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 도로 4%…왜 내렸나

이명철 2023. 1. 1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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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였던 5대은행 예금금리, 한달새 3%대까지 하락
채권시장 안정돼 은행채 발행, 수신 경쟁도 잦아들어
고금리 국면속 대출금리 낮추란 금융당국 압박도 영향
서울 시내 한 은행에 정기예금 금리 안내문이 걸려 있다. 최근 시장금리가 낮아지면서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 또한 인하되는 추세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새해 들어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예금금리를 인하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기준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대출금리도 고공행진 중인데 예금금리만 낮춰 결국 고객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예금금리 인하 추세는 채권시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시장금리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예금금리를 낮춤으로써 대출금리를 낮추게 하려는 금융 당국의 압박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동성 숨통 트이니 예금금리 인상 경쟁 사라져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대표 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금리는 3.94~4.2%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9일(4.81~4.9%)와 비교하면 최고 금리를 기준으로 했을 때 0.7%포인트 낮아진 수준이다. 특히 한 달 전에는 5대 은행 모두 예금금리가 4%대였지만 지금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의 경우 각각 3.98%, 3.94%로 3%대까지 내려갔다.

은행의 예금금리가 낮아진 가장 큰 이유는 시장금리 변화 때문이다. 은행은 보통 예금과 채권(은행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충당한다. 조달한 자금은 대출 등으로 운영함으로써 수익을 낸다. 지난해 하반기 은행의 예금금리는 5%를 돌파한 적도 있는데 이때는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창구가 제한됐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전언이다.

지난해 10월부터 레고랜드 사태가 불거지면서 채권시장이 경색됐고 금융 당국은 시중 유동성을 흡수할 수 있는 은행채 발행을 자제해달라고 촉구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자금 조달의 한 축인 채권 발행이 막히게 되자 예금을 통해 자금을 끌어올 수밖에 없었다. 이에 은행간 금리 인상 경쟁이 일어났고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리면서 예금금리는 오르게 됐다.

지난해 12월부터 은행채 발행이 재개되면서 유동성 공급은 다소 숨통이 트였다. 은행은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채권 발행이라는 선택지가 생긴 만큼 무리한 예금금리 인상 경쟁에 끼어들지 않게 됐다. 채권시장이 안정되자 은행채 발행 금리가 낮아졌고 시장 원리에 따라 예금금리 또한 고점에서 내려오게 된 것이다.

이순호 금융연구원 은행연구실장은 “통상 연말에 자금 수요가 몰리기도 하고 지난해엔 퇴직연금 등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많이 일어났는데 채권시장이 불확실해 (자금 조달 차원으로) 은행의 수신금리가 많이 올랐던 것”이라며 “은행은 저축성 예금과 은행채가 대체적 관계에 있는데 최근 채권시장이 안정되면서 예금금리도 안정됐다”고 설명했다.



◇코픽스에도 영향, 주담대 금리 인하 기대감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인상을 자제하라는 금융 당국의 직간접 압박도 최근 예금금리가 낮아진 주요인이다. 예금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 또한 오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대출 변동금리의 경우 은행들의 자금조달 비용 지수인 코픽스(COFIX)에 가산금리를 통해 결정한다. 코픽스는 8개 은행(신한·우리SC제일·하나·국민·한국씨티·농협·중소기업)의 정기예금·정기적금 등 8개 수신상품의 금리가 포함된다. 예금금리가 오르면 코픽스 또한 상승하고 이에 기반한 대출금리도 오르게 되는 구조인 셈이다.

고금리에 따른 차주 부담이 갈수록 커지자 금융당국은 업계에 대출금리를 낮출 것을 지속 요구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임원회의에서 “금리 상승기에 은행이 시장금리 수준, 차주 신용도 등에 비춰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은행의 금리 산정·운영 실태를 지속 점검·모니터링해달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은행들이 금융 당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에서 대출금리를 낮추기 위해 먼저 예금금리를 낮추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보인다. 예금금리는 대출금리처럼 명확한 산정 방식이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자체적으로 내부 위원회 등을 통해 예금금리를 결정하는데 이때 정책적인 요인도 고려 대상이 된다.

예금금리는 낮아지고 대출금리는 오르면서 은행이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은행연합회는 예대금리차가 커지는 이유로 시장금리 하락 과정에서 예금과 대출의 만기 구조 차이에 따라 빚어진 단기적인 현상이지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며 반박하기도 했다.

앞으로 예금금리가 지속 낮아질 경우 대출금리 또한 하향 추세를 보일 전망이다. 은행연 관계자는 “작년 12월초 이후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예금금리 하락분은 올해 1월 중순경 발표 예정인 코픽스부터 반영돼 주택담보대출금리 변화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명철 (twom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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