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거래소 이사장 "코스피 왕따는 주주홀대 탓…올해는 바꿉니다"
쪼개기 상장 심사 대폭 강화…주주가치 훼손, 좌시 않는다
(서울=뉴스1) 강은성 이기림 기자 = "한국 증시가 유난히 많이 하락한 원인은 주주홀대 때문입니다. 큰손들이 우리 시장을 떠나고 있어요. 과거엔 북한의 도발 등 '지정학적 이유'가 해외투자자들의 외면을 받는 요인이었지만 이제는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와 비지배주주를 홀대하는 국내 기업의 관행으로 투자 매력을 잃고 있습니다."
손병두 한국거래소(KRX) 이사장은 지난해 코스피가 무려 25%나 하락한 원인을 이렇게 진단했다.
2021년 코스피가 전례없는 유동성에 힘입어 3300선까지 치솟고 아시아 최고 상승률을 기록할 때는 주주홀대나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같은 문제가 가려진 측면이 있었다.
그런데 하락장을 맞이하자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한국 증시를 늪으로 끌어들였다. 11일 <뉴스1>이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서면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손 이사장은 이같은 부분을 짚었다. 올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역량을 총 집중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국내 증시 지난해 등락률, 사실상 전세계 '꼴찌'
지난해 코스피는 2236.40으로 한해를 마무리했다. 개장날 2988.77에서 752.37포인트, 25.17% 하락한 수치다. 2211조원에 달했던 코스피 상장사 시가총액은 폐장일 1767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살인적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이에 따른 글로벌 금리인상 및 긴축으로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되면서 낙폭이 컸다.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파고는 전세계 증시를 덮쳤지만, 유독 코스피의 낙폭이 크다는 점은 뼈아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지수 등락률(코스피 인덱스 기준)은 27개 국가(G20+아시아)중 25위였다.
우리나라보다 지수가 더 하락한 시장은 베트남(VNINDEX Index)과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세계로부터 경제제재를 받아 증시가 폐쇄되기까지 했던 러시아(RTSI$ Index) 정도다. 전쟁국가를 제외하면 국내 증시 하락률은 전세계 꼴찌 수준인 셈이다.
우리 증시가 해외 지수보다 유독 하락폭이 큰 이유는 '큰손'들이 코스피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25조원 이상을 패대기쳤던 외국인은 작년에도 6조8000억원 넘게 코스피를 팔아치우며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심지어 국내 기관투자자들도 11조3757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은 2021년에도 38조6263억원 규모의 코스피를 내던졌다.
왜일까.
이에 대해 손병두 이사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지적은 지난 2000년부터 무려 23년째 반복해 제기되는 부분"이라면서 "한국 지배구조에 대한 평가는 전세계 139개국 중 90위권 수준으로 아직도 개선되지 않았으며, 특히 최근엔 소액주주를 홀대하는 문제가 해외 투자자들에게 더 심각하게 부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전세계 45개국 3만2000여개 상장기업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10년(2012~2021년) 기준 한국 상장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선진국의 52%, 신흥국의 58%, 아시아태평양국가의 69% 수준에 불과해 저평가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삼성전자나 LG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 등 세계적으로도 경쟁력 있는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장부가치의 절반도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5년, 10년 씩 거액을 장기투자하는 기관투자자 입장에선 이런 기업에 쉽사리 투자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단타 위주의 거래가 주를 이루면서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하락장에서 낙폭이 커졌다.
◇K디스카운트 해소에 총력…쪼개기 상장 심사 강화
고질적인 병폐라고 탓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국내 증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나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거듭나기 위해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쪼개기 상장’ 등을 상장 심사 단계부터 걸러낸다는 방침이다.
손 이사장은 "거래소는 기업의 성장단계에 맞는 맞춤형 지원체계를 구축해 유망 혁신기업의 상장을 촉진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지만, 모회사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쪼개기 상장은 심사 단계에서 '주주보호 노력'을 중점적으로 살펴 주주가치가 제고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기업들의 지배구조 투명성과 건전성 개선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계속 고민하겠다"면서 "특히 주주에 대한 배당정책 강화 등 주주중심 경영이 정착될 수 있도록 정책당국과 협조해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제기준과 기업실정을 균형 있게 고려한 ESG기준을 마련해 글로벌 하위권인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 불투명성도 완화해 나가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코스피가 반등하려면 해외 큰손들이 국내 증시에 매력을 느껴 투자를 늘려야 한다. 올 들어 코스피 지수는 123포인트, 5.5%가량 상승했는데,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가 지수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에 금융당국과 거래소도 외국인 투자환경을 개선해 외인 유입을 늘리는 것을 올해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손 이사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단순히 '외국인 투자제도' 등을 가지고 왈가왈부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 전반과 기업경영 문화를 개선하라는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에 거래소는 금융당국과 함께 외국인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상장사들에 선진적인 지배구조 도입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금융위원회 등 당국과 협의해 외환시장, 외국인 등록제도, 배당절차 등과 관련해 외국인 투자자 불편사항을 획기적으로 완화하기 위한 개선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손 이사장의 설명이다.
아울러 영문 정보 확대를 통한 정보 접근성 제고 노력 또한 병행하고 있다.
손 이사장은 동학개미나 외인 큰손 가리지 않고 한목소리로 요구하는 것은 무엇보다 안정적 투자활동을 돕는 '예측가능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불공정 행위에 대한 단호한 대응과 함께 △위법행위 등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일관성 있는 규제의 적용 △부정행위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사전적 소통 노력을 이어나가겠다고 손 이사장은 설명했다.
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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