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에서 시작해 FC서울로, 박수일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경쟁하겠다”

이정호 기자 2023. 1. 12.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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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FC에서 FC서울로 이적한 박수일이 4일 구리GS챔피언스파크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4/정지윤 선임기자



경기도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FC서울의 새해 첫 훈련을 마친 박수일(27)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끝날 듯 끝나지 않고 이어지는 고된 훈련에 한겨울 찬 바람도 느낄 틈이 없었다. 주변 동료들은 “아직 시작도 안했다”고 했다. 축구 인생의 매 순간, 치열한 경쟁 가운데서 증명하고, 살아남아야 했던 박수일이 6년 전 프로행에 실패했던 좌절의 순간을 떠올리며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서울에서 새 출발하는 수비수 박수일이 의욕적으로 2023년을 맞았다. 지난 3일 GS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난 박수일은 “팀 첫 훈련에서 절박한 마음으로 운동했던 2017년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적이 확정된 뒤 연말에 팀 적응 훈련을 했고, 나름 열심히 준비했다고 했는데 첫 훈련에서 정말 죽을 뻔했다. (안익수)감독님의 훈련이 힘들다는 것을 익히 들어 각오했는데도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때 2017년 프로행에 실패한 직후 실업 김해시청에서 뛴 시간들이 떠올랐다. 박수일은 “당시 윤성효 감독님 밑에서 훈련할 때도 엄청 타이트했다. 피곤하지 않으면 훈련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 정도”라며 “‘내가 한동안 운동을 편하게 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초심을 다시 찾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남들보다 빠르지 않았던 박수일의 축구 커리어는 꾸준한 오름세를 보여준다. 그해 김해시청의 리그 준우승 주축으로 활약상을 인정받은 뒤 K리그2 대전시티즌(2018~2019시즌)으로 이적했다. 그리고 K리그1 성남FC(2020~2022시즌)를 거쳐 이번에는 서울에 입단했다. 박수일은 “3부에서 2부, 1부, 그리고 1부 최고의 팀까지 왔다는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미소지었다.

박수일은 “언젠가 ‘서울에서 뛰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하면서 ‘나도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했다”고 웃으며 “(기)성용이 형에게 패스를 받아, (나)상호에게 연결해서 골을 만드는 장면도 그려봤다”고 했다. 나상호와는 성남에서 잠시 함께 뛴 ‘절친’이다. 박수일은 또 “축구를 좋아하고, 항상 프로축구 선수라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서울 유니폼을 입으니 진짜 축구선수라는 자부심이 더 강해진 것 같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성남FC에서 FC서울로 이적한 박수일이 4일 구리GS챔피언스파크에서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2023.1.4/정지윤 선임기자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다. 박수일은 더 치열한 경쟁과 마주했다. 주전 경쟁부터 피할 수 없다. 그는 지난 시즌 5골을 기록한 득점력까지 갖춘 윙백이다. 많은 활동량에 준수한 킥 능력을 갖췄고, 멀티 포지션도 가능한 자원으로 평가된다. 박수일은 “내가 한 번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나를 시험하는 무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대도 되고, 정신적으로도 다시 무장하고 있다”고 투지를 드러냈다. 그는 이어 “주변에서 의심의 시선으로 보시는 분들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승부욕이 생긴다”는 다짐도 전했다.

박수일이 뛰던 성남은 지난 시즌 리그 최하위로 K리그2로 강등됐다. 지난 시즌 성남의 부주장으로 팀의 강등을 막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밝힌 박수일은 “더 이상 내가 뛰는 팀이 하위권에 머무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박수일은 2023년 목표로 “강등권 팀에서 온 선수라는 평가를 듣고 싶지 않다. 감독님의 요구사항에 맞춰 어떤 자리든 내 자리를 만들어 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이라는 팀이 최근 하위권에 머물렀지만, 이 자리에 있을 팀이 아니다. 무조건 상위 스플릿으로 올라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을 따는데 제가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다”며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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