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쌍방울 의혹 김성태 체포, 조폭 관련 정치 비리 다 밝혀야
쌍방울 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지난 10일 태국에서 체포됐다. 작년 대선 직후 해외로 도피한 지 8개월 만이다. 그는 압수수색 영장 등 수사 기밀이 검찰 수사관을 통해 쌍방울 측에 유출된 직후 도피했다. 그보다 먼저 도피했던 양선길 현 쌍방울 회장도 이번에 함께 체포됐다.
김 전 회장은 개인적인 횡령·배임 혐의 외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관련된 여러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시작은 이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을 때 변호사 비용 20억원을 쌍방울이 대신 내줬다는 의혹이었다.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사가 2019년 쌍방울 계열사 사외이사로 선임되고, 이 대표의 대선 캠프에도 참여하면서 의혹이 증폭됐다. 이 수사 와중에 쌍방울의 대북 송금 혐의까지 드러났다.
김 전 회장이 2019년 당시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 대북 단체인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안부수 회장의 도움으로 중국에서 북한 인사를 만나 광물 개발 사업권을 받고 그 대가로 북측에 최소 200만달러 이상을 줬다는 것이다. 쌍방울은 임직원 60여 명을 동원해 이 돈을 중국으로 밀반출한 사실이 드러났고, 안 회장은 김 전 회장 지시로 이 중 50만달러를 천안함 폭침 실행 책임자인 북한 김영철 등에게 건넨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이화영은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대표 모두의 측근이다. 그는 이미 쌍방울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 모든 일이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일 때 벌이진 일이다. 쌍방울은 2018년과 이듬해 경기도와 아태협이 공동 개최한 남북 교류 행사 비용도 지원했는데 경기도는 당시 이 행사를 이 지사의 치적으로 홍보했다. 이런 일들을 이 대표가 다 몰랐다는 것은 상식 밖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한 번도 공식적으로 해명하지 않았다. “쌍방울과 인연은 내복 하나 사 입은 것밖에 없다”고 한 게 전부다.
쌍방울 김 전 회장은 조폭 관련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60년대 이후 많은 정치 비리와 사건이 있었지만 이렇게 조폭이 직접 등장한 적은 없었다. 국격을 위해서라도 김 전 회장을 조기에 송환해 진상을 모두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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