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칼럼] 모병제는 대한민국의 미래
軍 적폐 해소할 수 있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커
박철규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장
‘병장월급 100만 원 시대가 열린다’. 정상국가라면 국방의 의무로 징집된 병사들에 대한 적절한 대우는 당연하다. 충분하지 못하고 늦었지만, 반가운 일이다.
한때 대한민국 리빌딩 과제 중 하나였던 국방개혁의 핵심내용은 ‘군대 적폐’를 해소하고, 더 늦기 전에 모병제 도입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국회 국방위원장을 포함해 여야를 불문하고 평화군축, 정예강군, 병영문화 개선, 새로운 일자리 창출, 이 가운데 한 가지 이상 동의하는 사람들이 모여 ‘모병제 희망모임’을 만든 적이 있다. 국회 대회의실에서 ‘모병제, 이제는 말할 때가 되었다’는 주제로 발표와 토론도 성황리에 치렀다.
사실 모병제 도입에 대한 정부차원의 검토는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이후 선거 때만 되면 반짝 이슈로 잠시 등장했다가 곧 사라졌다.
국가를 유지 지탱할 수 있는 가장 큰 물리력은 군대다. 자주국방 없이 나라를 지켜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나라를 빼앗기고 되찾는 독립운동 못지않게, 빼앗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나라를 잃은 데 대한 책임은 일차적으로 정치적 리더십에 있다. 나라를 잃어 인권과 존엄을 훼손당하고, 전쟁범죄에 강제 동원된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
북한은 1994년 제1차 핵 위기를 전후하여 핵무기를 포함한 ‘비대칭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계속된 경고조차 무시하고, 지금까지 시도 때도 없이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비대칭 전력에 의존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우리의 군 개혁 속도와 방향이 지금과 같다면, 북한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 전장 환경의 변화는 인정하면서 계속해서 세계 7위에 해당하는 ‘대병력’을 유지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2006년 이후 16년간 ‘저출산 예산’으로 198조 원이나 쏟아 부었는데도, 출산율은 급전직하하여 ‘인구절벽’은 눈앞으로 다가왔다. 징병률이 높을수록 적정 전투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설인데, 병력자원이 부족해서 비율은 90%를 상회한다. 머지않아 60만 명이 넘는 대병력을 보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모병제는 안보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적기(適期)라 한다. 지금부터라도 현대전과 북한의 비대칭 전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우리 군을 혁신해야 한다. 북한의 비대칭 전력 또한 장성 수와 병력이 많다고 막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대전에 맞는 첨단무기 체제를 갖추고, 병사 개개인의 전문성은 드높여 정예화 시켜야 한다. 기존 10~20명이 하던 수색임무를 앞으론 드론을 조종하는 한 명의 전문요원이 해낼 수 있다. 이제는 발상 전환을 통해 우리 군을 현대화·정예화해야 한다. 해답은 모병제에 있다. 징병제보다 모병제하의 군대가 전투력이 높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모병제를 도입하여 강제로 징집되는 군대가 아니라, ‘가고 싶은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 ‘군대는 더 강하게 만들고, 청년에게는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여 선택지를 넓혀주어야 한다.
모병제는 일자리다. 모병제 하의 군인에게는 최소 최저임금에 달하는 급여와 공무원신분, 장기복무 시 연금과 제대 후 직업연계, 대학진학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만이 청년들이 아주 매력적인 일자리로 인식하고 입대지원자가 넘쳐난다. 통상 보유 병력은 전체인구의 0.5% 정도가 적절하다. 모병제 병력을 30만 명으로 잡으면, 20만 개 내외의 청년일자리가 생긴다. 군에 가지 않는 청년자원은 바로 사회로 진출하게 되어, 사회적 기회비용이 절감되고, 저출산 시대에 부족한 경제활동인구를 제공하게 된다.
모병제는 병영문화 개선을 통한 인권의식 제고의 첫걸음이다. 징병제하에서 사회정의와 국민통합을 해치는 대표적 불공정 사례인 ‘병역비리’도 사라질 것이다. 그러면 군을 바라보는 국민적 시각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사회지도층은 오히려 모병제 군대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장(場)으로 삼게 될 것이다. 이 모두가 모병제가 개인 의사에 따라 입대 여부를 자유롭게 결정하도록 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북한은 여전히 다양한 방식으로 과감한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우리 군도 더 이상 변화와 혁신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이제는 정치적 리더십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우리가 지금까지 평화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기본적으로 우리 군과 민의 노력 때문이다. 물론 한·미·일 동맹과 북·중·러 동맹이 균형을 이루어 왔기 때문인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물리력의 우위를 확보하여 전쟁을 억제하는 ‘군비통제’라는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대화나 협상을 통하여 평화군축하고, 공존공영을 도모하기 위해 더욱더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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