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 때 마다 철렁”… 1년 내내 개미들 맘 졸이게 만든 오스템임플란트

오귀환 기자 2023. 1. 1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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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실적에 힘입어 다시 빠르게 반등
중국 VBP정책 악재가 호재로 부각

2000억대 횡령으로 거래정지, 역대급 실적에 주가 반등, 행동주의 펀드와 중국 정책 리스크에 급락, 리스크 해소에 상승했지만 리콜 논란으로 재차 하락, 그리고 또다시 급등.

그 어느 기업보다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낸 오스템임플란트 이야기다. 기업을 둘러싼 수많은 일들로 주가 역시 롤러코스터처럼 움직였다. 주가가 급등락을 거듭할 때마다 주주들도 냉탕과 온탕을 오갔고, 공시가 뜰 때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서울 강서구 오스템임플란트 중앙연구소. /뉴스1

오스템임플란트가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건 지난해 1월 3일. 시가총액 2조원을 웃도는 국내 1위 임플란트 업체에서 대규모 횡령 사건이 터졌기 때문이다. 자금관리 직원이 이모(46)씨는 2000억원 넘는 회삿돈을 빼돌렸다. 자기자본(2048억원)의 108%이 넘는 수준이었다.

이씨는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장으로 일하면서 회삿돈 2215억원을 15회에 걸쳐 빼냈다. 그는 1㎏짜리 금괴 851개를 자신의 건물, 아버지, 여동생의 주거지에 숨겼다. 아내와 처제 명의로 75억여원 상당의 부동산도 샀다. 검찰은 지난달 그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고, 법원은 이날 1심에서 그에게 징역 35년형과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횡령 사건으로 오스템임플란트는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내몰렸다. 거래정지 한 달 뒤 한국거래소가 오스템임플란트 상장폐지 심사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당시 증권업계는 상장폐지 가능성은 적다고 봤지만, 주주들은 상장폐지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다.

거래소는 두 달간 고심 끝에 그해 4월 상장 유지를 결정했다. 횡령 금액이 회사 존속을 위협할 규모가 아니었고, 영업실적 역시 견조했던 덕분이다. 당시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 위원들은 “코스닥기업 중 초우량기업 중 하나고, 상장기업 최고 수준으로 내부통제를 구축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회의에 참석한 7명 위원이 만장일치 의견으로 거래 재개를 허용했다.

오스템임플란트 회삿돈 2215억원을 빼돌린 이모씨가 지난해 1월 14일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상장 유지 결정일 오스템임플란트도 자사주 300억원 어치를 사들이며, 주가 방어에 힘썼다. 그럼에도 오스템임플란트 주가는 속절없이 무너져내렸다. 횡령 사건으로 속앓이를 하던 주주들이 거래재개와 동시에 매물을 던져버린 탓이다. 결국 거래재개 첫날 오스템임플란트 주가는 7% 넘게 내렸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던 주가는 거래정지 이전 12만원선에서 7월 중순 9만원까지 주저앉았다. 회사를 믿었던 주주들은 또 한 번 좌절의 쓴맛을 봐야 했다.

그러던 오스템임플란트는 역대급 실적에 힘입어 다시 빠르게 반등했다. 그해 2분기와 3분기 연이어 분기 기준 최대실적을 갈아치우면서 주가에 불이 붙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결국 두 달 만에 55% 넘게 상승했다.

불붙은 주가에 찬물을 끼얹은 건 이후 강성부 대표였다. 강 대표가 이끄는 행동주의 펀드인 KCGI가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을 대거 매입했다는 소문이 도면서 주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통상 회사 경영권에 영향을 줄 만한 지분을 확보해 개입하는 행동주의 펀드는 이론상 기업 가치를 높여 주주에게 더 큰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과거 엘리엇매니지먼트 같은 외국계 헤지펀드들이 “단기 이익만 추구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기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여기에 중국발 악재가 불안감을 키웠다. 중국에서 정부 주도 대량 구매를 통한 가격 표준화 정책인 VBP가 시행되면 매출 성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전환사채(CB) 보통주 전환에 따른 기업가치 희석과 잠재적 매도 우려 등도 주가 발목을 잡았다. 결국 15만원을 바라보던 주가는 두 달 뒤 또다시 10만원대로 내려갔다.

지난해 3월 31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오스템임플란드 정기주주총회. /뉴스1

막상 뚜껑을 따보니 시장은 중국발 악재를 호재가 됐다. VBP 정책이 리스크가 아닌 기회가 될 수 있다던 분석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지난달 중국 쓰촨성 의료안전국이 공개한 VBP 입찰 수량에서 국내 임플란트업체가 50.1%의 비중을 차지했고, 오스템임플란트는 24.4%로 1위를 기록했다. 결국 주가는 다시 14만원에 안착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일 오스템임플란트는 사업보고서 허위 기재 의혹으로 집단소송이 제기됐다고 공시했다. 오스템임플란트 주주 김모 씨는 지난해 12월 30일 서울남부지법에 소장과 소송 허가 신청서를 냈다. 오스템임플란트가 패소하면 오스템임플란트 주식 거래로 피해를 본 이들에게 인당 1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2021년 말 기준 오스템임플란트 주주는 4만명이 넘는 수준이었다.

여기에 오스템임플란트의 제품이 중국 당국이 정한 표준 미달로 리콜을 받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주가가 장중 18% 급락했다. 회사 측이 해명에 나섰지만, 4% 하락한 수준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후 2거래일 연속 주가가 떨어졌지만, 전날 9% 넘게 반등하며 13만원 수준을 회복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여전히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지정돼있지만, 전망은 밝다는 게 증권가 시각이다. 김충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 기대치에 부합할 것”이라며 “중국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중국 VBP 정책의 수혜주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목표주가로는 19만원을 제시했다. 현 주가에서 35% 이상의 상승 여력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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