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에너지원의 특성에 맞는 건설이 필요하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태극전사들은 우리 국민들에게 16강 진출이라는 선물을 안겨줬다. 26명의 선수가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역할을 다한 결과다. 이는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이 적재적소에 선수들을 배치했기 때문일 것이다. 에너지 계획도 이와 비슷하다. 국가가 보유한 에너지원별로 장단에 따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배치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력 관점에서 ‘섬’이다. 전력망이 연결된 유럽 국가들과 달리 전력을 수입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의존할 수 없다. 즉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리고 값싼 에너지원을 우선 공급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을 사용해야 한다.
이렇게 분석해보면 탁 떠오르는 것이 원전이다. 원전은 연료비가 낮고 온실가스 배출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전은 늘 100% 출력을 내며 주전선수로 기용한다. 한편 재생에너지는 연료비가 없으므로 생산된 전기는 최우선으로 사는 것이 맞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는 주전선수가 될 수 없다. 환경여건이 허락할 때만 전력을 생산하는 제멋대로의 선수이기 때문이다. 물론 단점을 보완할 수는 있다. 전력저장장치를 두어서 많이 생산할 때는 저장하고 적게 생산할 때는 저장장치에서 빼어 쓰는 방식을 취할 수 있다. 그런데 이때 전력저장장치는 너무 비싸다.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는 한전 판매가의 2배이다. 즉 생산하는 만큼 손해다. 그런데 재생에너지 발전기보다 더 비싼 전력저장장치를 붙이는 것은 완전한 이적행위가 된다.
혹자는 급전우선 혹은 경제급전이라는 원칙이 마치 건설우선인 것처럼 국민을 현혹하는데 잘못된 것이다. 이미 건설된 발전소들끼리만 두고 누가 연료비가 저렴한지 비교해보면 단연 재생에너지가 저렴하고, 그렇기에 급전 순위가 높은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건설의 우선순위가 높다는 의미는 아니다. 건설 단계에서는 연료비뿐 아니라 건설비와 운영유지비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생에너지는 정책전원으로 분류해 일정량을 무조건 전력수급계획에 끼워넣는 방식이 아니면 결코 건설될 수 없다.
일정한 주파수 유지를 위한 에너지원 편성도 중요하다.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 모두 경직성 전원, 즉 출력조정이 안 되는 전원으로 분류되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원자력발전은 연료비가 석탄발전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에 출력조정을 ‘하지 않는’ 것이고, 재생에너지는 자연에 의존하기 때문에 출력조정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재생에너지는 출력이 들쭉날쭉하므로 예비발전소를 건설하고 운영인력을 둬야 한다.
환경 차원에서는 어떨까. 출력이 일정치 않은 재생에너지에 맞춰 석탄이나 천연가스 발전소가 출력을 높였다 낮추는 탄력운전을 하게 되면 일정한 출력으로 발전하는 것에 비해 공해도 많이 나오고 효율도 나빠진다. 자전거가 친환경 교통수단이지만 자동차와 함께 도로를 점유해 자동차의 속도를 늦추면 환경적으로는 불리한 것과 같은 이치다.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은 환경의존적 발전원이다. 따라서 환경이 좋은 지역에 설치되어 운영되면 매우 바람직하지만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 곳에 설치되면 도리어 이들 발전기의 제작, 설치, 운영, 폐기에 소요되는 에너지만큼도 생산하지 못한다. 우리나라가 이 경우이다.
나라별로 대표선수들의 특징과 강점이 다르다. 우리가 아르헨티나와 똑같은 방식으로 훈련한다 해도 아르헨티나와 같을 수는 없다. 따라서 재생에너지 대세론도 허구다. 햇볕과 바람이 부족한 나라에서 재생에너지 건설이 대세일 수는 없다.
*이 기고는 경향신문 2022년 12월21일자 25면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의 기고 “재생에너지와 원전은 배타적 관계…균형추는 이미 기울어”에 대한 재재반론입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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