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가 단순 반복? 예술이고 과학입니다”
‘노가다 가라사대’(시대의창)의 저자 송주홍(36)은 자신을 ‘글 쓰는 노가다꾼’으로 소개한다. “’건설 노동자’라는 말에 담겨 있지 않은 치열함과 땀냄새가 ‘노가다’라는 단어에 담겨 있는 것 같아요.” 그는 5년 차 목수. 철근공, 비계공, 미장공… 공정별로 건설 현장에서의 역할을 설명한 전작 ‘노가다 칸타빌레’(시대의창)에 이어, 이번엔 현장에서 만난 건설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엮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에세이를 냈다. “건설노동의 가치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는 그를 전화 인터뷰로 만났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갑작스러운 가정사로 일을 그만두기 전까지 5년간 잡지사 기자로 일했다. 건설노동을 시작하게 된 것은 2018년. 생활비를 벌기 위해 찾아간 인력사무소에서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오후 5시까지 중노동이 이어졌다. 체감 온도 40도를 웃도는 여름의 현장에선 일을 마칠 때쯤 입에서 단내가 났다. 하지만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행복감을 느꼈다. “잡지를 만들 때는 최선을 다해도 성과가 없을 수 있다는 스트레스가 있었어요. 할당된 몫을 해내면 인정받을 수 있는 이곳은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평범한 현장 노동자의 삶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밖에선 보지 못했던 노동자들의 삶이 여기서 보이더라고요. 이곳 사람들의 이야기가 곧 한국의 경제 발전을 이끌어온 ‘노동의 역사’가 아닌가 싶기도 했고요.” 그렇게 하루 2~3시간씩 자는 시간을 아끼며 써내려간 글이 두 권의 책으로 나오게 됐다.
고된 일정을 견디면서까지 책을 썼던 이유는 건설 노동이 ‘단순 반복노동’에 불과하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기 때문이다. “미장공은 손으로 전달되는 질감에 의존해 벽을 평평히 발라나간다. 이후 붓을 물에 적셔 벽을 훑어내고, 미세하게 어긋난 부분을 다지고 또 다진다.” 그는 전작 ‘노가다 칸타빌레’에 이렇게 현장 작업을 묘사했다. 평범해 보이는 벽들도 사실은 미장공의 섬세한 손길이 닿아 탄생한 결과. 다른 공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건설 노동도 무엇보다 전문 기술이 중요해요. 기둥, 보, 벽면 등 구조물의 거푸집을 만드는 형틀목수 일은 콘크리트를 얼마나 부을 것인지 그 압력을 계산하는 베테랑의 노하우에 크게 의존하죠. 일종의 과학이자 예술이에요.”
책에서 그는 현장의 열악한 안전 문제도 꼬집는다. “전국의 건설 현장에선 매일 목숨을 잃는 사람이 나와요. 가장 큰 문제는 아무도 현장 안전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거예요. 현장 노동자들의 공통된 의견은 ‘속도전’을 부추기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개선하지 않고는 안전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2022년 시행)도 소용 없죠. 일용직 노동자들은 안전 관리자보다도 인사권을 가진 하청 업체와 공정별 책임자(오야지)를 훨씬 무서워하니까요.”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건설 현장에서 죽은 사람은 417명. 하루 1.1명꼴로 사망자가 발생한다.
미디어 회사로부터 받은 이직 제의를 거절하기도 했다는 그에게, 앞으로도 건설 현장에 남을 것인지 물었다.“‘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가 제 삶의 모토예요. 다만앞으로 어떤 일을 하든 평범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이왕이면 육체노동의 현장을 기록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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