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 청소부 시인

기자 2023. 1. 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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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써서 먹고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없다고 봐야 맞아. 그래 다른 직업을 갖고들 사는데, 빌딩 청소를 하고 사는 한 시인을 나도 알고 있다. 유명한 시인은 아니야. 하지만 강단에 선 시인들보단 솔직한 시를 쓴다. ‘네순 도르마 네순 도르마’ 오페라 아리아를 부르면서 청소를 한대. 오페라를 즐기고 사업가들이 조언을 구하기도 했던 저 유명한 청소부 ‘밥 티드웰’처럼 말이야. 쏜살같은 시간 앞에 깨달은 지혜를 빨리 남에게 전달해야겠다 생각한 밥은 “투덜댈 시간이 있으면 기도하라. 지쳤을 땐 멈춰서 재충전하라. 가족은 짐이 아니라 축복이다” 자신이 삶에서 배운 지혜를 친구들에게 들려주었다.

청소부는 누구보다 부지런해야 해. 출근길이나 행사 중에 청소를 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나도 어쩌면 개똥을 치우고, 낙엽이 진 뜰을 청소하고, 무엇보다 부엌 설거지를 하면서 자취하는 재택근무 청소부. 가끔 청소하며 아리아를 부르고, 주말엔 대청소도 한다. 새해 첫 달이니만큼 마음도 청소하고 주변도 청소. 간소하고 간략하게 살고파서 잡다한 글이나 공중누각 일기장도 폭파해(?) 버렸다. 인간관계도 더 줄이고 고독과 사색의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

미 항공우주국 나사에 근무하는 한 청소부는 매일 누구보다 일찍 출근해 냄새나는 쓰레기더미 운반까지 도맡아 했다. 오랫동안 그를 살펴보던 한 직원이 물었대. “왜 그렇게 청소를 열심히 합니까? 쉬엄쉬엄해도 되잖아요.” 그러자, “나는 그저 청소만 하는 청소부라고 생각 안 해요. 우주선을 띄우고, 저 먼 별나라 항해를 준비하는 프로젝트에 같이 참여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시인이란 이처럼 지면 바깥에서도 흔한 종족이다. 하지만 진실과 연민이 없는 미사여구로 분칠한 시, 문단 권력으로 인권을 짓밟고, 또 표절한 글은 하늘 아래 부끄러운 쓰레기. 자신을 비우고 청소하는 일엔 무슨 공소시효 같은 게 있을 수 없다.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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