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자 “故남편 보내면서 몸부림 치며 울어→대사 못 외우면 연기 관둘 것”(유퀴즈)[어제TV]

서유나 2023. 1. 12.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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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서유나 기자]

가족과 연기에 대한 애정으로 꽉 찬 배우 김혜자의 인생이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1월 11일 방송된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 176회에서는 '인생 드라마' 특집을 맞아 61년 차 배우 김혜자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드라마 '전원일기', '사랑이 뭐길래', '엄마가 뿔났다', 영화 '마더' 등에 출연하며 '국민 엄마' 수식어를 얻은 김혜자는 실제로도 1남 1녀를 자식을 둔 엄마. 이날 자식들에겐 어떤 엄마냐는 질문에 김혜자는 "(나는 엄마로서) 빵점"이라며 미안함을 드러냈다.

김혜자는 "참 미안한 게 연기밖에 몰랐다. 대본이 나오면 그거 갖고 내 방에 틀어박히는 거다. 우리 아들이 커서 '엄마가 대본을 갖고 있으면 엄마 앞에 장막이 쳐진 것 같았다'고 하더라. (또 어느날은) 우리 딸이 아프다는 연락이 왔다. 가서 배가 아프다길래 문질러줬더니 한참 있다가 '하지 마. 나 불편해'라고 하더라. 내가 얼마나 배를 안 문질러줬으면…"이라고 일화를 전했다.

그러면서 "저는 그래서 연기를 똑똑히 해야 한다. 아이들을 그렇게 외롭게 하고, 연기도 흐지부지하고 있으면 정말 면목없다. 걔네에게 '너네 엄마는 어쩜 이렇게 연기를 잘하니'라는 소리라도 듣게 해줘야 한다"고 부채감을 전했다.

김혜자는 살림과도 거리가 멀었다. 김혜자는 '콩나물 따는 것도 연기'라는 항간의 소문이 사실이라고 쿨하게 인정하며 "내가 부엌에를 안 들어갔으니 제일 무서운 역이 부엌살림 잘하는 주부. 좋은 주부들은 부엌에 들어가면 딱 어울리잖나. 난 부엌에 들어가면 이방인 같다"고 밝혔다. 심지어 연기를 위해 고두심, 김수미에게 물어 살림을 연습한 경험도 있었다.

이처럼 연기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김혜자에 지난 1998년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남편은 생전 걱정이 많았다. 김혜자는 남편이 "참 좋은 사람"이라며 눈물을 울컥하더니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실 때도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데 어떡하나' 그랬다. 내가 '나 다 해요. 이제 다 할 줄 알아요. 걱정마요'(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김혜자의 남편은 한자를 잘 못 쓰는 김혜자를 위해 항상 '축의', '부의' 등 경조사 봉투를 써줬다. 김혜자는 "남편이 아프고 그러니 '나 이거(경조사 봉투) 많이 써줘요. 자기 없으면 어떡해'라고 했더니 정말 이만큼 써주고 갔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미안하다. 얼마나 철딱서니 없냐. 아픈 사람에게 그것 많이 써달라고… '자기 없으면 안돼'라는 표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김혜자는 남편의 추억을 계속 이어갔다. 순대가 먹고 싶다고 하면 고급 음식점에서 순대를 사다 주었던 남편은 시장 순대가 먹고 싶던 김혜자가 "이런 순대말고"라고 투정하면 밤에 산책인 척 나가 다시 시장 순대를 사다주곤 했다.

김혜자는 "그걸 잊지 못하겠다. 저는 이런 기도를 한다. '전 어쩌면 나쁜 생각도 많이 해 천국을 못 갈지도 모르는데 죽으면 천국 문 앞까지는 데려다 주세요'라고. 우리 남편은 너무 좋은 사람이라 물론 천국에 가있다. ''미안해. 자기 살았을 때 너무 잘못했지'라는 말을 꼭 해야 하니 문 앞은 가게 해달라'는 기도를 하면서도 스스로 한심하다"고 밝혔다.

김혜자는 "우리 남편이 나보다 11살이 많다. 그래서 나를 맨날 어린 아이처럼 봤다. (다시 만나면) 내가 누나처럼 잘해줄 것 같다. 그런데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 다 죽었는데…"라면서 "무슨 풍습인지 모른다. (남편 보내던 날) 관에서 꺼내서 그냥 흙에다 넣고 딱딱해지게 밟더라. 정말 몸부림치면서 밟지 말라고 울었다. 아플 것만 같았다"고 이별의 기억을 떠올려 안타까움을 줬다. 김혜자는 남편과의 저세상에서의 만남을 기약했다.

이날 김혜자는 '주인공이 아니면 하지 않는다', '다작을 하지 않는다'는 항간의 소문도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러곤 "지금은 작가분들이 다 잘 쓴다. 근데 한참 때는 주인공은 잘 쓴다. 근데 그 외의 배역은 주인공만큼 잘 안 쓴다. 그러면 주인공을 해야하지 않겠냐. 그래서 난 주인공만 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다작하지 않는 것에 대해선 드라마가 끝난 뒤 널브러지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배역 하나에 온 힘을 다 쏟아내다 보니 자주 할 수 없고, 가사일도 할 수 없다고.

김혜자는 "그런 걸 우리 남편도 아들도 아니까 그게 너무 고마웠다. 우리 남편 가셨을 적 어떤 사람은 '저렇게 모를 수가 있나? 연극하는 거 아냐?'라고 그랬다. 우리 아들이 그때 고등학생인가 그랬는데 날 뒤에서 안아주더라. '우리 엄마가 얼마나 순진한지는 아빠는 아는데, 아빠는 가고 어떡하지 우리 엄마'라고 하더라. 우리 아들도 나를 아는구나 그랬다"면서 남편과 아들에 대한 고마움을 넌지시 드러냈다.

이런 김혜자는 요즘의 고민을 묻자 "나를 잘 끝마치고 싶다. 이제 아무래도 외우는 게 그전같지 않다. 그전에 10번 했으면 20번 하고 30번 한다. 이렇게 해도 안 외워질 때면 연기를 그만둬야 한다. 연기는 내가 하는 말이다. 자기가 하는 말도 모르면 어떻게 연기를 하겠냐. 내가 할 말을 모르고 본다? 저에게 불가능할 일이라 제일 두렵다. 기억력이 없어지면 그만둬야 되는데 그 순간이 언제 올까. 80세가 넘으니 그게 제일 두렵다"고 걱정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김혜자는 "나는 앞으로 무슨 역이 주어질까 생각만 해도 설렌다. 그러니까 어떡하냐. 연기를 해야지. 내가 하고 싶은 연기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생에 감사하다"며 여전한 연기에 대한 애정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이날 김혜자는 영화 '마더'를 찍으며 봉준호 감독에게 혼나고,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대본 연습을 하며 노희경 작가에게 한소리를 들었던 경험을 전하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은 김혜자가 연기를 하다 뭐가 잘 안 돼 울먹거리니 '우시는 거 말고요!'라고 소리쳤고, 노희경 작가는 가족이 모두 죽은 기구한 삶의 강옥동 역을 너무 귀엽게 소화하니 "(그러면) 누가 선생님을 또 캐스팅하겠냐"고 모질게 말해 김혜자에게 "이게 미쳤나"라는 황당함을 안긴 바 있었다.

하지만 61년 차 배우 김혜자는 매번 본인의 연기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며 상대방의 조언을 흡수하고 더 좋은 배우로 나아갔다. 김혜자는 "선생님도 여기저기 많이 혼나신다"는 유재석의 말에 "그렇게 혼나지 않으면 내가 엄마하는 습관이 남아있는 거다. 바보 아니면 받아들여야 한다"며 매번 '국민 엄마'로서 인생 배역을 탄생시키는 이유를 간접적으로 드러내 감탄을 안겼다. (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캡처)

뉴스엔 서유나 stranger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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