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초반” 대 “5% 후반”…중국 올 성장률, 코로나에 물어봐
[세계경제 빨간불]
“향후 몇달간 중국은 어려울 것이며… 글로벌 성장에 끼치는 영향도 부정적일 것이다.”(1월1일,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 총재)
“중국이 ‘위드 코로나’에 익숙해지게 되면 경제 활동이 강하게 반등할 것이다.”(지난해 12월31일, 제임스 킹 차이나 컨피덴셜 앤 런민비 컴퍼스 대표)
올해 세계 경제 회복의 열쇠를 쥔 중국 경제의 향방을 놓고 국제기관과 전문가들이 각각 다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들의 전망이 엇갈리는 가장 큰 이유는 정점을 향하는 것으로 보이는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세에 대한 평가가 다르기 때문이다. 현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예측치가 4% 초반에서 5% 후반대까지 넓게 분산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속단하긴 어렵지만, 주민들의 일상 회복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확진자 급증으로 문 닫은 공장들이 2~3주 만에 문을 열고 있고, 지난해 폐업했던 각 도시의 상가들도 속속 영업을 시작하고 있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14억 인구가 코로나19에 확진됐다가 회복되는 과정을 거쳐 올해 3~4월께엔 안정기에 접어들고, 그에 따라 경제도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 보고 있다.
물론 부정적 전망도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한번에 그치지 않고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더 강한 증상을 일으키는 새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할 수 있다. 또 3년 동안 이어진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극적으로 반등하기 어렵다거나, 중국의 고도성장을 이끌어온 수출도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살아나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이 두 견해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의 수준이 결정된다.
주요 국제 투자은행들은 내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5% 이상으로 전망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지난달 12일 중국의 경제 활동이 원만하게 재개된다면 내년 경제성장률이 5.8%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주요 기관 중 예측치가 가장 높다. 모건스탠리도 지난 10일 기존 전망치 5.4%를 5.7%로 올렸다. 이 은행은 “경제가 되살아나는 데 따른 광범위한 파급 효과와 구조적 회복 가능성이 큼에도 시장이 이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지난달 19일 다른 금융기관보다 다소 낮은 4.8%의 성장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이 역시 이전 전망치(4%)보다 0.8%포인트 상향 조정된 것이다. 노무라증권은 지난달 16일 중국 당국이 내년 경제 우선순위를 결정하기 위해 연 중국공산당 경제공작 회의에서 국내 소비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민간 부문과 디지털 경제, 부동산 부문 등 활성화에 주력하기로 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도 지난달 31일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5% 이상일 것으로 예측하면서 “중국 정부의 방역 완화는 당분간 재확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지만 한해 동안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 경제 기구들은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4% 초·중반대로 예측했다.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이 나란히 4.3%로 낮았다. 세계은행은 10일 코로나가 확산하고 외부 수요가 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성장률 전망을 지난해 6월 전망치보다 0.9%포인트 낮췄다. 아시아개발은행도 지난달 14일 코로나19 봉쇄로 인해 중국의 가계 소비 회복이 제한되고,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 경제 회복에 부담을 끼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제통화기금과 경제협력개발기구는 각각 4.4%와 4.6%를 예상했지만, 이는 중국이 위드 코로나로 본격 전환하기 전인 지난해 10~11월 내놓은 것이기 때문에 바뀔 가능성이 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은 전망치를 낮출 것으로 보인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지난 1일 미국 언론 인터뷰에서 앞으로 몇달 동안 코로나 감염의 “들불”이 중국 경제를 강타하고 지역 및 세계 경제의 성장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도 40년 만에 처음으로 세계 평균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내부에서는 일부 학자들이 6~8%의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 가운데 5%대의 차분한 전망도 있다.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 부이사장이자 전 상무부 부부장(차관)인 웨이젠궈는 지난달 17일 한 포럼에서 “2023년 중국 성장률이 8%에 달할 것”이라며 “내수 진작을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실시되고 디지털 경제, 스마트 제조, 도시 발전, 친환경 발전 등이 성장동력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중국 국무원에 소속된 최대 싱크탱크인 중국 사회과학원은 내년 자국의 경제성장률을 5.1%로 전망했다. 사회과학원은 지난해에는 5.3% 성장률 전망을 했는데 이는 중국 당국의 목표치인 ‘5.5% 안팎’과 엇비슷한 것이다. 베이징대 국민경제 연구센터도 5.5%를 전망하면서 수급 난조와 내수 및 수출,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이 올해 중국 경제에 도전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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