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케어가 키운 건보 적자 폭탄, 고소득층에 떠넘긴다
정부가 악화하는 건강보험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산층 이상 부담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1일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정부는 소득분위 상위(6~10분위) 본인부담상한액을 최고 69.6% 올리는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본인부담상한제란 의료비 지출이 많은 가정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연간 의료비(건강보험 적용)가 일정액을 넘으면 그 차액을 돌려주는 제도다. 현재 고소득층(소득 10분위)은 연 의료비가 598만원을 넘으면 나머지는 건보공단에서 돌려준다. 공단은 건보 가입자를 소득(1~10분위)에 따라 7개 구간으로 나눠 상한액을 각각 설정했다.
그런데 고령화나 건보 혜택 항목 증가 등 영향으로 고소득자들 1인당 의료비 환급금이 해마다 증가하자 이를 개선하기로 한 것이다. 본인부담상한제에 따른 환급금은 2017년 70만명 1조3433억원에서 2021년엔 175만명 2조386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전 문재인 정부 시절 ‘문 케어’로 불리는 MRI나 초음파 등 건보 보장 항목 강화 탓에 건보 재정이 급속도로 악화됐다는 판단 아래, 재정 효율화라는 명목으로 본인부담상한제도 손보겠다는 의지다.
그 구체적 방안으로 7구간(소득 10분위) 건보 가입자는 본인부담상한액을 현재 598만원에서 1014만원으로, 6구간(9분위)은 443만원에서 646만원, 5구간(8분위)은 360만원에서 538만원, 4구간(6~7분위)은 289만원에서 375만원으로 각각 인상하는 개편안을 내놓았다. 다만 이는 대표적인 과잉 의료 서비스로 꼽히는 요양병원 장기(120일 초과) 입원을 전제로 할 때 적용되는 상한액으로, 요양병원 장기 입원을 하지 않으면 본인 부담 상한액은 20%가량 낮아진다.
이들은 소득수준이 전체 국민 중 상위 50%(6~10분위)에 해당하는 가입자로 결국 중산층 이상에게 “앞으로 너무 의료비 많이 쓰면 자기가 내야 하는 돈도 늘어난다”는 메시지를 주는 셈이다. 대신 1~3구간(1~5분위),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인 가입자들은 본인부담상한액을 올리지 않을 예정이다.
직장 가입자는 한 달 건보료(2021년 기준)로 23만5970원 넘게 내면 초고소득층인 7구간에 해당하며, 4구간은 9만4480원 초과~13만6490원 이하다.
여기에 건보료율도 올해부터 7.09%로 올라간 데다 앞으로 고령화 등 여파로 의료비 지출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건보료율 법정 상한선인 8%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어, 국민들 건보료 부담이 계속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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