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뒷받침 되면 정신력-투혼 승부 열쇠, 새 감독 역량에 '필수 조건'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정신력, 파이팅, 투혼 같은 부분들이 포함된다."
한국 축구는 강인함으로 대표된다. 물고 늘어지며 결과물을 얻어내는 힘이 있다. '붉은악마'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저돌적이고 끈기를 앞세운 경기력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월드컵처럼 큰 무대에서는 투쟁심을 앞세운 것이 전부였고 대부분 16강 진출 문턱을 넘지 못했다. 홈에서 열렸던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빼고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웅크리는 전략으로 16강 티켓을 얻었다.
'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소위 '졌잘싸'는 늘 아쉬움을 남기는 단어였다. 세계 무대에서는 여전히 언더독 입장이었다. 그나마 2018 러시아 월드컵 이후 4년 넘게 파울루 벤투 감독과 코치진이 동행하면서 확고한 철학이 생겼고 카타르에서 주도적인 경기력을 보이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세계 무대에 '우리 것'을 능동적으로 해내는 것이 가능함을 확인한 셈이다.
'독일인'으로 한국 축구를 4년 넘게 지켜봤던 마이클 뮐러 신임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은 1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열면서 흥미로운 단어를 몇 차례 반복했다. 바로 '정신력'이었다.
그는 카타르에서 기술연구그룹(TSG)의 일원으로 관전했다며 "더는 강팀, 약팀이 없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준결승 이상에 올라간 세 팀 정도가 강한 정신력과 투혼이 있었던 것 같다. 단순히 빠르게 뛰는 게 아니라 결정하는 부분에서 역동적인 부분들을 많이 보여줬다"라고 전했다.
뮐러 위원장의 말대로 4강에 올랐던 크로아티아는 16강 일본, 8강 브라질전에서 승부차기 혈투를 벌이며 4강에 올랐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했다는 말이 딱 맞는 경기력이었다. 예상치 못했던 모로코도 불굴의 투지로 16강에서 스페인을 승부차기로 눌렀고 8강에서 포르투갈에 1-0으로 승리하며 지키는 능력을 보였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충격적인 1-2 역전패와 마주했던 아르헨티나도 가장 큰 고비였던 8강 네덜란드전에서 골잔치를 벌이며 3-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로 웃었고 결승에서도 놀라운 집중력으로 프랑스를 승부차기로 꺾으며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이후 36년 만의 우승 기쁨을 얻었다.
프랑스를 뺀 세 팀의 공통점은 위기 극복 능력이 뛰어나고 경기 일정이 빡빡한 상황에서도 체력과 정신력이 모두 조화를 이뤘다는 점이다. 해결사가 부재하거나 결정력이 떨어지면 조직력을 앞세워 한 골 차 승부에서 버텨내는 모습도 보였다. 또, 지도자들의 일관성이 이어지면서 선수들의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 올렸다는 특징도 있다.
체력과 정신력 기반에서 전술 변화가 수시로 일어나도 이행 가능한 실력도 있어야 한다. 뮐러 위원장은 "다양성이 증가했다. 팀들이 경기 중간중간에, 또 경기마다 전술 변화가 굉장히 다양했다. 개개인 선수가 발전하는 부분들이 놀라웠고 선수들이 팀 조직력을 보여주는 모습도 달라졌다. 그리고 정신력이었다"라며 오래 구축한 팀이 특징이 살아 있는 상태에서 뼈대가 흔들리지 말아야 함을 숨기지 않았다.
독일 축구는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것이 대표적이다. 물론 러시아, 카타르에서 연이어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와 마주했지만, 세계 정상권 실력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분데스리가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다음으로 수준이 높고 많은 지도자가 세계에서 활약하며 독일 축구의 철학을 전파 중이다.
뮐러 위원장도 기술발전위원장을 경험하면서 한국 성인대표팀부터 유소년까지 디자인, 어느 정도 궤도에 올려놓았다. 이제 성인 대표팀의 리더를 세우는 연결자, 디자이너를 해줘야 한다. 그가 모든 축구의 기반에 정신력, 투혼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선수 개개인의 기술과 가능성이 충만함을 확인함과 동시에 지도자 선임 과정에서 이를 극대화할 능력자의 선임 확률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팀을 하나로 묶을 뮐러 위원장의 감독 찾기가 더 흥미로워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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