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상관없이 최대 5억 대출… 내 집 마련 기회? 가계 부채 증가?

김범수 2023. 1. 1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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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례보금자리론 30일 출시
집값 9억 이하 대상 1년간 운영
대출 상환·임차보증금 반환 포함
DSR 규제 없애고 연 4%대 금리
중도 상환하더라도 수수료 면제
기준금리가 급등하면서 높은 이자 비용을 내고 있는 대출자나 주택 구입이 필요한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이 오는 30일 출시된다.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한 특례보금자리론은 무주택자들 사이에서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모으고 있지만, 한편으론 가계 부채를 늘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뉴시스
금융위원회는 기존 보금자리론에 안심전환대출, 적격대출 등 정책 모기지를 통합한 특례보금자리론을 이달 30일부터 신청받는다고 11일 밝혔다.

고금리 시기에 시중 금리보다 0.4∼0.9%포인트 저렴한 고정 금리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정책 상품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대 관심사였던 금리는 시장 흐름과 맞춰 연 4%대로 책정됐지만, 소득이나 신혼 가구 등 일정 우대 조건을 충족할 경우 3%대도 가능하다.

특례보금자리론은 기존 정책 모기지보다 지원 대상을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보금자리론은 부부 합산소득 7000만원 이하의 가구만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특례보금자리론은 소득 요건이 없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주택가격 상한도 기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늘렸다. 주택가격 판단 기준은 아파트 시세가 있을 경우 KB시세, 한국부동산원 시세, 주택공시가격, 감정평가액 순으로 적용한다. 오피스텔과 생활형 숙박시설 등 주택법상 주택이 아닌 준주택은 이용할 수 없다.
대출 한도는 3억6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했다. 또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대출 한도를 늘리는 데 유리하다. 현재 1억원 초과 대출자에게는 DSR 40% 규제가 적용되는데, 이번 정책 상품에는 이런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아울러 기존 보금자리론과 마찬가지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은 각각 70%(생애 최초 구매자 80%), 60%가 적용된다.

신규 주택 구매를 포함해 기존 대출에서 갈아타려는 상환 용도, 임차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한 보전 용도 등 총 3가지 목적 모두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있다. 즉, 무주택자뿐 아니라 대출 갈아타기 등이 필요한 1주택자도 신청이 가능하다.

또한 일시적 2주택자의 경우 기존 주택을 2년 이내에 처분하는 것을 조건으로 상품 이용이 가능하다. 특례보금자리론 대출을 실행한 이후 추가 주택 취득은 제한된다.
금리는 차주 특성별로 ‘우대형’과 ‘일반형’으로 구분되는데, ‘주택가격 6억원 이하’이면서 ‘부부 합산소득 1억원 이하’인 경우는 우대형 금리인 4.65∼4.95%를 적용받는다. 나머지는 4.75∼5.05%의 일반형 금리를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전자 약정 및 등기 시 적용되는 ‘아낌e’ 우대금리(0.1%포인트)와 기타 우대금리(사회적배려·저소득청년·신혼가구·미분양주택, 최대 0.8%포인트)를 더해 최대 0.9%포인트 금리 우대를 별도도 적용할 수 있다. 우대형 대출 금리를 이용하는 차주가 별도 우대금리까지 적용받으면 3.75∼4.05%까지 내려간다.

만기는 10·15·20·30·40(만 39세 이하 또는 신혼부부)·50년(만 34세 이하 또는 신혼부부) 등 6가지다. 중도상환수수료는 면제된다.

특례보금자리론은 금리 상승기 실수요층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우선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1년간 공급 목표는 39조6000억원이다.

서울 시중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안내문 모습. 연합뉴스
정부는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보다 낮은 고정금리 대출을 장기간 이용할 수 있어 청년층과 신혼부부에게 주택 마련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금리 상승기 서민·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돕고 대출금리 변동 위험 경감 등 가계부채 질적 구조 개선을 위해 고정금리 정책 모기지 역할을 확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당국은 기존 대출 상환, 전세금 반환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시장에서는 기대감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정부 의도대로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로 주택 대출을 확대할 경우 차주의 상환 능력을 넘어서는 무리한 대출로 이자 부담을 감당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예를 들어 5억원을 4.65% 금리에 40년 만기로 빌리면 매달 230만원을 갚아야 한다. 금리 5.05%를 적용하면 매달 243만원이다. 또한 기존보다 대출 조건이 많이 풀린 것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지만, 차주의 소득 수준에 따라 관심도가 갈릴 것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출 기간 동안 1주택 유지 조건이 엄격히 적용되기 때문에 추가 주택 구입으로 2주택 이상을 보유할 계획이 있는 경우에는 특례보금자리론 이용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며 “추가 주택 취득 여부를 1년마다 정기적으로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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