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AI 중매쟁이

김홍수 논설위원 2023. 1. 12.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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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정보 업체가 없던 시절, ‘마담뚜’가 그 역할을 했다. 주로 상류사회 결혼 적령기 남녀의 만남을 중개했다. 마담뚜가 애용했던 정보 소스는 여대 졸업 앨범이었다. 미모의 여성을 선별한 다음, 졸업 앨범 뒤에 수록된 전화번호를 통해 집안 배경을 파악했다. 이렇게 수집한 정보와 신붓감 집안에서 원하는 신랑감 스펙 등을 기준 삼아 남녀 만남을 알선했다.

▶1990년대 결혼 정보 회사가 대거 등장, 중매 시장의 산업화가 이뤄졌다. 수요자로선 선택지가 넓어진 셈이지만 직업, 자산, 외모 등을 기준으로 철저히 등급을 나눠 욕을 먹기도 했다. 천리안, 하이텔 같은 PC통신의 등장은 ‘만남의 광장’ 확장을 의미했다. 1997년 대박을 터트린 영화 ‘접속’은 PC통신을 통한 불특정 다수 비대면 미팅이 새 풍속도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의 발전은 ‘짝짓기’ 세계를 한 단계 더 진화시키고 있다. AI가 던지는 다양한 질문에 답을 하면, 성격, 가치관, 호감을 갖는 이성 유형 등 본인 속마음까지 읽어내 걸맞은 짝을 찾아준다. 저출산 문제로 고민 중인 일본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AI 중매를 도입했는데, 효과가 탁월하다고 한다. 한 소도시에선 5년간 845쌍의 결혼을 성사시켰고, 다른 소도시에선 그해 결혼한 38쌍 중 21쌍이 AI 커플이었다. 우리나라도 경남 하동군에서 AI 중매 서비스를 도입했다. AI가 남녀 성향을 파악한 다음 하동군을 포함한 인근 시군 10곳의 처녀 총각 중에서 적절한 상대를 찾아준다. AI 중매에 적용되는 매칭 기술은 구인·구직, 과외 선생, 돌보미 등을 찾는 데도 적용되며 쓰임새가 확장되고 있다.

▶과학계에선 올해가 AI 기술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개발 중인 세계 최고 딥러닝 AI 모델(GPT4)이 1조개가 넘는 신경망 회로를 통해 신의 영역을 넘보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는 AI 알고리즘이 자신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내밀한 욕구, 선호를 파악해 딱 맞는 상대를 찍어줄지 모른다. 길을 가다 그런 배우자감을 만나면 스마트폰에서 경보가 울릴 수도 있겠다.

▶몇 년 전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영국 드라마 ‘블랙미러’는 미래의 짝짓기 모습을 보여준다. AI가 짝지어준 남녀가 가상현실에서 먼저 만나 아바타(가상 세계 대리인)를 통한 데이트를 해본 뒤 실제 세계에서 만나는 수순이다. 가슴 뛰지만 불안한 연애냐, 가상 세계의 실패 확률 제로(0) 연애냐. 미래 세대는 이런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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