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 손배소에 공개토론 제안…오세훈-전장연 면담 신경전

CBS노컷뉴스 김민수 기자 2023. 1. 1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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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전까지 면담하기로 했지만 일정, 방법 등 논의 시작 안해
박 대표 "서울시 책임있는 사과…정부 장애인 예산 보장해야"
19일까지 냉각기…만남 형식 따라 긍정적 협의 나올지 주목
장애인 권리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전장연 사무실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황진환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여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면담 요구에 '조건 없이 만나겠다'면서도 구체적인 일정은 정하지 않은 채 양측 간 책임 공방만 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전장연은 11일 서울시의 답변을 19일까지 기다리겠다면서도 지난 9일 전장연을 제외한 9개 장애관련 단체장과 간담회에서 오 시장이 "전장연의 입장이 장애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을 지적하며 시민들이 알 수 있게 공개토론회 갖자고 새로 제안했다.

앞서 서울시가 총 6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추가 소송을 제기한데 대해 전장연 박경석 대표는 "그건 법원에서 다툴 문제"라면서 "약속을 지키지 않은 서울시의 책임 있는 사과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11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법원의 중재와 서울교통공사와의 협의로 19일까지 냉각기를 갖기로 했지만 오 시장은 방송에 출연해 공개적으로 '무관용 원칙'과 손해배상을 이야기 한다"며 "우리도 시민인데 죽여야 할 적으로 생각하는 것인지, 그런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전장연의 시위가 꼭 서울지하철에서 진행되어야 하는 이유를 묻자 "우리는 서울시의 책임 있는 사과와 기획재정부 등 정부에 장애인 권리 예산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있는 서울시와 장애인 권리 예산을 편성하는 대통령실, 핵심 중앙정부, 국회가 서울에 있는데, 그럼 어디 가서 우리의 권리를 요구하라는 얘기냐"고 반문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앞에서 장애인 권리예산 보장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윤창원 기자


전장연이 서울시에 요구하는 사항은 한편으로 단순하다. 서울시의 책임 있는 사과다.

2001년 서울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 장애인 리프트 추락 사고로 장애인 노부부가 7m 아래로 추락해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크게 다쳤다. 2002년에도 5호선 발산역에서 장애인 리프트 추락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박 대표는 서울시의 사과와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39일간 단식 투쟁을 벌였다.

이 사건이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자 당시 이명박 시장은 2004년까지 모든 지하철 역사에 100%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루어지지 못했다.

박원순 시장 당시에도 2022년까지 미이행 된 엘리베이터를 지하철 역사에 모두 설치하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이행되지 못했다며 박 대표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서울시의 책임 있는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장연은 11일 다시 한 번 입장문을 내고 △법원 조정안 수용 여부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 두 번의 약속 위반 사과 △지하철 장애인 리프트 사고 사망 장애인에 대한 공개사과 등을 놓고 오 시장에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전장연은 또 지난 2일부터 지난해 정부 예산안에 장애인 권리 예산이 0.8%만 반영됐다면서 서울지하철과 여의도 국회의사당 시위에 나섰다. 많게는 100~200명이 집단생활하는 장애인 보호시설에서 벗어나 개인별 지원을 통해 장애인이 자립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계적으로 장애인 수용 집단거주시설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지하철 전체 284개 역의 엘리베이터 설치율이 작년 초에 이미 99%를 넘어섰지만 지반 구조문제나 부지 확보 문제로 불가피한 곳이 일부 있다"며 "이 역시 조만간 설치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법원의 조정안도 서울시가 받아들이라고 요구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19일 서울교통공사가 전장연과 박경석 대표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전장연이 5분을 초과해 지하철 운행을 지연시키면 1회당 500만 원을 지급하도록 하고, 교통공사는 2024년까지 지하철 역사 19곳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이후 전장연은 시위를 중단하도록 하는 조정안을 냈다.

전장연은 조정안을 수용했지만 오 시장은 "1분만 늦어도 큰일이 나는 지하철을 5분이나 연장시킬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수용 거부의사를 밝혔다.

9일 시청에서 장애인 단체장 9명과 간담회 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


지난 9일 오 시장이 전장연을 제외한 장애인 단체 단체장 9명과 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전장연을 만나기는 하겠으나 전체 장애계의 입장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하고 만나겠다"며 "지하철을 지연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대응하겠다"고 발언한 것을 들어 박 대표는 "전형적인 장애인 단체 갈라치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전장연이 장애인단체를 대표해서 만나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 대표성을 언급한 것은 전형적인 갈라치기"라며 "어떤 형식으로 만날지는 오세훈 시장이 정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교통공사와 전장연이 약속한 냉각기는 설 연휴 전인 19일까지다. 전장연은 면담 의제를 정리해 서울시에 이미 전달했다며 만나는 형식과 시간은 시장이 정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는 최근 신년업무보고에 열중하면서 전장연 측에 면담방법과 일정 등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건 없는 면담을 약속한 만큼 19일 전에는 어떤식으로든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전장연은 장애인을 차별하고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것에 투쟁해온 조직"이라며 "서울시는 장애인의 정당한 권리 요구를 '장애인과 시민의 싸움'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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