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는 이제… 광고·게임·예술 SW로 돈법니다
최근 막을 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의 특징 중 하나는 TV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파로 TV 수요가 크게 위축되면서 기술 과시를 위한 크기·화질 싸움이 두드러지지 않았고 혁신적인 신제품도 눈에 띄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세계 TV 시장 1, 2위인 삼성전자, LG전자는 하드웨어(HW)를 넘어 소프트웨어(SW) 판매로도 수익을 내기 위해 발 빠르게 뛰고 있다. ‘TV 판매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이미 판매한 TV를 통해서도 지속적으로 수익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CES에 참가한 전자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와 하드웨어 기술 격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차별화가 가능한 것은 결국 소프트웨어”라며 “특히 소프트웨어는 세계 주요 기업과 제휴가 생명인 만큼 중국에 비해 강점이 있다”고 했다.
◇TV 업계 “광고·게임·예술로 수익화”
삼성·LG가 주력하는 분야는 ‘광고 수익’이다. 세계 TV 시장 1, 2위인 만큼 전 세계에 깔아둔 수억대의 TV를 통해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면, TV가 매달 ‘맞춤형 광고’를 송출하며 수익을 가져다주는 기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삼성전자의 선행 연구 조직 ‘삼성리서치 아메리카(SRA)’는 이 같은 TV 수익화 전략을 연구 중이다. 지난 7일(현지 시각) 만난 김상윤 삼성전자 부사장은 “삼성은 세계 TV 1위 업체지만, TV를 한 번 팔면 교체 주기가 7년이나 된다”며 “어떻게 하면 기기를 더 많이, 자주 팔 수 있을까 고민하는 단계에서 삼성이 전 세계에 깔아둔 플랫폼을 활용해 수익을 도모하는 단계로 접어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삼성은 ‘TV플러스’, LG는 ‘LG 채널’이란 무료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TV를 사서 인터넷만 연결하면 삼성, LG가 제휴한 각각 1800여, 2900여 채널을 무료로 볼 수 있다. 대신 콘텐츠 업체와 TV 제조사는 고객 시청 행태에 맞는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고 그 수익을 나눈다. 삼성은 TV에서 시작해 스마트폰, 모니터뿐 아니라 작년엔 화면 달린 냉장고까지 이 서비스를 확장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4억6500만대의 삼성 기기를 통해 30억시간 이상 TV플러스를 시청했다”며 “1년새 2배가량 시청 시간이 늘어난 것”이라고 했다.
게임, 아트(예술품)도 미래 수익 분야다. 별도의 게임기를 사지 않고 삼성, LG TV만 있으면 클라우드(가상 저장공간)에 있는 인기 게임을 조이스틱(게임 조작기)으로 연결,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게임 혹은 아이템의 유료 판매 수익은 게임사와 TV 제조사가 나눈다. 또 TV 화면에 전 세계 미술관의 명작, 신진 작가의 작품 2000여 점을 구독할 수 있는 삼성 ‘아트 스토어’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 관계자는 “가입자가 연평균 150% 이상씩 꾸준히 증가 중”이라고 했다.
삼성과 LG는 TV 운영체제(OS)인 타이젠과 웹OS도 다른 TV 제조사들에 판매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재 세계 300여 TV 브랜드가 웹OS를 탑재했고, LG는 OS 판매 수익과 더불어 OS에 앱을 탑재할 때 수수료 수익도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웹OS에 탑재된 앱은 2500개 이상이다.
◇AI 기기로 진화하는 TV
‘온 가족이 거실에 둘러앉아서 보는 영상 시청 기기’였던 TV의 정의도 점차 달라지고 있다. LG전자 조병하 전무는 “과거 방송 프로그램을 보기만 했던 TV가 수년 전부터 인터넷 연결성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TV로 진화했고 향후엔 감지(sensing), 소통(linking), 분석(analyzing)을 특징으로 하는 AI(인공지능) 기기로 바뀌어 갈 것”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텅 빈 집 안에 낯선 소리가 들리면 TV가 이를 감지해 주인에게 알리고 자동으로 TV를 켜서 집 안팎의 보안 기기들과 연결할 수 있다. 또 각종 고객 데이터와 주변 환경을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도 수행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김상윤 부사장은 “TV는 집에서 가장 큰 스크린, 메인센터이자 소비자들이 원하는 콘텐츠·게임·예술 감상 등 다양한 요구를 수행하는 ‘멀티 디바이스’용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했다.
실리콘밸리=박순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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