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비밀경찰서에 코로나까지 …‘혐중 정서’에 전전긍긍 유학생들
“中 유학생, 학교 질 떨어뜨려” 20대 혐중 정서↑
국내 최다 외국인 유학생은 중국인…대학도 예의주시
“혐오 지양하고, 학내서 보호 방법 찾아야”
[이데일리 권효중 김형환 기자] “괜히 의기소침해지고 밖에서 중국말을 하기도 무서워요.”
서울의 한 대학에 유학 중인 진모(23)씨는 최근 충격을 받았다.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의 유학생 채팅방에 올라온 반중정서 글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중국인에 대한 편견이 담긴 글부터 천안문 사태를 언급하는 게시물까지 중국인 유학생들을 ‘저격’하는 내용의 다양한 글이 유학생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다. 이에 일부 중국인 유학생들은 “본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토로한다는 게 진씨의 설명이다.
지난해 말 불거진 중국 ‘비밀경찰서’ 운영 의혹, 최근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코로나19 방역 강화 조치 등이 겹쳐지면서 국내 혐중정서가 커지고 유학생들도 유탄을 맞고 있다. 중국 유학생은 국내 유학생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데다 학문을 목적으로 온 이들인 만큼 혐오 대상으로 바라봐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 유학생들의 어려움이 커진 데엔 우리 정부와 중국간 갈등이 한몫한다. 지난해 말 불거진 ‘비밀경찰서’ 의혹이 대표적이다. 현재 국가정보원 등 정보당국까지 나서 조사 중인 서울 한 중식당은 유학생 관리에 손을 댔다는 의혹 등에 명확한 해명을 하지 않았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9일 “협업해 중국 유학생을 송환한 기록 등이 없다”며 경찰과 협력을 했다는 주장을 일축, 의구심을 키웠다.
코로나19 방역조치에서 시작된 양국 정부의 신경전도 계속되는 중이다. 우리 정부는 올해부터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방역 조치를 강화했고, 중국은 이에 맞서 지난 9일 한국인에 대한 중국행 단기 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5일엔 확진 판정을 받은 후 격리시설에서 달아났던 중국인 남성이 붙잡히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중국인발 코로나 재확산’ 우려를 키웠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 유학생들과 함께하는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중국 혐오’ 정서가 번지는 양상이다.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등을 보면 “학교에서 중국인들을 보면 반중정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글이 적지 않다.
서울 동대문구 대학에 재학 중인 이모(23)씨는 “뉴스를 봐도 중국이 워낙 비상식적인 행동을 많이 하지 않느냐”며 “중국인 유학생이 들어오면서 학교 수준도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20대들 일부는 중국인을 비하하는 ‘짱깨’라는 표현을 활용, ‘착짱죽짱’(착한 짱깨는 죽은 짱깨뿐) 등의 도넘는 비하 표현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쓰고 있다.
유학생 중 최다·학내 재정 도움…“위험 빠지게 둬선 안돼”
현재 중국인 유학생은 국내 유학생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유학생은 총 6만7439명에 달했다. 국적 기준 유학생의 수는 최근 3년간 △중국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순으로 많았는데, 이들 상위 3국 중 중국인 유학생의 비중은 3년 내내 40%를 넘겼다.
학령인구 감소와 계속된 등록금 동결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으로선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유학생은 포기할 수 없는 수익원이다. 내국인 등의 입학 정원은 법적으로 늘릴 수 없지만, 외국인의 경우 ‘정원외 모집’이기 때문에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등록금 수입 등이 늘어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일부 대학은 반중정서가 중국인 유학생 감소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수도권 대학의 처장급 관계자는 “외국인 유학생, 특히 중국인 유학생은 수도권 주요 대학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라며 “반중정서가 널리 퍼져 중국인 유학생이 한국으로 오는 것 자체를 꺼릴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른 수도권 대학에서 국제교류 업무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국제교류의 측면에서 반중정서를 일종의 위험요소로 판단해 늘 주시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문가들은 학교 당국에서도 유학생 보호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내 중국인 유학생은 항상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있어서 학교 당국 차원에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유학생들과 내국인이 교류하는 자리를 마련한다거나 관련한 지침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권효중 (khji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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