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멈췄던 ‘새벽배송’ 다시 시작하나

2023. 1. 1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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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의무 휴업 규제 완화…물류 거점 활용해 전국 배송 가능해져

[비즈니스 포커스]

롯데마트는 점포 안에 컨베이어 벨트 등을 설치해 대형마트를 온라인 배송을 위한 물류 거점으로 활용 중이다. 사진=한국경제신문



“만약 규제 완화가 계획대로 실행된다면 다시 새벽배송을 검토할 것이다.”

현재 새벽새송을 중단한 롯데쇼핑 관계자의 설명이다. 롯데그룹의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은 2022년 4월 새벽배송 서비스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2020년 5월 새벽 배송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서비스를 접은 것이다. 대형마트에 가해진 규제가 원인이었다. 대형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월 2회 일요일 의무 휴업’과 ‘새벽 시간(밤 12시∼오전 10시) 영업 금지’ 제한을 받고 있다.

의무 휴업과 영업 금지 시간에는 온라인 새벽배송도 할 수 없었다. 이렇다 보니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와 원활한 경쟁이 이뤄질 리 만무했다. 시간이 갈수록 이커머스와의 거래액 격차는 더욱 벌어졌고 결국 롯데는 ‘백기’를 들었다.

하지만 2023년 들어 상황이 급반전됐다. 앞으로 대형마트도 영업시간 제한이나 의무 휴업일에 관계없이 새벽배송과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2년 12월 28일 대형마트 새벽 시간, 의무 휴업일에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상생안을 발표했다. 2012년 관련 규제가 시작된 지 약 10년 만에 대형마트에 박힌 규제라는 대못이 뽑아질지 주목된다.


대형마트 “성장보다 생존 걱정”

상생안의 골자는 대형마트가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에 대해 한 달에 2번인 일요일 의무 휴업일에도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영업 금지 시간인 새벽 시간에도 오프라인 점포에서 온라인 배송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각 기관이 의무 휴업일 지정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을 강화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물론 현행법도 공휴일 휴무가 원칙이지만 이해 당사자가 합의하면 평일 지정이 가능하기도 하다. 다만 수많은 지자체들이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감안해 이를 실행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었다. 현재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 지자체는 전국 177곳 중 51곳에 불과하다. 이번 협약을 계기로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일이 손님이 몰리는 주말이 아닌 한산한 평일로 지정하는 지자체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번 합의 실행을 위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당초 기대했던 의무 휴업일, 영업시간 금지 폐지까지는 협약이 이뤄지지 못했다. 다만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 시간에 온라인 배송이 가능하게 된 것 만으로도 업계에서는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동안 대형마트업계에서는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인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규제가 적용됐을 당시와 지금의 상황이 너무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에 규제가 적용된 시점은 2012년이다. 이때 상황은 가히 대형마트의 ‘전성기’라고 불릴 만했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들이 동네마다 우후죽순 들어섰다.

대형마트의 문만 열었다 하면 손님들이 몰렸고 이에 따라 골목 상권을 죽이는 주범으로 지목되며 결국 ‘의무 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이라는 족쇄가 채워지게 됐다.


공은 국회로 돌아가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주문한 상품을 하루 만에 배송해 주는 이커머스의 등장이 결정적이었다. 편리함을 무기로 한 온라인 쇼핑의 규모는 해를 거듭할수록 확대됐고 대형마트들은 큰 어려움에 빠졌다.

규제가 처음 적용됐던 2012년만 하더라도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는 30조원대에 불과했다. 이제는 어떤가. 2022년 200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이런 추세는 대형마트의 어려움으로 이어졌다. 이를테면 업계 1위인 이마트는 2019년 2분기 영업이익이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할 만큼 상황이 나빠졌다.




이런 가운데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는 이런 대형마트의 상황을 더 안 좋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외출 자체를 꺼리면서 점포 안에는 발길이 뚝 끊어졌고 급기야 대형마트들은 성장이 아닌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유통 시장이 이커머스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업체 간 대결이 경쟁의 주요한 프레임으로 바뀌었다. 전통 시장과 대형마트라는 경쟁 구도는 의미가 퇴색했고 10여 년간의 마트 규제로 전통 시장이 활성화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유통 시장의 주도권을 온라인 커머스 기업들이 가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규제는 반드시 개선이 필요한 사안이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의 주장이다.

쇼핑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전환된 만큼 대형마트들 역시 ‘온라인 강화’에 나섰지만 과거 잘나가던 시절에 가해졌던 ‘의무 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이라는 규제에 발목을 잡혔다.

의무 휴업에 걸리다 보니 주말 배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빈번했고 새벽배송 자체가 불가능해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외면은 커져만 가는 상황이었다. 반대로 이커머스 기업들은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으며 급성장, 대형마트업계에서는 ‘역차별’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마침내 새벽 시간, 의무 휴업일에 온라인 배송 허용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점에 큰 의미가 있다”며 “그동안 이커머스와의 공정한 경쟁 자체가 불가능했는데 이번 협약에 따라 온라인 시장에서 본격적인 반격에 나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상생안이 실행되면 전국의 수많은 대형마트들을 새벽배송을 위한 전초 기지로 활용할 수 있어 대형마트들은 무엇보다 새벽배송에 큰 강점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수많은 대형마트들이 온라인 강화를 위해 대형마트 점포를 물류 거점으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해 온 상황이라 상생안이 실현만 된다면 당장에라도 새벽배송에 나설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마트만 하더라도 전체 약 160개 점포 중 120여 개 이상을 온라인 물류 처리가 가능한 ‘PP(Picking&packing)센터로 구축한 상황이다. 롯데마트도 20여 개에 달하는 점포를 물류 처리가 가능한 스마트 스토어로 구축해 놓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이커머스 시장은 사실상 쿠팡이 승기를 잡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지만 이번 규제 완화가 시행된다면 전국 곳곳에 대형 점포를 구축한 대형마트들이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법안 내용에 이번 상생안의 내용을 조항에 넣어야 한다.

고상범 체인스토어협회 팀장은 “국회에서 개정안 처리가 무산되면 이번 상생안 역시 실행되지 못한 채 물거품이 돼 버릴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같은 상생안이 발표되자 소상공인들이 다시 크게 반발하는 상황이라 여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국회로서는 난처할 수밖에 없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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