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FM “이번엔 500년 전 나전함 기증합니다”
희소 가치가 큰 16세기 조선 시대 나전(螺鈿)함이 미국에서 돌아왔다.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을 주축으로 우리 문화유산을 사랑하는 국내 경영인들이 결성한 ‘젊은친구들’(YFM)이 미 소더비 경매에서 나전함을 사들여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1일 “국립중앙박물관회 ‘젊은친구들’로부터 16세기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나전함을 기증받았다”고 밝혔다. YFM은 국립중앙박물관을 후원하는 국립중앙박물관회의 차세대 리더 모임이다. 2008년 6월 조 부회장과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등 젊은 경영인 6명이 중심이 돼 창립됐다. 현재 정의선 현대차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허용수 GS에너지 사장,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등 재계의 젊은 경영인 1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YFM은 그간 꾸준히 마련해온 기부금으로 작년 9월 소더비 경매에서 나전함을 구매했다. 나전은 나무로 짠 가구나 기물 위에 무늬가 아름다운 전복이나 조개껍데기를 갈아 문양을 만들어 붙이는 공예 기법이다. 옻칠 등을 한 표면을 장식하는 전통 기법의 하나다. 기증된 나전함은 가로 46㎝, 세로 31㎝ 크기로, 당시 귀중품이나 문방구 등을 보관한 함으로 추정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6세기 나전칠기 공예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수작”이라며 ”고려의 세밀한 나전 공예와 조선 후기의 화려한 나전과는 또 다른 미감을 보여줘 그 자체로도 가치가 크다”고 했다. 16세기에 제작된 나전함 중 이번 기증품과 유사한 형태의 유물은 기존에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1점,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의 소장품이자 일본 중요문화재(한국의 ‘보물’ 격)로 지정된 1점 등을 포함해 4점 정도만 남아있어 희소 가치도 크다. 이 나전함이 경매에 나오기 전 누가, 어떻게 소유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YFM은 그간 해외에 유출된 우리 문화재를 구입해 기증하는 일에 앞장서 왔다. 2009년에는 국립중앙박물관 내 ‘청자정(靑瓷亭)’에 7452점의 청자 기와를 기증했고, 2014년에는 ‘고려나전경함(經函)’을 900년 만에 일본에서 들여왔다. 2018년에도 일본에 유출됐던 고려 시대 불감(佛龕)을 구입해 기증했다. 매년 취약 계층 20~30명을 박물관에 초청해 체험 학습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이 외에 국립중앙박물관 대표전시실 개선, 반가사유상 전용 전시실인 ‘사유의 방’ 신설, 교육·연구 활동 지원 등을 통해 박물관의 든든한 조력자로 활동해왔다.
YFM 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 부회장은 이날 “과거 백범 선생께서는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남에게 행복을 준다’고 하셨다”며 “앞으로도 우리 문화재를 되찾고 박물관을 알려 우리 문화의 힘을 높이고 발전시키는 데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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