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서 뭉친 '국민타자' 이승엽 감독과 '최고 포수' 양의지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국민타자' 이승엽(47) 두산 베어스 감독과 '당대 최고 포수' 양의지(36)가 같은 목표를 품고 2023시즌 개막을 기다린다.
이승엽 감독은 11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양의지 입단식'에서 양의지에게 꽃다발을 안겼다.
양의지보다 이승엽 감독의 표정이 더 밝았다.
두산에서 지도자로 새 출발 하는 이승엽 감독에게 양의지는 최고의 취임 선물이다.
두산이 양의지 영입을 발표하기 전인 지난해 11월 21일 박정원 두산 구단주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사진은 두산 팬을 설레게 했다.
사진에는 박정원 구단주와 이승엽 감독, 양의지가 함께 웃고 있었다.
두산은 11월 22일 양의지와 6년 최대 152억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했다.
계약 후 전화 통화로 덕담을 주고받은 이승엽 감독과 양의지는 입단식이 열린 지난 11일 기분 좋게 기념 촬영을 했다.
양의지와 이승엽 감독이 같은 팀에서 뛰는 건 2023년이 처음이다.
현역 시절에는 대표팀에도 함께 뽑힌 적이 없다.
그러나 둘은 서로를 인정하는 사이였다.
현역 시절 '두산 포수' 양의지와 상대해 본 이승엽 감독은 "내가 선수로 뛸 때 양의지는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포수였다. 일반적으로 '이런 볼 배합을 하겠구나'라고 예상하면 60∼70%는 맞았다. 그런데 양의지가 홈플레이트 뒤에 앉으면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며 "양의지는 KBO리그와 국제대회에서 담대하게 투수 리드를 했다. 타자와의 싸움에서 이기고 들어가는 포수였다"고 떠올렸다.
이 감독은 "이런 포수와 함께 경기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라며 "양의지는 타격에서도 중심 타선에 설 수 있는 타자다. 라인업을 구성할 때 걱정 하나가 줄었다"고 덧붙였다.
양의지에게 '선수 이승엽'은 존경하는 선배였다.
양의지는 "내가 전역해서 두산으로 돌아온 2010년, 당시 일본프로야구에서 뛰던 이승엽 감독님이 미야자키 캠프에서 야간 훈련을 하는 모습을 봤다"며 "'국민타자'가 훈련이 부족하다고 개인 훈련을 하시는 걸 보고 많은 걸 느꼈다. 감독님은 현역 시절부터 겸손하고, 후배를 진심으로 챙기는 분이셨다. 너무 대단한 분이셔서, 타석에 들어설 때 (포수인 내가) 말을 걸지는 못했다"고 떠올렸다.
2006년 2차 8라운드 59순위로 두산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한 양의지는 군 생활을 마친 뒤 2010년부터 두산 주전 포수로 뛰었다.
기량은 점점 상승했고, 박경완 은퇴 후 군웅할거 구도였던 한국프로야구 포수 대결은 '양의지의 완승'으로 굳어졌다.
양의지의 개인 통산 타격 성적은 타율 0.307, 228홈런, 944타점이다.
NC 다이노스에서 뛴 2019∼2021년, 4시즌 동안에도 양의지는 타율 0.322, 103홈런, 397타점으로 맹활약했다.
2016년 두산, 2020년 NC에서 두 차례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양의지에게도 이승엽 감독은 '다른 세계에 사는 것 같은 타자'였다.
이승엽 감독은 KBO리그에서만 467홈런을 치고, 일본프로야구 시절을 포함해 한일통산 626홈런의 금자탑을 쌓았다.
통산 홈런 1위이고,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2003년 56개)도 보유하고 있다.
2000년 시드니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결정적인 홈런도 쳤다.
한국 야구가 낳은 최고 타자인 이승엽 감독은 두산 사령탑에 오르며 가장 보강하고 싶은 포지션으로 '포수'를 꼽았다.
두산은 KBO리그 단일 계약 최고액인 152억원을 투자해 4년 전 NC로 떠난 양의지를 다시 품었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시즌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2022년에는 9위로 처진 두산은 이승엽 감독과 양의지, 둘이 만들 동력으로 재도약을 노린다.
이승엽 감독은 "계약 기간은 3년 안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고 싶다"고 했다.
감독보다는 선수가 더 과감하게 목표를 정할 수 있다.
양의지는 "나는 매해 목표를 우승으로 정한다. 최근 2년 동안 나도 포스트시즌을 치르지 못했다. 가을 무대부터 밟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고자 철저하게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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