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손질하는 중대재해처벌법…尹정부·민주당 또 맞붙는다
시행 1년 만에 손질…산재 감축 효과 의문·수사 어려움도
고용차관 “중대재해 줄지 않는 게 현실…법 취지 왜곡 살펴야”
민주당 산재예방TF 출범해 맞불…정부·야당 정면충돌 가능성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정부가 지난해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선하기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시행 1년간 산재 사망사고 감축 효과에 대한 의문과 수사와 처벌에 대한 논란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노동계와 손을 잡고 산재예방TF를 출범시켜 맞불을 놓으면서, 정부의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작업은 야당과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11일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개선을 논의하기 위한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를 발족했다. 지난해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처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고 예방을 위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시행 1년을 맞이한 시점까지 중처법은 산재 사망사고 감축 효과에 대한 의문과 수사와 처벌에 관한 논란이 이어졌다. 지난해 11월까지 발생한 중대재해 533건 중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는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는 194건에 달한다. 이 중 31건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고, 나머지 163건에 대해선 여전히 수사 중이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강한 처벌을 회피하기 위해 형식적인 의무이행과 중대재해 예방과 관계없는 광범위한 서류작업이 나타나고 있다고 고용부는 설명했다. 법 준수 여건이 취약한 중소기업은 의무이행을 포기하거나 방치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기도 하다. 또 고용부는 의무주체 및 처벌요건의 모호성으로 인해 책임주체, 인과관계 입증 등 수사상에 어려움도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1년 후 50인 미만 기업으로 중처법 적용 확대가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이번 TF는 학계를 중심으로 총 8명으로 구성됐다. 중처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산업안전법령, 형사법, 경제법, 산업안전보건 분야의 전문가를 위촉했다. TF는 이달부터 6월까지 5개월간 집중적으로 중처법 개선방안을 논의한다.
특히 이번 TF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통해 제시한 중처법의 개선 방향인 △처벌요건 명확화 △상습·반복 다수 사망사고 형사처벌 확행 △제재방식 개선 △체계 정비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지난 1년간 시행된 중처법의 추진현황 및 한계·특성 등을 진단하고 이에 대한 종합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한다.
권기섭 고용부 차관은 이날 TF 발족하는 자리에서 “중처법 적용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줄어들고 있지 않은 것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입법 취지와 달리 법리적, 집행과정 측면에서 한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법 취지가 현장에서 왜곡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철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부에서 발족한 TF에 노동계 인사도 다 제외되는 등 산업안전 정책에 대해 정부가 야당에 협조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현안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중처법 개정 작업 등 정부의 중대재해 정책에 대해 자문의원과 간담회와 토론회 등을 통해 상의하면서 대응할 수 있도록 TF를 운영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최정훈 (hoonis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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