 이들도 있었다. 철학자 세네카는 "행복한 생존을 위해서라면 건전하고 고결한 영혼, 즉 포르투나를 경멸하는 영혼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명상록'을 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이건 불운이야'라고 말하지 말고, '잘 버티고 있으니 행운이야'라고 말하라"고 했다. 근대 수학자들은 확률이론으로 운과 미래를 설명하려 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확률로 미래를 예상할 수 있는 범위가 그리 넓지 않은 데다 카오스이론에 따르면 정확한 미래 예측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후 양상 이론, 통제 이론 등 다양한 이론을 통해 운의 실체를 분석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학자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모두 적절한 답안을 내놓지 못했다.
스티븐 D. 헤일스 미국 펜실베이니아 블룸스버그대 철학과 교수는 신간 '운이란 무엇인가'(원제 The Myth of Luck)에서 이 같은 운의 역사를 개괄하며 운은 인지적 착각이며, 우리의 운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일에서 운이 얼마나 작용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관점에 따라 다르며, 운은 "객관적 속성이 아니라 우리가 주변 상황을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 즉 주관적 평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의 행동이나 야망과 큰 상관없이 다행스럽거나 불행한 일이 벌어질지 몰라도, 운은 순전히 우리의 뜻대로 구축된다. 세계관을 쉽게 바꿀 수 있다거나, 의지만 있으면 비관주의자도 낙관주의자가 될 수 있다는 소리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운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소소의책. 이영아 옮김. 348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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