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걸렸어요"…양의지, 박세혁에 전한 '미안함'

기사내용 요약
양의지 두산에서 주전으로 뛸 당시 박세혁이 백업 역할
양의지 NC 떠난 후 박세혁이 두산 주전 포수로
이번 겨울 양의지 두산으로, 박세혁은 NC로
"세혁이가 두 번째 FA 때는 더 좋은 계약 하길"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절친한 선후배 사이인 양의지(36·두산 베어스)와 박세혁(33·NC 다이노스)은 묘한 운명으로 얽혀있다. 양의지의 거취에 따라 박세혁의 운명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양의지는 2006년 두산에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했고, 군 생활을 마친 뒤인 2010년 두산의 주전 포수 자리를 꿰찼다. 2010년 신인왕을 받은 양의지는 이후 공수를 두루 갖춘 리그 최고의 포수로 올라서 두산 왕조 구축에 힘을 더했다.

박세혁이 두산에 입단한 것은 2012년, 양의지가 주전 포수로 뛸 때다. 1군에서 2012년 6경기, 2013년 18경기 출전에 그친 박세혁은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후부터 본격적으로 백업 포수로 뛰며 양의지의 뒤를 받쳤다.

상무 제대 후 박세혁도 '주전급 포수'로 성장했다. 하지만 현역 최고의 포수로 손꼽히는 양의지에게서 주전 자리를 빼앗을 수는 없었다.

2018시즌을 마친 뒤 첫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양의지는 이적을 택했다. 양의지는 4년, 총액 125억원에 NC 다이노스와 계약하고 두산을 떠났다.

두산의 안방마님 자리는 자연스럽게 박세혁의 차지가 됐다. 2019년 처음으로 풀타임 주전 포수로 뛴 박세혁은 두산의 통합 우승을 이끌며 '우승 포수'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2021년 타율 0.219에 그치는 등 부침이 있었지만, 지난해까지 두산의 주전 포수는 박세혁이었다.

하지만 이번 겨울 또 운명이 엇갈렸다.

2022시즌이 끝나고 양의지는 두 번째, 박세혁은 첫 번째 FA 자격을 얻었다.

공교롭게도 양의지의 행선지는 두산이었다. 지난 시즌 9위에 그친 두산은 양의지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했고, 4+2년, 152억원을 제시해 붙잡는데 성공했다.

양의지가 두산과 FA 계약을 맺었을 때 이번 겨울 FA 시장의 포수 '빅4'로 불린 선수 가운데 이미 박동원(LG 트윈스)과 유강남(롯데 자이언츠)이 계약을 마친 뒤였다.

양의지의 공백을 메워야했던 NC는 곧바로 박세혁에게 접촉해 4년, 46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양의지가 떠난 자리를 박세혁이 메우게 된 것이다.

다시 한 번 절친한 후배와 운명이 엇갈리게 된 양의지는 박세혁에게 미안함을 가장 먼저 느꼈다.

지난 11일 두산 입단식에서 양의지는 "나와 (최)재훈(한화 이글스)이, (박)세혁이, (김)재환(두산 베어스)이가 고생을 많이 했다. 친구들이 잘 됐고, 세혁이도 FA 계약을 할 때 잘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내가 돌아오면서 세혁이가 NC로 갔게 됐다. 세혁이도 두산에 남고 싶은 마음이 컸을텐데 마음에 걸리더라"며 "동생에게 미안했다"고 털어놨다.

양의지는 덕담도 잊지 않았다.

그는 "세혁이는 아직 젊다. 세혁이에게 '잘 돼서 축하한다'고 말해줬다. 더 잘해서 두 번째 FA 때 더 좋은 계약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박세혁도 친정팀으로 돌아간 양의지를 응원했다. 양의지는 "세혁이가 '열심히 하자'고 하더라. 덕분에 형으로서 기분좋게 팀을 옮길 수 있었다"고 고마운 마음을 내비쳤다.

☞공감언론 뉴시스 jinxij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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