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톱4’ 장비업체 유치…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지방기획]
반도체 소·부·장 기업 64% 둥지틀고
국내 반도체 부가가치 중 82% 생산
세계 최대 희귀가스 생산업체도 유치
적극적 투자유치로 인프라 구축 앞장
2025년까지 기술인력 660명 육성 등
반도체 비롯 미래산업의 메카로 도전
◆반도체 소·부·장 기업 64% 둥지… 반도체 부가가치 82% 창출
11일 경기도에 따르면 현재 도내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을 비롯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64%가 둥지를 틀고 있다. 반도체 생산의 중추 역할을 맡으며 매년 국내 반도체 산업 부가가치의 82%를 창출한 셈이다. 이처럼 도는 핵심 전략 산업 육성을 위해 기업 유치와 인재 양성, 전문 부서 신설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도에 최근 줄지어 ‘낭보’가 들려왔다. 세계 최대 산업용 가스 생산업체인 미국 린데사가 평택시에 생산시설을 세우는 데 합의한 것이다. 반도체 제조에 필수인 희귀가스를 수입해 판매해온 이 회사는 생산시설 건립에 1500억원을 투자, 이르면 2025년부터 국내 생산에 들어가기로 했다.
린데사의 희귀가스 국내 생산이 현실화하면 국내 수요의 절반 가까이를 충당하게 된다. 반도체의 안정적 생산 기반 확보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성백석 린데코리아 회장은 협약식에서 “반도체 희귀가스는 국내에서 자체 생산되는 양이 거의 없어 평택공장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연매출 19조원 안팎의 ASML은 전 세계 16개국에서 3만명 넘는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7나노 공정 이하에 적합한 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유일한 기업이다. ASML코리아는 2024년 동탄2 도시지원시설 용지(1만6000㎡)에 직원 1500명과 함께 입주할 예정이다.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 1위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인 AMAT도 도에 차세대 R&D센터를 설립한다. 이 회사는 대부분의 반도체 핵심 공정 장비를 생산하는 독보적 기술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최근 서울 신라호텔에서 마크 리 AMAT코리아 대표이사 등과 3자 간 투자양해각서를 교환했다.
미국 램리서치의 코리아테크놀로지센터 역시 지난해 용인시 지곡 일반산단에서 개소식을 열었다. 이곳은 3만㎡ 규모로, 반도체 제작에 필요한 첨단 증착 및 식각 기술의 R&D가 이뤄진다. 도와 용인시는 2019년 램리서치와 투자 유치 업무협약을 맺은 뒤 전담팀을 구성해 R&D센터 입지를 정하고, 인허가를 도왔다.
램리서치는 현재 오산에 반도체 제조공장을, 성남시에 반도체 판매와 유통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2월에는 한국에서 차세대 반도체 핵심 장비를 지원하는 고선택비 식각장비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도는 전력반도체 업체인 온세미컨덕터와 수차례 대면·비대면 미팅을 진행해 부천시 체류와 공장 증축을 끌어냈다. 캐나다 네오배터리머티리얼즈와는 평택 외국인 전용 산단 입주를 확정했다.
◆세계 1∼4위 장비회사 시설 유치… ‘인프라 구축’ ‘전문인력 양성’ 두 축
이처럼 적극적 투자 유치로 도는 기흥·화성·평택의 삼성전자와 이천·용인의 SK하이닉스, 램리서치 코리아테크놀로지센터로 이어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보유하게 됐다. 민선 8기 들어서는 반도체 산업을 성장동력으로 전면에 내세우면서 인프라 구축과 전문인력 양성을 두 축의 미래전략으로 꼽고 있다.
도는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반도체 소·부·장 요소기술 테스트베드 구축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비 262억원을 확보했다. 앞으로 도비 115억원을 추가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에서 실증 지원과 공급망 안정성 강화를 위한 전용 인프라 구축에 나설 예정이다. 또 대기업과 도내 중소기업이 함께 기술을 개발하고 실증연구를 벌이는 공동개발지대도 마련하기로 했다.
2025년까지 반도체 실무 기술인력을 660명 넘게 육성한다는 목표도 내놨다. 국내 반도체 산업의 발목을 잡아온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4월부터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등과 논의를 이어왔고, 첫 결실로 ‘반도체 인력개발센터’가 이달 문을 연다. 이곳에선 실무인력 양성과 함께 교원교육이 병행된다. 도내 반도체 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과 기업이 연계하는 ‘공유대학’도 운영해 학위과정과 위탁교육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다.
도는 최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공업용수 공급을 둘러싼 갈등도 봉합했다. 주요 용수 공급원인 여주시와 관련 업체 유치 및 산단 조성 등의 지원에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 부처 등이 참여하는 회의와 용수관로가 지나가는 4개 마을 주민과의 면담을 반복해 진행했다. 이렇게 SK하이닉스와 여주시 간 갈등도 일단락됐다.
현재 업계에선 반도체를 전자기기의 가장 핵심 요소로 꼽고 있다. 국내 산업 역시 반도체와 함께 성장했지만 최근 위기에 봉착하면서 경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런 반도체는 저장용인 메모리 반도체와 연산용인 비메모리 반도체로 구분되는데, 시장 규모는 각각 194조원과 511조원을 웃돈다.
“우리 기업이 협력업체로 공급망에 참여해 국내외 동반 진출을 꾀하는 선순환 구조가 중요합니다.”
염태영(사진) 경기도 경제부지사는 국내 기업이 우위를 차지했던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글로벌 공급망이 무력화되는 현실을 우려했다.
염 부지사는 11일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반도체 동맹과 첨단기술 수출 금지 움직임 등으로 각국에서 반도체 제조시설을 보유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도의 지난 성과들을 열거했다.
그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내 대기업과 반도체 분야 핵심 기술을 지닌 글로벌 앵커기업을 지속해서 유치해 기술 혁신과 국산화를 유도해야 한다”며 “국내 중소기업과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경제에 기여 계획이 있는 글로벌 기업에 인센티브를 지원해 반도체산업 메카로서 기반을 다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도의 투자 유치와 관련, “도지사가 직접 최고경영자(CEO)나 주한 대사관 대사, 주한 상공회의소 간부 등과 정례 협의를 이어간다”며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지원 역시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회에서 표류 중인 ‘반도체 특별법(K칩스법)’에 대해선 “조속한 통과를 위해 적극적 건의를 이어가겠다”며 “(법안 통과와 관계없이) 투자기업 유치와 기업체 지원,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 등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3선 수원시장 출신인 염 부지사는 “경기도는 대한민국 성장에 기관차 역할을 해왔다”면서 “반도체 외에 미래차, 바이오 등 기대되는 분야에서 전담부서를 만드는 등 정책 수립과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미 반도체는 상당 부분 성과를 냈다고 본다. 바이오의 경우 단지 기획과 여러 네트워크 구성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한 정부 대응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가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경제 위기 속에서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을 위한 발 빠른 대응에 미흡한 건 아닌가 생각한다”며 “도는 2359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소비자·가계 물가 안정에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말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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