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천재' 오명 씻고 모든 게 달라진 이종현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몸도 달라졌고 정신도 달라졌다. 이제 더 이상 '게으른 천재'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고양 캐롯 이종현(29)은 대학시절부터 서장훈, 김주성 뒤를 이을 대한민국 차세대 센터로 주목받다. 하지만 2018시즌 치명적인 아킬레스건 파열로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이대로 프로에서 잊히는 듯했다.
수술 결과는 성공적이었지만 부상에 대한 트라우마는 의학 기술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이종현의 포지션은 센터다. 센터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외국인 선수들과의 거친 몸싸움은 기본이다. 하지만 부상 트라우마는 몸싸움을 피하게 만들었고 소극적인 플레이를 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모든 면에서 쇠퇴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프로 데뷔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며 '게으른 천재'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김승기 감독을 만나면서 달라졌다. 김승기 감독은 선수 육성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으로 안양 KGC 시절에도 좋은 선수들을 많이 배출했다. 하지만 그의 가르침은 혹독하다. 시즌 초만 해도 경기 중 이종현을 불러 큰 소리로 호통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신인 선수들 앞에서 그런 대우를 받으면 사기가 떨어질 만도 한데 이종현은 달랐다. 오히려 자신에게 주어진 출전 기회에 감사해했다. 코트에서는 숨을 헐떡이며 연신 땀방울을 흘렸고 힘들어도 최선을 다해 백코트 했다. 이종현의 표정은 밝았고 눈빛에서는 의지가 넘쳤다.
지난 9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대구 한국가스공사와의 경기에서 이종현은 21분 2초간 코트를 누비며 8점 2리바운드 4어시스트 1스틸 1블록슛을 했다. 득점은 적어 보여도 적극적은 수비 가담과 공격 시 스크리너 역할까지 충실히 하며 팀의 유기적인 플레이에 도움을 줬다. 전성현, 이정현 등 좋은 슈터가 많은 캐롯은 이종현의 보이지 않는 이런 플레이가 큰 힘이 된다.
시즌 초 김승기 감독은 "이종현은 프로 1순위로 들어왔다. 내년이면 FA 된다. 올해 1년이 인생을 좌우할 시기다. 저는 그 친구가 꼭 성공을 했으면 해서 지금 혹독하게 가르치고 있다. 올해 아니면 기회가 없다. 몸 상태도 좋지 않아 올 시즌 뭔가를 보여줘 몇 년 더 계약했으면 하는 생각에 혹독하게 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그런 그가 이제는 김승기 감독으로부터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김승기 감독은 대구 한국가스공사와의 4라운드 홈경기에서 87-76으로 승리한 뒤 "이종현이 3연승을 하는 동안 전부 잘했다."라며 가장 먼저 칭찬했다.
이제 더 이상 이종현은 '게으른 천재'가 아니다.
[달라진 모습의 이종현. 사진 = 고양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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