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북미 정상회담 '비판적 기술'…美에 "제재 해제, 선물이나 되는 듯 굴어"
"소탈·겸허·인정미 넘쳐"…김정은 칭송하는 데 초점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지난해 "비핵화 협상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천명한 북한이 여전히 북미 정상회담 자체는 '성과'로 내부에 선전하고 있음이 12일 확인됐다. 다만 북한은 북비 정상회담 당시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은 철회하지 않고 "제재 해제를 큰 선물이나 되는 듯 들고다녔다"면서 회담 결렬의 책임을 재차 미국에 돌렸다.
북한 '외국문출판사'는 최근 '세계가 본 김정은 영도자'라는 제목의 책자를 통해 20여 개 부문, 173쪽에 걸쳐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10년 간 업적을 상세히 소개했다.
이 중 '명망높은 정치가' 부문에서는 싱가포르, 하노이, 판문점에서 이뤄진 북미 정상회담 당시 일화와 김 총비서에 대한 평가 등을 실었다.
북한은 '공동성명'을 도출해낸 싱가포르 회담을 언급하면서 "가장 적대적인 두 나라 수뇌분들의 첫 회담이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하여 빛나는 성공을 거두게 되자 세계 여론은 삽시에 경탄과 찬사의 열기로 들끓었다"라고 강조했다.
또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김 총비서를 만난 뒤 기자들에게 '위대한 인격을 갖춘 뛰어나고 훌륭한 협상가', '굉장히 많은 재능을 가지고 있으며 자기 조국을 매우 사랑하는 분' 등 "'폭풍 칭찬'을 쏟아냈다"라고 주장했다.
'노딜'로 끝난 하노이 회담에 대해서도 북한은 "세계 여러 나라의 각계 인사들이 김정은 동지의 높은 자주적대와 배짱에 탄복을 금치 못해하였다"면서 러시아의 한 언론은 "김정은 영도자와의 상봉을 위하여 콧대높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까지 날아간 것 자체가 조선의 승리"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2019년 6월30일 판문점 북미 정상 간 조우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이미 두 차례 만남을 통하여 김정은 동지에 대하여 매우 믿음이 가고 진실한 분이시라는 것을 느꼈고 그러한 인간적 매력에 끌려 친서 교환을 진행하여 왔으며 이번에 사전 준비 없이 판문점에서도 상봉도 요청했던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북한은 책자에서 '조미(북미)관계에 대한 조선의 원칙적 입장'은 김 총비서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밝힌대로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이 계속 노골화된다면 조선의 행동도 이에 맞춰질 것이며 미국이 대화를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겠다면 올바른 자세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가지고 나올 때 응할 수 있다는 것"이라는 '원칙적' 입장을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에서 △일부 정계 인물들이 최대의 압박을 부르짖으며 대화 분위기를 흐려놓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지를 공약한 군사연습들이 명칭만 바꿔 재개되고 있었으며 △제재 해제를 큰 선물이나 되는 듯 들고다니며 북한에 강도적 요구를 내리먹이려 했다고 주장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국에 들어앉은 새 행정부 역시 판에 박은 타령을 하면서 저들이 의도하는대로 조선을 움직여보려고 어리석게 행동하였다"라고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
자신들이 지난해 9월 말부터 10월초, 11월초에 진행한 각종 대규모 군사훈련도 "미국을 비롯한 적대세력들의 군사적 압박에 대한 공식 대응이며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대한 조선의 대답"이라며 합리화했다.
이 책자는 김 총비서의 영도력를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추긴했지만 북미 간 대화가 멈춘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미국에 돌리기 위한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총비서는 지난해 12월26일부터 엿새간 열린 당 중앙위원회 8기 6차 전원회의에서 한미를 향한 '강 대 강, 대적 투쟁' 기조를 재차 밝히고, '핵무력' 중심의 국방력 강화 의지를 밝히면서 '대화는 없다'라는 기조를 재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적대세력들의 우려스러운 군사적 동태에 대처"했다며 미국에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다만 북한이 작년에 실시할 것으로 예상됐던 7차 핵실험을 아직 감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의 '태도 변화'가 있다면 북한과 대화가 올해 중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편 북한은 책자에서 김 총비서가 싱가포르에서 "대단히 소탈하고 겸허하며 인정미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책자는 김 총비서가 먼저 회담장에 도착해 '나이가 많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예의'를 보여줬고, "회담 과정에서는 상대를 편안하게 만드는 예의와 배려, 기지있는 유머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라고 강조했다.
sse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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