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인플레기대에 들뜬 시장”···“슈퍼코어 인플레 봐야”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1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12일 나올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둔화 기대에 상승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이 1.76%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1.28%, 0.80% 뛰었는데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도 오전 한때 3.56% 선까지 내려갔습니다.
별도로 미국에서는 전산오작동에 오전 한때 모든 국내선 항공기의 이륙을 불허하면서 2만 편 이상이 지연됐는데요. 불확실한 경제 환경에 블랙록도 500명을 해고하기로 했습니다.
시장의 관심은 온통 12월 CPI에 쏠려있는데요. 오늘은 CPI 관련 예상과 핵심 포인트, 증시 전망을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핫이슈인 12월 CPI부터 보죠. 이날 오후1시 현재 블룸버그통신 집계치 중앙값을 보면 12월 CPI가 전년 대비 6.5%로 11월(7.1%)보다 0.6%포인트(p) 감소하는 것으로 나오는데요.
이날 시장의 관심을 끈 것은 전월 대비입니다. 에너지와 농산물을 더한 헤드라인 수치가 기존 전망치 0.0%보다 떨어진 -0.1%인 것으로 나오는데요. 이 마이너스가 갖는 의미가 적지 않습니다. 물가가 하락하기 시작한다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여론의 뭇매를 맞긴 했지만 지난해 7월 CPI가 전월 대비 0.0%인 것을 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로 인플레이션”이라고 했을 정도였으니 정말로 마이너스라면 시장이 반응할 수 있을 겁니다.
전월 대비 수치의 경우 전망치 최고값이 0.3%, 최저는 -0.3%인데요. 기관별로 보면 △씨티 0.0% △JP모건증권 0.0%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0.1% △골드만삭스 -0.1% △제프리스 -0.1% △블룸버그이코노믹스 -0.2% △UBS증권 -0.2% 등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미 경제 방송 CNBC가 민간 물가예측기관인 스테이트 스트리트(STATE STREET)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12월 CPI가 전월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자료가 CPI보다 더 빨리 나오는데 그동안 CPI와 경향성이 거의 비슷했는데요. 스테이트 스트리트 지수로는 이미 상당히 마이너스로 내려간 상황입니다. CNBC의 거시경제 담당 선임기자인 스티브 리스먼은 “확실하지는 않지만 일부 애널리스트는 내일 CPI 수치가 많이 둔화할 것이고 심지어 (전월 대비)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기대감이 이날 증시를 이끌었지만 내일 CPI 수치가 실제로 이렇게 나오느냐는 다른 문제라는 점인데요. 예상치보다 더 좋을 수도 있지만 나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기대가 실제 현실화할지는 지켜봐야 하죠. 추가로 여전히 절대 수치가 높다는 점, 항상 유념해야 합니다.
특히 전월 대비 숫자도 숫자지만 세부 내역, 즉 서비스 물가가 어떻게 되느냐가 핵심인데요. 짐 카론 모건스탠리 투자 자산운용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연준의 정책대응이 서비스 쪽으로 크게 치우쳐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근원 CPI는 잊어라. 시장 전문가들은 슈퍼 근원 CPI를 본다”고 분석했는데요. 슈퍼 근원 CPI란 다른 게 아니고 CPI에서 에너지와 농산물을 뺀 근원 CPI에서 또다시 렌트비 같은 주거비(주택서비스)를 뺀 항목을 말하죠.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물가항목을 크게 △근원 상품물가 △주택서비스 물가 △근원 서비스 물가 3가지로 나눈 바 있는데 여기에서의 근원 서비스 물가입니다. 파월이 상품물가는 내려가고 있고 주택서비스는 느리긴 하지만 신규 렌트비가 하락하고 있는 만큼 연말께 수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했었죠. 그가 걱정한 게 근원 서비스였는데, 이번 12월 CPI에서도 이를 주목해야 한다는 겁니다. ‘서비스 물가-서비스 고용-서비스 임금’의 고리가 인플레이션 문제의 핵심이기 때문인데요.
헤드라인이 아닌 12월 근원 CPI 예상치는 전년 대비 5.7%(11월 6.0%), 전월 대비 0.3%(0.2%)입니다. 만약 내일 CPI 수치가 일부 개선하더라도 근원 서비스 물가가 나아져야 하며 절대 수준이 내려가려면 아직 멀었다는 점, 잊지 말아야 하죠. 그렇지 못하다면 갈 길이 더 먼 겁니다.
관련해 고용 지표를 더 보겠습니다. 12월 CPI와 같은 날 나올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지난 주 21만5000건으로 전주 20만4000건보다 1만1000건 증가하는 것으로 나오는데요. 최소 2주 연속 청구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건도 171만 건으로 전주(169만4000건) 대비 커지는 것으로 예측됩니다.
물론 이 같은 수치는 아직 고용시장이 강함을 보여주는데요. 계속 둔화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강한 수준이죠.
그래서 전문가들은 미국시간 31일에 나올 지난해 4분기 고용비용지수(ECI)가 중요해졌다고 하는데요. 시간당 평균임금과 함께 연준이 중요하게 보는 지표인데 임금과 다른 보상이 포함돼 산출됩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12월 고용보고서상의 시간당 평균임금 상승세 둔화를 두고 “앞으로 ECI가 더 중요해졌다”고 했는데요.
ECI를 보면 확실히 임금이 둔화하고 있는 건지,인플레이션을 낙관할 수 있는지를 더 명확히 알 수 있겠죠. WSJ은 “임금에 관해서는 이달 말에 어느 정도의 혼란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달 말은 ECI가 나올 때인데 이 지수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임금 관련 지표”라고 설명했습니다.
어쨌든 금리인상은 지속하는데요.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2월 금리인상폭은 0.25%p나 0.5%p가 합리적일 것”이라며 “지금 수준에서는 0.25%p로 기울겠지만 데이터에 달려있다”고 했습니다. 이번 12월 CPI가 확 튀지만 않는다면 0.25%p로 간다는 말인데요. 최종금리는 5%를 조금 넘는 수준을 제시했습니다. 5.00~5.25% 정도겠죠. 앨런 블라인더 전 연준 부의장은 블룸버그TV에 “연준이 곧 금리인상을 중단하더라도 금리인하는 2024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했는데요.
최종 목적지는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가 또 나왔습니다. 연준 이사 출신인 랜달 크로즈너 시카고대 교수는 “올해 전체적으로 인플레이션이 2%p나 3%p 정도 하락하겠지만 연준은 기준금리를 5.5%까지 올릴 것”이라며 연말까지 완만한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고 내다봤는데요.
그는 “인플레이션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라도 높은 금리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연준의 도구 가운데 하나이며 그들은 확실한 하향 추세가 나타날 때까지 실질 금리를 타이트하게 유지할 것”이라며 “시장이 이에 대한 문맥을 읽지 못하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높았던 지가 너무 오래됐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런 상황을 수십년 간 보지 못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월가의 생각은 조금 다르죠. 크게 연착륙 기대와 경기침체 우려, 두 가지가 연준이 높은 금리를 유지 못한다는 근거가 되는데, 주피터 자산운용의 아리엘 베잘엘 머니 매니저는 “내 걱정은 연준이 곧 물러서지 않는다면 연준이 심각한 경기침체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올해 침체는 너무 심각할 것이고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 둔화는 연준이 매파에서 바뀔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연말 이전에 금리 인하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침체 시 미 10년 물 국채금리가 2%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보는데요. 완만한 침체를 예상하는 핌코는 올해가 채권투자에 유리(가격상승, 금리하락)한 해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죠. UBS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마크 해펠레는 “올 하반기 연준의 정책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아직 어떤 정책전환이나 경제성장의 변곡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죠.
마지막으로 증시 전망 보겠습니다. 역시나 CPI가 최대 변수인데요. 블룸버그통신은 옵션 투자자들은 CPI 발표 뒤 S&P500이 어떤 방향으로든 2% 움직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아서 호건 B. 릴리 웰스의 수석 시장전략가는 “예상 수준이거나 예상보다 둔화한 CPI는 랠리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생각보다 높은 숫자는 쉽게 시장을 넘어 뜨릴 수 있다”고 봤죠.
BTIG의 기술 전략가 조나단 크린스키는 “시장이 이미 내일 긍정적인 보고서에 대한 가격을 책정하고 있을 수 있으며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뜨거울 경우 일부 대량 매도가 있을 수 있다”고 걱정했습니다.
CPI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앞서 설명드렸듯 세분화해서 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는데요. 더 세븐스 리포트의 설립자 톰 에세이는 “헤드라인 수치가 내려가더라도 근원 CPI가 감소하지 않는다면 이번 CPI가 그렇게 긍정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에 근원 CPI보다 근원 서비스 물가가 더 중요해졌으니 이 부분을 주의깊게 봐야 할텐데요.
앨리의 선임 시장 전략가 브라이언 오버비의 생각은 좀 더 복잡합니다. 그는 내일 CPI로 증시가 오를 경우 현지 시간 13일(금)의 주요 기업 실적발표를 앞두고 매도기회로 작용할까 우려하는데요. 실적을 걱정하는 이들이 내일 주가가 오르면 이를 기회로 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뜻이죠. 그는 “걱정스러운 것은 (CPI 발표 후 시장의 관심이) 금요일 실적에 집중되면서 상승세가 매도 이벤트가 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봤습니다.
13일에는 JP모건체이스와 BofA, 웰스 파고, 블랙록, 씨티 등 대형 은행과 델타항공, 유나이티드 헬스의 실적이 나오는데요.
앞으로 증시가 좋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여전합니다. 에드 야데니 야데니 리서치 설립자는 “세계 경제 전망이 개선되고 있으며 미국 증시는 지난해 10월12일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그것이 약세장의 끝이었고 우리는 다시 강세장으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는데요. 대니얼 아이 포트 피트 캐피털 그룹의 CIO는 CPI 이후 “불꽃놀이를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일부에서는 달러약세가 추세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는데요. 경기침체가 실제로 왔을 때 상황을 봐야겠지만 WSJ은 “달러인덱스가 데스 크로스(death cross)로 가는 길에 있다. 이는 50일 이동평균이 200일 이동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지난 2020년 7월이 마지막이었다”며 “데스 크로스는 상승 모멘텀의 상실을 의미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아직 조심해야 한다는 측이 많죠.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의 마리아 바사로우 공동 CIO는 “우리가 경기침체에 빠질지 연착륙을 할지 불확실성이 있다”며 “우리는 여전히 위험자산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크리스 하비 웰스 파고 증권의 주식 전략 헤드도 “최근의 랠리를 쫓지 않는다. 증시가 정말로 좋아지기 전에 추가 하락이 있을 것”이라며 “S&P가 3400까지 떨어질 수 있으며 하락 압력은 주로 상반기에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월가의 베테랑 투자자 마리오 가벨리는 “2024년은 좋을 것이다. 전망이 꽤 밝다”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우려스러운 지정학적 요인이 많이 있고 무언가 신용시장에서 잘못 될 수도 있다”고 했는데요. 이제 12월 CPI 발표입니다. 단순 수치뿐만이 아니라 세부 내역, 앞으로의 전망이 핵심인 만큼 12월 CPI는 ‘3분 월스트리트’ 온라인 기사와 유튜브 방송에서 해답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유튜브 생방송] : 미국 경제와 월가, 연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는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가 서울경제신문 유튜브 채널 ‘서경 마켓 시그널’에서 매주 화~토 오전7시55분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방송에서는 기사에 대한 자세한 분석과 질의응답(Q&A)이 이뤄집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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