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가 1번볼만 고집하는 까닭은...골프공 숫자에 담긴 사연
골프장에서 가장 바쁜 용품을 하나 고른다면?
1번 홀 티샷부터 18번 홀 마지막 퍼팅까지 모든 샷에 쓰이는 유일한 장비인 골프 볼이다. 게다가 말귀를 알아들을 리 없는데도, 세상에서 가장 공 잘 친다는 선수들까지 간절한 표정으로, 쏜살같이 움직이는 공을 향해 ‘조금만 더” “제발 그린에 멈춰”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등 주문을 쏟아낸다.
이렇게 중요한 골프 볼에 새겨지는 번호에 대한 선수들 애착도 남다르다. 어떤 번호를 좋아하고 어떤 번호를 싫어할까?
지난해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뛰는 선수 100명에게 타이틀리스트가 ‘가장 좋아하는 볼 넘버’와 ‘대회 때 잘 사용하지 않는 볼 넘버’를 물어보았다. 좋아하는 볼 번호는 1번이 46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잘 사용하지 않는 볼 번호는 4번이 36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러지 않아도 OB가 나거나 물에 빠져 공이 죽으면 경기를 망치는데 4번은 그냥 쓰기 싫다”는 골퍼도 있었다. 4번에서 죽을 사(死) 자를 연상하는 것이다. 병원이나 일부 건물에서 4층을 없애고 3층에서 5층으로 건너뛰거나 F 층을 두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주말 골퍼의 심리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골프 볼 브랜드는 경기 중 네 명의 공을 구분하기 쉽도록 공 한 더즌(12개)을 3개씩 각각 1~4번을 새겨서 판매하는데 1번을 선호하고 4번을 꺼리는 심리가 강하다. 김현준 아쿠쉬네트 커뮤니케이션팀 팀장은 “아마추어 중에는 아예 1번으로만 12개의 공을 주문 제작하는 경우가 22.7%나 된다”고 했다.
아무 공이나 들고 나가도 우승할 것 같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도 1번 공만 고집한다. 공에 적힌 1번을 보면서 세계 1위, 1등을 떠올리는 것이다. 한때 세계 1위에 올랐던 조던 스피스(미국)도 “마지막 라운드는 무조건 1번으로 친다”고 했다. 역시 전 세계 1위인 더스틴 존슨(미국)은 “그린 위에서 1퍼트로 끝내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했다.
그럼 현 세계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몇 번을 쓸까? 22번이다. 매킬로이는 “결혼 기념일인 4월 22일을 잊지 않기 위해서 선택했다”며 “22라는 숫자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뜻한다는 이야기도 있어 골프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2016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저스틴 로즈(영국)도 아내 말을 잘 듣는 남자다. 그는 99번 볼을 쓴다. 로즈는 “아내가 9번을 행운의 숫자로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더블로 99번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는 올림픽 금메달 이후 금색으로 새긴 99번 볼을 들고 다닌다.
2021년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일본의 마쓰야마 히데키의 볼 숫자는 78이다. 마스터스 엔트리 넘버 78과 우승 스코어 278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세계 남자 골프의 기대주로 주목받는 김주형은 5~8번 볼을 사용한다. 김주형은 “1~4번을 사용하는 선수가 많아 5~8번 볼로 바꾸고 PGA투어에서 2승을 올렸다”고 했다. 7번 볼을 좋아하지만, 대회 때 특별히 집착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남달라’ 박성현은 9번 볼을 사용한다. 박성현은 “가장 좋아하는 숫자가 9인데, 내가 태어난 달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숫자를 초월하는 이들도 있다. 필 미켈슨(미국)은 번호 대신 마스터스에서 우승하고 점프하던 자신의 모습을 로고로 만들어 공에 새긴다. 미켈슨은 “나는 번호 대신 나를 경기한다”고 했다. 토니 피나우(미국)는 볼 번호가 새겨진 공을 사용하긴 하지만 자신의 다섯 아이 이름 이니셜을 번호 옆에 마크하고 경기한다. 그는 “다섯 아이 중 제일 컨디션이 좋은 아이 이니셜 공으로 경기하니 늘 성적이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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