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도발 심해지면” 조건 걸었지만… 尹, ‘자체 핵무장’ 이례적 언급
국방부와 외교부는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한 2023년도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압도적·공세적 대북 억지력 확보’와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에 나서겠다고 했다.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도발하면 김정은 정권이 붕괴할 것이란 공포심을 심어줄 정도의 압도적이고 공세적인 전력 강화로 맞서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북의 도발이 더 심각해질 경우를 전제로 전술핵 배치나 독자 핵무장 가능성도 언급했다. 미 핵전력 운용 과정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이 현실적인 수단이란 전제를 달긴 했지만 이례적인 언급이다.
이날 국방부는 한미가 북한의 핵 공격 시나리오를 가정한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DSC TTX)’을 다음 달 실시하고, 전반기에 한미 연합 훈련 사상 처음으로 ‘11일 연속’ 최장기 훈련을 진행하겠다고 보고했다. 또 올해 ‘군 정찰위성 1호기’를 우주로 발사하고, 연내에 고체 연료 추진 우주 발사체 최종 시험 발사도 하겠다고 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특히 ‘한국형 3축 체계’ 능력과 태세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발사하기 전 교란·파괴하고 선제공격까지 포함한 ‘킬 체인(Kill Chain)’을 발전시키겠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연합 연습과 연계한 미사일 타격 합동 훈련을 강화하고 북 미사일 발사 전 사이버 전자전으로 교란·파괴하는 이른바 ‘발사의 왼쪽(Left of Launch)’ 개념도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미사일이 발사될 때 ‘준비→발사→상승→하강’ 단계를 거치는데, 발사 단계보다 왼쪽에 있는 준비 단계에서 무력화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3축 체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KMPR(대량 응징 보복)”이라며 전력 강화를 지시했다. 킬체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KAMD)와 함께 3축 체계를 구성하는 KMPR의 핵심은 미사일 전력 증강이다. 북한이 핵무기로 위해를 가할 경우, 강력한 미사일 전력으로 북한의 전쟁 지도 본부를 포함한 지휘부를 궤멸하는 보복 작전에 나서는 게 KMPR이다. 윤 대통령은 “KMPR을 확고하게 해서 아예 도발 심리 자체를 눌러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한미가 미 핵전력 운영 과정에서 공동 기획·실행하는 것이 가장 확고한 KMPR 역량 강화 방안이라고 했다. 국방부도 미국의 확장 억제(핵우산) 실행력을 높이고 연합 훈련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북한의 선제 핵 공격에 대응해 미 핵우산 등을 제공하는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 때 계획 수립, 핵우산 가동 등에서 한국군의 참여 폭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군에선 윤 대통령이 이날 북핵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경우 “대한민국이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 과학기술로 더 빠른 시일 내에 우리도 (핵무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단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지금은 한미 간에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참여하고, 공동 기획, 공동 실행하는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는 데 방점을 찍긴 했지만 현직 대통령이 전술핵 배치와 독자 핵무장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외교부도 이날 미국과 공조하는 확장 억제 강화, 해킹으로 조달하는 북한 핵·미사일 자금 차단, 7차 핵실험 감행 시 독자·국제 제재, 북한 인권 문제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 연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북한 선의(善意)에 의존하는 대북 정책은 실패했고 일방적 유화 정책은 우리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일본의 방위비 증액과 재무장 움직임에 대해선 “평화헌법을 채택한 나라가 어떻게 그런 걸 할 수 있냐고 하지만, 머리 위로 미사일이 날아다니고 핵이 올 수 있는데 그걸 막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일본도 이제 머리 위로 (북한의) IRBM(중거리 탄도미사일)이 날아다니니까 방위비를 증액하고 소위 반격 개념을 국방 계획에 집어넣기로 하지 않았나, 그걸 누가 뭐라고 하겠나”라고 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북한과 중국 등의 미사일 기지를 직접 타격하는 적 기지 공격 능력을 보유하고, 5년 뒤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로 증액하는 내용의 새 국가 안보 전략을 발표한 데 대한 언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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