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 청소부 시인
시를 써서 먹고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없다고 봐야 맞아. 그래 다른 직업을 갖고들 사는데, 빌딩 청소를 하고 사는 한 시인을 나도 알고 있다. 유명한 시인은 아니야. 하지만 강단에 선 시인들보단 솔직한 시를 쓴다. ‘네순 도르마 네순 도르마’ 오페라 아리아를 부르면서 청소를 한대. 오페라를 즐기고 사업가들이 조언을 구하기도 했던 저 유명한 청소부 ‘밥 티드웰’처럼 말이야. 쏜살같은 시간 앞에 깨달은 지혜를 빨리 남에게 전달해야겠다 생각한 밥은 “투덜댈 시간이 있으면 기도하라. 지쳤을 땐 멈춰서 재충전하라. 가족은 짐이 아니라 축복이다” 자신이 삶에서 배운 지혜를 친구들에게 들려주었다.
청소부는 누구보다 부지런해야 해. 출근길이나 행사 중에 청소를 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나도 어쩌면 개똥을 치우고, 낙엽이 진 뜰을 청소하고, 무엇보다 부엌 설거지를 하면서 자취하는 재택근무 청소부. 가끔 청소하며 아리아를 부르고, 주말엔 대청소도 한다. 새해 첫 달이니만큼 마음도 청소하고 주변도 청소. 간소하고 간략하게 살고파서 잡다한 글이나 공중누각 일기장도 폭파해(?) 버렸다. 인간관계도 더 줄이고 고독과 사색의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
미 항공우주국 나사에 근무하는 한 청소부는 매일 누구보다 일찍 출근해 냄새나는 쓰레기더미 운반까지 도맡아 했다. 오랫동안 그를 살펴보던 한 직원이 물었대. “왜 그렇게 청소를 열심히 합니까? 쉬엄쉬엄해도 되잖아요.” 그러자, “나는 그저 청소만 하는 청소부라고 생각 안 해요. 우주선을 띄우고, 저 먼 별나라 항해를 준비하는 프로젝트에 같이 참여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시인이란 이처럼 지면 바깥에서도 흔한 종족이다. 하지만 진실과 연민이 없는 미사여구로 분칠한 시, 문단 권력으로 인권을 짓밟고, 또 표절한 글은 하늘 아래 부끄러운 쓰레기. 자신을 비우고 청소하는 일엔 무슨 공소시효 같은 게 있을 수 없다.
임의진 목사·시인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