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 찬스 마다하고 입단 테스트, 145km 뿌리며 통과..."이제 형,동생 아니잖아요"

조형래 2023. 1. 12.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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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시절 김건국 /OSEN DB

[OSEN=조형래 기자] "이제 형, 동생이 아니잖아요."

김건국(35)은 지난 2021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방출된 이후 1년 여의 공백을 딛고 KIA 타이거즈에서 새출발을 하게 됐다. 지난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에서 주최한 시도대항 야구대회에서 부산광역시 대표로 출장해서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나 혼자 발버둥치면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연락이 없으니까 절망도 많이 했고 '내가 정말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선수였나'라고 자책도 많이 했다"라면서 1년 여의 공백기를 되돌아봤다.

그래도 '후회없이, 원없이 운동을 한 번 해보자'고 다짐했고 개인 훈련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지모(전 롯데), 에이전트 송산(전 KIA) 등의 도움으로 1년 동안 착실하게 몸을 만들 수 있었다. 결국 시도대항 야구대회를 계기로 11월 말 1차 테스트를 진행했고 12월 합숙 훈련을 하면서 최종 입단이 결정됐다. 지난 5일 치러진 최종 입단 테스트에서는 최고 구속 145km까지 뿌리며 KIA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시도대항 야구대회에서 공을 던진 게 몸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됐다. 과정에서 도움을 주신 분들이 너무 많다. 크로스핏 하게 해주신 센터 대표팀이나 자신의 레슨장에서 공을 던질 수 있게 해주신 (이)지모 형, 우연한 계기로 시도대항 야구대회 참가를 권유해주신 분들까지 우연이 필연이 되고 운명이 되면서 다시 복귀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라고 복귀까지 도움을 준 인연들을 언급했다.

하지만 김건국은 선수 복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쉬운 길을 통할 수 있었다. 지난해 KIA의 전력강화 코디네이터로 부임했고 2023년에는 퓨처스 팀 감독까지 하게 된 손승락(41)이라는 존재가 있었다.

롯데 시절 손승락이 많이 아꼈고 김건국도 손승락을 많이 따랐다. 항상 함께 붙어다녔던 절친한 사이였다. 언제든지 자신의 입단 테스트를 부탁할 수도 있었던, '친한 형'이었다. 

하지만 김건국은 '인맥 찬스'를 마다했다. 당당하게 입단 테스트에 임했고 스스로의 힘으로 재취업의 문을 뚫었다. 그는 "손승락 감독님께는 일부러 연락 드리지 않았다. 혹시 저 때문에 난처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라인 타고 들어가네' 주위의 이런 말들을 듣기 싫었다. 그래서 에이전트를 통해서 KIA 프런트와 연락을 하게 됐다. 손 감독님은 제가 테스트를 받는지도 모르셨다"라고 설명했다.

손승락 KIA 퓨처스팀 감독 /OSEN DB

손승락 감독이 보는 앞에서 테스트를 당당하게 마쳤다. 그는 김건국에게 "고맙다"라고 많은 뜻이 담긴 한 마디를 건넸다. 김건국은 손 감독이 고맙다라고 말한 의미에 대해서 "혹시 만약에 제 공이 안 좋았으면 친한 동생이라도 냉정하게 말해줘야 하지 않나. 만약이 테스트에 통과를 못했으면 손 감독님도 그 말을 하는 게 미안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다"라면서 "또 도움을 주고 싶어도 못 주시는 상황이지 않나. 그래서 한 마디로 '고맙다'라고 해주신 게 너무 감사했다. 하고 싶은 말씀이 많으셨던 것 같은데 또 그러면 안되지 않나"라면서 한 마디의 함축적 의미를 되짚었다.

절친한 사이지만 스스로 냉정해지려고 한다. 그는 "이제는 형, 동생으로 쉽게 부를 수 있는 사이가 아니라 감독님이다"라고 웃으면서 "손 감독님 앞에서 제가 또 잘 어필하고 결과가 좋아야 저를 1군에 추천해주실 수 있을 것이다. 실력으로 보여드리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1년 여의 공백에도 굴하지 않았고 은퇴라는 단어를 가슴 한 켠에 품고 있었지만 내뱉지 않았다. 그는 "그동안 회사원 분들이 안주머니에 사직서 하나 들고 다닌다는 감정과 비슷했던 것 같다. 그래도 이제는 '선수 그만하겠다'라는 말을 안해서 너무 좋다. 사직서 찢어버린 것 같다"라고 선수 복귀의 기쁨을 재차 표현했다.

다만, 자신을 뒷바라지 해준 아내와 가족들에게는 미안하다. 이제 다시 가족을 위해 던진다. 그는 "아내한테 정말 미안하다. 결혼하고 처음 타지인 부산에 오게 됐는데, 또 아이들을 혼자 보게 되는 상황이 됐다. 미안함이 크다"라면서 "안그래도 좋은 반지, 이쁜 반지 한 번 사주겠다고 했는데 계속 못해주고 있었다. 야구를 다시 시작하게 됐기에 최선을 다해서 아내에게 예쁜 반지 하나 해주고 싶다"라면서 선수 커리어의 새출발 각오를 전했다. 

김건국은 한편, 오는 16일부터 훈련에 합류해 KIA맨으로 일정을 시작한다. /jhrae@osen.co.kr

롯데 시절 함께했던 김건국(왼쪽)과 손승락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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