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지속가능금융의 가능성과 기회

기자 2023. 1. 1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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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가 도입됐다.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등 6대 환경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친환경 경제활동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 가이드라인으로서, 2021년 12월 발표된 최종안을 일부 다듬어 새해부터 본격 시행키로 한 것이다. 정부는 이번 개정으로 관련 기준을 더욱 명확히 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녹색전환을 이끄는 핵심수단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K택소노미는 주로 기업이나 금융기관이 녹색채권, 녹색여신 등 녹색금융을 실행하기 위한 기준으로 활용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10개 금융사와 ‘K택소노미 적용시스템’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4~11월 시범사업 중 10개 은행·기업과 체결했던 녹색채권 발행은 목표액 1조2600억원의 절반인 6400억원에 그쳤다. 레고랜드와 흥국생명 사태로 자금시장이 경색된 여파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녹색전환의 추진력이 떨어진 건 아닌지 우려와 의문도 제기된다.

사실 세계적으로도 한동안 각광받던 녹색금융 혹은 보다 광의의 개념인 지속가능금융에 대한 관심이 다소 퇴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 충격이 장기화된 가운데 에너지 안보 이슈와 물가 불안이 가세하면서 세계 경기가 급격히 위축된 탓이다. 그러나 최근 유럽에서 보듯이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성을 줄이고자 다시 재생에너지에 주목하고 있고, 기후변화라는 실존적 위협에 맞서 대안을 찾아야 할 필요성도 여전히 크다. 또 지금까지 주로 재생에너지에 치중하던 녹색금융의 활동무대도 점차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광범위한 가치사슬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지속가능금융의 가능성과 기회’라는 화두에 새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녹색채권·여신, 사회적 채권 및 지속가능성 연계채권·여신 등을 아우르는 지속가능금융 규모는 2017년만 해도 세계적으로 1470억달러에 그쳤지만, 2021년 1조6480억달러까지 11배 이상 급등세를 보였다. 특히 2021년에만 120% 이상 급성장했다. 그 외에 자본시장과 결부된 지속가능금융, 즉 M&A나 주식 발행 및 투자, 또 탄소배출권 거래 등도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2022년 들어 그린워싱(위장 친환경) 논란에다 금융시장 침체와 맞물려 시장의 성장세가 17% 정도 줄어들었지만, 전반적인 추세는 여전히 양호하다. 현재 지속가능 관련 채권 발행액은 전체 채권시장 발행액의 12%로 2017년 2%에서 급등했고, 지속가능 관련 신규 여신도 전체 신디케이트론 시장의 제로 수준에서 13%로 올라섰다. 지속가능금융의 역할이 그간 탄소배출 부문에 대한 자금지원을 줄이는 데 집중되었다면, 앞으로는 이러한 방식을 넘어 점차 탄소배출 축소를 위한 자금지원 위주로 진화하면서 새롭고 막대한 가치풀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2050년 넷제로(NET-ZERO) 계획에 따라 글로벌 차원에서 2030년까지 연간 최소 4조4000억달러의 자금조달 수요가 존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과정에서 상업적 금융기관들의 직접 파이낸싱 기회가 8200억달러에 이르고, 기업투자 지원에도 1조5000억달러가량의 수요가 예상된다. 지속가능금융의 가능성과 기회는 여기에 있다. 지속가능 관련 채권 및 여신 외에도 주식, 자문서비스, 거래뱅킹, S&T, 나아가 탄소배출권 시장 등에서도 추가적인 수요와 성장 기회가 예상된다.

국내는 공기업 중심으로 사회적 약자 배려를 위한 사회적 채권이 주류를 차지하고, 지속가능금융에서 아직 녹색금융의 활용도나 민간의 역할은 크지 않다. 하지만 K택소노미 정비를 계기로 녹색금융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의 혁신적 역할이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다. 단순한 여신이나 투자를 넘어 고객 니즈에 맞춘 중개·자문 역할이나 자산관리, 나아가 새로운 환경기술의 통합을 촉진하는 역할 등이 요구된다. 녹색금융 혹은 지속가능금융의 새로운 시대를 맞아 이처럼 전인미답의 막대한 투자가치풀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과 진출 확대가 필요하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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