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건 결말뿐… 보는 순서는 당신 마음대로
지난 1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칼레이도스코프(Kaleidoscope)’는 총 8화. 하지만 ‘1′에서 시작해 ‘8′로 끝나는 회차 번호는 없다. 각자 사연으로 얽힌 인물들이 난공불락으로 알려진 보안 금고 속의 70억달러어치 무기명 채권을 훔쳐내는 마지막 회 ‘하양’만 정해져 있을 뿐. 각각 노랑, 초록, 파랑, 주황, 보라, 빨강, 분홍으로 이름 붙여진 나머지 일곱 편은 어느 걸 먼저 보든 시청자 마음대로다. 이론적으로는 선택에 따라 수많은 경우의 수가 가능해진다. 보는 사람에 따라 각자에게 다 다른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셈. 천변만화하는 만화경을 뜻하는 시리즈 제목처럼 야심찬 ‘비선형(nonlinear) 서사’ 실험이다.
시청자들의 첫 반응은 뜨겁다. ‘칼레이도스코프’는 11일 발표된 1월 2주 차(2~8일) 넷플릭스 톱10에서 누적 시청 1억1232만 시간으로 영어 시리즈 2위에 올랐다. 비영어 시리즈 1위인 ‘더 글로리’는 8248만 시간이었다. 2012년 허리케인이 뉴욕 맨해튼을 덮쳤을 때 수백억 달러의 채권이 사라졌던 실제 사건을 모티브 삼은 것으로 알려진 것도 호기심을 자극했을 것이다.
금고털이 파트너 ‘로저’(루퍼스 슈얼)의 배신으로 아내를 잃고 17년간 감옥에 갇혔던 ‘리오’(지안카를로 에스포시토). 마지막 복수를 위해 탈옥해 보니, 로저는 잘나가는 보안업체 대표로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 리오는 재회한 딸, 옛 친구, 새로운 동료들과 함께 철저한 보안 시설로 중무장한 ‘로저’의 금고를 털고 그 인생을 망가뜨릴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베터 콜 사울’ ‘만달로리안’ 등 시리즈로 익숙한 에스포시토 등 배우들의 연기가 탄탄한 시리즈. 거창한 의미 부여 없이 보면 금고털이 장르물로서의 재미도 쏠쏠한 편이다.
과거에도 OTT 서비스들은 TV와 차별화하기 위해 게임처럼 시청자가 이야기를 선택할 수 있게 한 드라마 ‘블랙미러’(넷플릭스)나, 아예 앱과 함께 출시해 게임처럼 드라마와 연동했던 스티븐 소더버그의 ‘모자이크’(HBO) 등 실험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 ‘칼레이도스코프’의 서사 실험에 대한 평은 엇갈린다. “쓰레기투성이 콘텐츠 속에 거의 무한히 새로워질 수 있는 녹색(green) 드라마”(파이낸셜타임스)라는 호평도 있지만, ‘별 새로울 게 없다’는 미지근한 반응이 더 많은 편.
결국 선택은 다시 시청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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