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인 듯 금속인 듯… 새 탄소소재 `LOPC` 팔방미인

이준기 2023. 1. 12.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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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온에서는 반도체 수준의 전기전도도를 가지다가 저온에서는 금속 같은 전기전도도를 띠는 이상적인 탄소 소재가 등장했다.

지금까지 개발된 탄소 소재들은 대부분 그래핀처럼 평면이거나 풀러렌처럼 볼록한 구조였으나, 음의 곡률을 갖는 오목한 탄소 소재를 합성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오목하게 안쪽으로 휘어지는 소재인 탄소 슈왈차이트는 대용량 배터리, 전극, 촉매 등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아직 합성에 성공한 연구팀이 세계적으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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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온선 반도체·저온선 금속같아
축전지·체내 운반체 활용 기대
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장은 탄소 원자 60개가 공 구조를 이룬 풀러렌의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공정을 개발해 새로운 탄소 소재인 'LPOC'를 합성했다. IBS 제공
풀러렌 분말을 알파리튬질소화합물과 섞어 550도까지 가열해 합성한 LOPC 소재 IBS 제공

상온에서는 반도체 수준의 전기전도도를 가지다가 저온에서는 금속 같은 전기전도도를 띠는 이상적인 탄소 소재가 등장했다. 이 소재는 다량의 에너지를 저장하는 커패시터(축전기), 약물을 체내로 전달하는 운반체, 넓은 표면적의 고효율 촉매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로드니 루오프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장(UNIST 특훈교수) 연구팀이 중국 과학기술대와 공동으로 탄소 원자의 배열이 대면적에 걸쳐 규칙적인 새로운 다공성 소재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 탄소 소재를 'LOPC(장주기 규칙성을 갖는 다공성 탄소)'로 명명했다.

새로운 탄소 구조 발견은 학술적·산업적 가치가 매우 높다. 연필심이나 다이아몬드, 그래핀 등은 모두 탄소 소재지만 원자배열에 따라 물리적 특성이 전혀 다르다.

새로운 탄소 소재 발견은 노벨상 수상로도 이어져 왔다. 1996년 노벨 화학상은 탄소 원자 60개가 공 구조를 이룬 '풀러렌'을 개발한 연구자에게 돌아갔다. 2010년 노벨 화학상 역시 그래핀을 개발한 연구자가 수상했다.

연구팀은 풀러렌을 이용해 새로운 탄소 소재를 합성했다. 풀러렌은 지름이 0.7나노미터(1㎚=10억분의 1m)이고 안정적인 분자 구조를 가져 화학적·물리적 변형이 어렵다. 설령 변형에 성공한다 해도 활용 가치가 있는 수준으로 대량 합성하는 것도 매우 어렵다.

연구팀은 분말 형태의 풀러렌을 알파리튬질소화합물과 섞어 550℃까지 가열하면 알파리튬질소화합물에서 풀러렌으로 전자가 이동하면서 탄소 간 결합 일부가 끊어지고, 인접한 풀러렌끼리 결합해 LPOC가 형성되는 매커니즘을 확인했다. LPOC의 물리적 특성을 분석한 결과, 전기전도도가 낮은 풀러렌을 재료로 사용했음에도 상온에서 반도체 소자 수준의 전기전도도를 나타냈다. 하지만, 영하 243.15℃(30K) 미만의 저온에서는 금속 수준의 전기전도도를 보였다.

연구팀은 이 소재가 마이너스(-) 곡률을 갖는 구조의 가능성을 제시한 '탄소 슈왈차이트'와 결합이 닮은 신소재라는 것을 알아냈다. 지금까지 개발된 탄소 소재들은 대부분 그래핀처럼 평면이거나 풀러렌처럼 볼록한 구조였으나, 음의 곡률을 갖는 오목한 탄소 소재를 합성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오목하게 안쪽으로 휘어지는 소재인 탄소 슈왈차이트는 대용량 배터리, 전극, 촉매 등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아직 합성에 성공한 연구팀이 세계적으로 없다.

루오프 단장은 "이번 연구는 신물질인 LOPC를 수g 수준의 대용량으로 합성하고, 그 구조를 명확하게 규명한 첫 사례로, 앞으로 ㎏ 규모까지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상적인 물질인 '탄소 슈왈차이트' 합성에 한 발 다가서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12일)' 온라인에 실렸다.

이준기기자 bong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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