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사 논의한다지만…은행 영업시간 정상화 언제될지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영업시간 정상화를 두고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섰다.
먼저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를 먼저 언급한 건 김주현 금융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은 5일 서울 중구 KB국민은행 남대문종합금융센터를 방문해 "코로나19 방역 때문에 1시간 단축했던 은행 지점들의 영업시간을 정상화해야 한다"며 “당장 금융위가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었으면 코로나가 작년에 좀 잠잠해졌을 때 벌써 완화됐을 것”이라고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도 지난 10일 임원회의를 열고 코로나19 거리두기로 단축됐던 은행의 영업시간도 거리두기 해제에 따라 이전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 원장은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로 국민들의 경제활동이 정상화되고 있음에도 은행의 영업시간 단축이 지속되며 시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면서 "은행 노사 간 원만한 협의를 통해 영업시간이 하루속히 정상화되도록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시중 은행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2021년 7월부터 영업시간을 오전 9시 반~오후 3시 반으로 단축 운영 중이다. 당초 오전 9시~오후 4시였던 영업시간을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이후 앞뒤로 30분씩 총 1시간 줄였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대형마트를 비롯한 백화점, 영화관 등 많은 편의시설이 단축했던 영업시간 등을 정상화했지만 은행들은 여전히 단축 영업을 하는 상황이다.
은행들은 소비자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운영 시간을 연장하는 탄력점포를 운영 중이다. 탄력점포는 은행의 일반적인 영업시간과 달리 운영되는 점포를 뜻한다. KB국민은행은 '9 to 6 지점', 신한은행은 '이브닝 플러스 지점' 등을 운영 중이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공시된 시중 12개 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IBK기업·BNK부산·BNK경남·광주·전북·제주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전국 탄력점포는 919개에 달했다.
그러나 이 중 300개는 점포 수가 아니라 자동화기기(ATM) 개수이며 이중 실제 오후 3시 30분 이후 일반 은행 창구 업무를 볼 수 있는 탄력점포는 542개에 그쳤다. 전체 은행 점포(5432개)의 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통장 개설을 위해 점심시간을 쪼개 은행에 방문한 직장인 양모씨(33)씨는 “탄력점포가 어디 있는지 파악하는 것도 일이라 일단 점심을 포기하고 은행에 방문했다”면서 “이미 코로나19가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생겼는데 은행만 고집을 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출 업무를 위해 은행을 방문한 직장인 김모씨(35)씨도 “고금리 시대에 늘어난 가계·기업 대출을 바탕으로 커진 이익으로 은행들이 성과급 잔치한다는 기사를 연일 접하고 있다”면서 “돈벌이는 혈안인데 정작 소비자 불편은 외면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영업시간 단축이 여전히 이어지는 이유는 이전에 금융 노사가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까지 해제된 이후 영업시간 단축 여부를 논의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금융노조는 당초 영업시간 단축 조건 중 하나였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지침'이 해제되지 않았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영업시간 단축한 게 일을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1년 반 전에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영업시간 단축했고 완화되면 그때 TF 만들어서 이야기하자고 한 것”이라며 “현재 중국발 코로나 문제, 실내 마스크 해제 등 여러 문제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영업시간 단축부터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TF는 이번 주 내로 열릴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TF는 앞서 지난주 출범키로 했다가 일정 조율 문제로 미뤄졌다. 아직 노사가 모여 주장을 본격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아 논의 시기 자체는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관계자는 “TF가 아니더라도 금융노조랑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는데 아직 구체적으로 가시화될 만한 합의점이 없는 상태”라면서 “이번 주에 열릴 TF 통해서 서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서 힘든 상황을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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