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나의 소박한 새해 결심
새해 결심으로 두 가지 '하지 않기'를 마음먹었다.
하나는 혼술하지 않기다. 혼술하는 버릇은 코로나가 시작되고 심해졌다. 예전에는 혼술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았다. 가장 좋아하는 취미생활인 테니스를 끝내고 돌아와 마시는 맥주 한 캔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코로나 시국이 시작된 몇 년 전부터 사람을 만나기 힘들어지고 그만큼 길어진 밤을 하릴없이 보내다가 혼술의 맛을 알게 됐다.
그렇게 시작된 혼술은 어느새 습관이 됐고 가끔 혼자 마시는데도 다음날 일이 힘들 정도까지 마시는 경우도 생겼다. 고즈넉하게 잔을 앞에 두고 있는 그 분위기가 그리워 언젠가는 친구들과 어울려 술자리를 끝낸 후에도 혼술을 찾게 됐다. 그렇게 혼자 마신 술은 왠지 숙취도 심할 뿐더러 다음날 자괴감을 느끼게 했다. 그래서 이제 다짐한다. 새해부턴 혼술을 하지 않기로.
다른 하나 역시 나의 생활습관과 관련된 것이다. 나는 카카오톡의 읽지 않음 표시, 대화창에 남겨진 '1'을 잘 견디지 못한다. 정말 바쁜 경우가 아니면 메시지를 곧바로 확인하고 답장을 바로 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일단 메시지를 읽어두는 편이며 시간이 더 허락된다면 메시지를 읽었다는 의미로 짧은 회신을 한다. 그것이 관계에 있어 올바른 카카오톡 예절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습관이 과도하거나 부적절하게 느껴질 때도 있는데 무조건 '1'부터 없앤 다음 다른 일처리를 하다 아예 회신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더러 생기기 때문이다. 업무상 연락한 송신자의 메시지를 확인하고도 수신자가 답장하지 않을 때 느끼는 곤혹스러움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카카오톡의 읽지 않음 표시를 못견뎌하는 나의 버릇이 예의 차원에서도 맞지 않게 돼버린다.
여러 명이 함께하는 대화방에선 경우에 따라 읽지 못하는 메시지가 수십 개 쌓일 때도 있는데 메시지를 읽지 않고 읽음 처리를 해서 중요한 내용을 놓칠 때도 있다. 읽지 않음으로 표시된 숫자들을 봤을 때 느끼는 불편함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나는 왜 이렇게 읽지 않음 표시를 없애려는 강박을 안게 됐을까. 그것은 무엇보다 상대방이 일부러 메시지를 읽지 않고 있을 때 내가 느낀 불쾌함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이때 메시지는 아무래도 상대방에게 어떤 부담을 지우거나 책임을 묻고 따지거나 어떤 요청을 하는 경우, 그것도 아니라면 관계에서 '밀당'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경우야 어찌됐든 메시지를 읽지 않는 것은 그것 자체로 송신자에게 다른 메시지를 수신자가 비겁한 방식으로 보내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한 회피적 행위에 무척이나 불쾌한 경험을 한 것이 나에겐 반대로 강박으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나의 '직업병'과 관련돼 있다. 변호사는 정확하고 신속해야 한다는 일반의 기대를 아무래도 저버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업무 요구에 빠르게 답해야 한다는 강박은 변호사들의 숙명이다. 게다가 우리가 제일 많이 하는 민사소송에서도 기본 중의 기본은 바로 소장의 송달임을 알게 되면 메시지든 무엇이든 내가 받을 건 빨리 상대방에게 받았다는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 옳다는 무의식이 작용한다. 송달에 관해 우리 법률은 이렇게 정했다. '소는 법원에 소장을 제출함으로써 제기한다'(민사소송법 제248조) '법원은 소장의 부본을 피고에게 송달하여야 한다'(같은 법 제255조 제1항). 바로 이 송달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소송지연의 주된 이유 중 하나임을 아는 변호사라면 메시지 송달이 잘 됐다는 의미로 '1'을 없앰으로써 의사를 표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자. 우리 생활에서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이용법은 재판과 달리 일반인의 규칙을 따르면 된다. 그래서 새해에는 바쁘면 바쁜 대로, 내가 답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면 그 상황대로 카카오톡의 '1'에 강박을 버리자는 결심을 하는 것이다.
양지훈 변호사(위벤처스 준법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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