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흐름 끊기는데"…OTT·방송국이 파트제 택하는 이유는?
'환혼'·'유세풍' 등…방송국도 파트 쪼개기가 유행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김우진 인턴기자 = "'더 글로리' 괜히 봤네요.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볼 걸 괜히 흐름 끊겨서 찝찝해요."
지난달 30일 처음 공개된 이후 뜨거운 화제 몰이 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의 온라인 반응을 살피다 보면, "지금 보지 마라", "괜히 봤다"는 시청평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몰입해서 보고 있었는데 주인공이 제대로 된 복수를 시작하기도 전에 파트1이 끝나 버리니 김이 샌다는 반응이다.
12일 방송가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Over the Top)와 안방극장은 드라마 '파트 쪼개기'가 유행이다.
흐름이 끊긴다는 시청자들의 불평에도 OTT들이 파트를 나눠서 시리즈를 공개하는 이유는 구독자를 가둬놓는 잠금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드라마 여러 편을 한꺼번에 볼 수 있게 하는 '몰아보기' 전략을 고수해온 넷플릭스도 국내외 OTT 경쟁이 심화하면서 '쪼개 보기'로 전략을 바꿨다.
'더 글로리'는 2개 파트로 나뉘어 공개된다. 파트 2는 오는 3월 중 공개 예정이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작품 속에 숨겨진 다양한 복선을 분석하고, 앞으로의 전개를 예상하는 글들이 화제를 모으며 파트2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더 글로리'와 같은 날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아일랜드'도 파트를 나눠서 공개할 예정이다. 파트1은 지난달 30일부터 2회씩 매주 순차 공개되고 있고, 파트2는 올 상반기 중 선보인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OTT가 성장의 한계에 봉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성장세가 지체됐다"며 "분량을 나눠서 공개하는 이유는 구독자를 최대한 오래 붙잡으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연속극처럼 한 회차씩 공개하는 것은 몰아보기를 가능하게 하는 OTT만의 특성과 안 맞다 보니, 파트를 나눠서 공개하는 식으로 타협점을 찾은 것"이라고 짚었다.
OTT뿐만 아니라 방송국들도 파트 쪼개기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최근 종영한 tvN 판타지 활극 '환혼'은 애초에 시즌제를 염두에 뒀던 작품이다. 파트1 20부작, 파트2 10부작, 총 30부작에 걸쳐 방대한 세계관을 펼쳐냈다.
연출을 맡은 박준화 감독은 "작가님들께서 잘하시는 '티키타카'(대화 주고받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며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넣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환혼'은 '천하사계'라고 불리는 대호국 최고의 술사 집안 자제들 진초연(아린 분), 박당구(유인수), 서율(황민현), 장욱(이재욱)의 성장기와 장욱-낙수의 로맨스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파트2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난 11일부터 방송된 tvN 드라마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도 파트 1, 2를 연달아 찍은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박원국 감독은 "조선 시대에도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분명히 있었을 텐데 한 명이 아니었을 것"이라며 "환자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이야기라서 시즌제로 만들기 상당히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파트 쪼개기 전략은 이야기의 흐름을 끊는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에 가깝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2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하 '종이의 집') 파트2는 화제성 견인에 참패했다.
스페인 원작에도 없는 새로운 캐릭터까지 합류시키며 눈길을 끌어보려고 했지만, 파트1으로 이미 실망한 시청자들의 관심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차라리 파트를 구분하지 않고 한꺼번에 공개하는 게 나을 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이야기의 덩어리를 끊어서 가기 위해서는 공백 기간에 이탈을 방지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다음 전개에 대한 궁금증과 흥미를 유발해야 하고, 다른 콘텐츠와 다른 확실한 차별점을 내세워 공백기를 채워야 한다"고 짚었다.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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