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새해 탄력받는 M&A 저점론…"바닥 찍었다 VS 희망 회로"
매물 역대급 저점…매수기회 주장
기준금리 인상 곧 멈춘다' 분석에
신중론자 "희망회로 과하다' 반박
관망세 걷히면 양자 택일 가속화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얼어붙은 투자심리로 과묵해진 자본시장에 새로운 전망이 피어나고 있다. ‘이제는 바닥’이라며 자본시장 일각에서 꺼내 든 ‘저점론’이 그 주인공이다. 시장에 나온 M&A 매물 대부분이 최저 몸값에 도달한 상황에서 전에 없던 기회가 열렸다는 것이다.
새해 M&A 시장의 특징을 꼽으라면 예상을 깬 인수 계약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VIG파트너스가 이스타항공을 인수했고, ‘강성부 펀드’로 유명한 KCGI도 메리츠자산운용 인수를 공식화했다. 이 밖에 1세대 벤처캐피털(VC)로 유명한 다올인베스트먼트(298870)도 우리금융지주(316140)와 인수협상을 진행 중으로 알려지며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이들 M&A의 공통점은 재무 사정이나 대내외 분위기가 출렁인 틈을 타고 빠르게 새 주인을 찾았다는 데 있다. 느긋하게 인수 협상에 나설 여력이 없는 매각 측을 원매자가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최근 상황과 대입하면 고금리 부담이 여전한 상황에도 M&A는 체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새해 M&A 시장에 저점론이 나오기 시작한 이유도 맥락을 같이 한다. 상장사는 물론 중견기업이나 스타트업 할 것 없이 기업가치(밸류에이션)가 역대급 저점을 찍은 상황이다. 급기야 기업가치 급락을 인정할 수 없던 나머지 매각 ‘골든타임’을 놓친 일부 기업들의 경우에는 밸류에이션이 85~90% 가까이 곤두박질친 곳도 있다.
반대로 말하면 최고점 대비 10~20% 자금으로 원하는 기업을 인수할 기회라는 설명이다. 저점론에 힘을 싣는 이들도 이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본질적인 사업 경쟁력이 남아 있다는 가정하에 현 시점에서는 인수에 나서는 것도 나쁘지 않은 전략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수금융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인수구조를 짜면서 고금리 부담도 헷지(회피) 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리 인하는 없다’고 선언한 미국과 달리 국내 기준금리는 가파르게 오를 시기가 지났다는 견해도 탄력을 받고 있다. 11일 금융투자협회가 국내 48개 기관의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7%가 기준금리 25bp(1bp=0.01%포인트) 인상을 예견했다. 당장 내려가진 않더라도 자이언트 스텝(0.75% 인상)을 밟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과 비교해 새해 채권시장에 활기가 도는 것만 봐도 유동성은 결국 죽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며 “기록적인 금리 인상을 지난 상황에서 이전에는 생각할 수도 없이 급락한 기업들 밸류에이션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신중론을 견지하는 입장에서는 희망 섞인 ‘저점론’을 정면 반박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폭 둔화를 엄청난 호재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 이 정도 수준까지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지도 못한 시장이 이제 와서는 희망을 잔뜩 머금은 논리를 펼치고 있다는 게 골자다.
저점 구간이라는 분석에도 시장이 반등하지 못하는 데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인수금융 부담감이 여전하다는 주장이다. 인수금융 금리가 10%대까지 차오른 상황에서는 인수 이후의 수익률이 그 이상을 찍어줘야 하는 데 쉽지 않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한 투자사 대표는 “새해 기준금리 방향에 대한 설익은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 지난해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상 국면은 계속될 수 있다”며 “자칫 섣부르게 투자를 개시했다가 금리 추가 하락 국면에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현재 시점을 어떻게 해석하느냐 문제로 귀결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펀딩 부담을 안고 저점 인수에 나설 것인지, 금리 인상으로 전에 없던 어려움을 겪은 사례를 곱씹으면서 숨 고르기를 이어갈지를 두고 선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 시장 관계자는 “관망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진 않는다”며 “결국 각자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갈 것인데, 리스크를 어떻게 하면 최대한 줄이는 전략을 짤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훈 (sk4h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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