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거짓의 유통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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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한 유력 정치인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그는 2011년 또 다른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공직을 잃고 피선거권도 박탈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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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한 유력 정치인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그는 2011년 또 다른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공직을 잃고 피선거권도 박탈된 상태였다.
그는 재판과정에서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했다. “돈을 주었다는 사람이 진술을 계속 번복한다. 종업원이 드나드는 음식점에서 돈을 줬다는 것은 누가 봐도 의심스럽다. 무더운 날씨에 5만원권 현금다발을 몸에 지니고 왔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 등등. 그러나 재판부는 그의 주장을 일축했다.
권력자나 공인이 금품수수나 성범죄 등이 드러날 때 보이는 반응에는 정형(定型)이 있다. “일단 강하게 부인하고 증거가 드러나면 조금씩 인정하라” 범죄심리 학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공인들이 유력한 범죄 혐의에 대처해온 전통적인 방식이라고 판단한다. 명예가 실추되거나 비도덕성이 공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전면 부인의 원인일 수 있다고 한다. 궁극적으로 범죄사실이 확인되면 받게 될 유형과 무형의 죗값에 대한 방어적 행태를 보인다는 설명이다.
500년 전 이탈리아 도시국가에서도 오늘날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다.
“남들에게 알리기 싫은 일이나 이미 저지른 일을 감추고자 할 때는 곧 드러나게 될지라도 일단 정면으로 부정하라. 강하게 부인한다고 해서 불리한 증거를 뒤집거나 불신하는 사람들을 설득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사람들에게 그 말이 옳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다.” 피렌체의 정치가 프란체스코 귀차르디니(1483년~1540년)가 쓴 ‘처세의 지혜’라는 책에 나오는 글이다.
지난 10일 검찰 출두를 앞두고 마이크 앞에 선 제1야당 대표의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들으며 퍼뜩 스친 생각이다. 진실은 검찰도, 재판부도, 그리고 하늘도, 땅도 모른다. 자신이 가장 잘 알지 않을까? 진실과 대면할 시간이 성큼성큼 다가온다. 거짓의 유통기간은 얼마나 될까. 남궁창성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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