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신 당한 흥국생명, 권순찬 감독에게 '삼고초려'할 때[초점]

[인천=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김기중 감독이 흥국생명 감독직을 고사했다. 이제 흥국생명의 사령탑 자리는 기피대상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감독 없이, 코치도 부족한 채 남은 시즌을 치를 수는 없다. 진퇴양난에 빠진 흥국생명이다.

흥국생명은 11일 오후 7시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펼쳐진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과 4라운드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2-3(28-30, 20-25, 25-16, 25-21, 11-15)으로 패했다.

권순찬 전 감독. ⓒKOVO

이로써 흥국생명은 승점 48점으로 2위를 기록했다. 1위 현대건설(승점 53점)과의 승점차는 5점차로 벌어졌다.

풀세트 접전이 펼쳐졌을 정도로, 이날 흥국생명 선수들은 1위팀 현대건설을 상대로 훌륭한 경기력을 뽐냈다. 하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승부처마다 감독의 부재가 뼈아프게 다가왔다.

김대경 감독대행이 흥국생명을 이끌고 있지만 경험 면에서 역부족이다. 심지어 코치도 부족하다. 코치로 남아있는 사람은 김대경 감독대행 외에 최지완 코치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대경 감독대행은 경기 전 선수들의 워밍업 시간에 공을 올려준다. 코치와 감독 역할을 모두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난 2일 경질된 권순찬 전 감독의 빈자리가 너무도 커지고 있다. 현대건설의 양효진은 11일 경기 후 "상대팀이지만 감독님이 시즌 중에 안 계시다보니, 팀 내부적으로도 분위기가 잡히지 않을 것 같다. 좋은 분위기에서 (경기를) 치르지 못했던 것 같다"고 흥국생명의 문제를 진단했다.

그럼에도 흥국생명은 감독과 코치를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감독의 고유권한인 선수 기용 개입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탓이다. 지난 6일 흥국생명의 신임 감독으로 발표됐던 김기중 감독은 흥국생명 감독직을 고사했다.

기적처럼 감독과 코치를 구한다고 해도, 선수들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미 구단과 선수단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어진 가운데, 구단이 데려온 감독과 코치를 쉽게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연경. ⓒKOVO

김연경은 지난 5일 IBK기업은행전 이후 "다음 감독이 오신다고 해도 신뢰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회사에서 원하는 감독은 회사의 말을 잘 듣는 감독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경 감독대행 또한 11일 "(구단과 코칭스태프) 인원 충원에 대해서 얘기를 했었다. 그런데 일단 외부 인원이 들어왔을 때, 분위기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어서 신중하게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감독과 코치를 데려오기도 힘들고, 받아들이기도 어렵다면 답은 한가지다. 권순찬 전 감독을 복귀시키는 것이다. 이를 해낸다면, 팀을 떠났던 이영수 수석코치도 돌아올 수 있다.

물론 흥국생명에 대한 신뢰를 잃은 권순찬 전 감독으로서는 쉽게 복귀할 수 없을 것이다. 흥국생명도 불과 경질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머리를 숙이고 들어가기는 어렵다.

권순찬 전 감독. ⓒKOVO

하지만 흥국생명은 이미 한번 경질했던 감독을 다시 복귀시킨 바 있다. 2005~06시즌 경질했던 故 황현주 감독에게 2006~07시즌 지휘봉을 맡겼다. 그 어려운 일을 흥국생명이 해낸 것이다.

흥국생명으로서는 권순찬 전 감독밖에 대안이 없다. 선수들이 믿고 원하는 감독이 권순찬 전 감독이기 때문이다. 권순찬 전 감독의 마음을 돌릴 흥국생명의 삼고초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