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 폐기는 개혁이 아니다 [여의도 별별]

이동현 2023. 1. 12.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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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을 파탄시켜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해치고, 결국 국민에게 커다란 희생을 강요하게 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정부가 부담하는 의료비 비율을 높이는 '문재인 케어'를 "혈세를 낭비하는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폐기를 선언했다.

하지만 개혁을 환영하는 여권에서도 문재인 케어 폐기만큼은 기대보다는 걱정을 앞세운다.

문재인 케어는 박근혜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을 계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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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재정을 파탄시켜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해치고, 결국 국민에게 커다란 희생을 강요하게 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정부가 부담하는 의료비 비율을 높이는 ‘문재인 케어’를 “혈세를 낭비하는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폐기를 선언했다. 전임 정부 5년 동안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20조 원 넘게 쏟아부었지만, 과잉 진료로 폐해만 쌓이게 됐다는 이유다. ‘3대 개혁’(노동ㆍ교육ㆍ연금)에 건보 개혁을 추가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최근 개혁 드라이브를 거는 건 2024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겨냥한 포석이라는 게 여권의 대체적 분석이다. 20%대로 떨어졌던 지지율이 40%선을 돌파할 수 있었던 건 개혁 이슈를 선점한 효과 덕분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화물연대본부 파업에 대해 ‘법치’를 앞세우며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며 파업 철회를 관철시킨 게 분기점”, ”여세를 몰아 ‘노동 개혁’ 드라이브를 건 게 주효”라고 평가한다.

여권에선 “윤 대통령의 정무적 ‘포텐’(잠재력)이 터진 것 같다”며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하지만 개혁을 환영하는 여권에서도 문재인 케어 폐기만큼은 기대보다는 걱정을 앞세운다. “국민은 줬다 뺏는 걸 가장 싫어한다”는 이유에서다. 한 의원은 “당장 주변만 둘러봐도 갑작스러운 질병으로 한 가정 전체가 풍비박산 났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지 않느냐”며 “약자 복지 성격이 큰 보장성 강화 기조를 거꾸로 되돌린다는 건 증세 정책만큼이나 민심의 저항이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명분도 궁색하다. 지난해 외래 의료 이용 횟수가 365회를 넘는 사람이 2,550명으로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건데, 이들이 ‘낭비’했다는 재정은 251억 원으로 지난해 건보에서 지출된 의료비(86조9,545억 원)의 0.028%다. 최우선적으로 줄이겠다고 한 자기공명영상(MRI)ㆍ초음파 검사비는 2021년 기준 1조9,066억 원으로 전체 급여의 2.2%다. MRI 검사를 늘려 암과 같은 중증질환을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데 드는 비용이 병이 깊어진 후에 뒤늦게 치료하는 데 쓰는 돈보다 많지 않을 테다.

여당 내에선 “대통령실이 경제관료에게 너무 휘둘린다”고 우려한다. 한 관계자는 “법인세 인하도 향후 세수가 펑크 날 수 있다며 당내에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지만, 기획재정부 등 경제라인에서 강하게 밀어붙였다”며 “유류세 인하에 더해 가격 하락과 거래 절벽으로 부동산 관련 세수도 크게 줄 거 같으니 복지 관련 지출부터 줄이려는 것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건보 개혁을 주도하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공교롭게도 기재부 출신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김대중 정부 당시 감기 등 가벼운 질병 치료비 부담을 크게 줄인다고 했을 때 일반 국민들조차 ‘문턱이 닳도록 병원을 드나드는 사람이 생길 것’이라고 반대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시행 이후 한 번이라도 병원을 찾은 사람은 크게 만족했다”고 회상했다.

국민들은 갑작스러운 질병으로 경제적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공포를 늘 안고 산다. 민간 실손보험에 가입한 사람만 4,000만 명이다. 문재인 케어는 박근혜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을 계승했다. 문재인 케어면 어떻고 윤석열 케어면 어떤가. 보수ㆍ진보를 떠나 국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줄이려는 개혁은, 진정한 개혁이 아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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