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9.11 이후 첫 ‘그라운드 스톱’... 시스템 오류로 5815편 못 떴다
백악관 “사이버 공격은 아닌 듯”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전산정보 체계 오작동으로 미 전역의 국제·국내 항공기 이륙이 약 3시간 동안 전면 중단되는 비상사태가 11일(현지 시각) 발생했다. 미국의 모든 공항에서 항공기 이륙이 중단된 것은 9·11 테러 이후 처음이다.
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조종사들이 이륙 전 반드시 파악해야 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FAA의 시스템 ‘노탐(NOTAM)’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FAA는 시스템이 복구되기 전까지 국내 및 국제선에 대해 오전 9시(동부 현지 시각 기준)까지 이륙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FAA는 사태 초기에 “기술 직원들이 시스템 복구 중이다. 현재로서는 복구 시점을 예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비행 추적 웹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FlightAware)’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미국 전역에서 4948건의 항공편 운항이 지연됐고, 867편이 취소됐다. 오전 9시쯤 FAA가 “(항공 이륙) 정지가 해제됐다”고 밝히면서 이륙은 재개됐으나 연쇄적인 출발 지연은 상당 시간 계속될 전망이다. 일리노이주 시카고 오헤어 및 미드웨이 국제공항은 FAA 운항 재개 결정 이후에도 한동안 국내·국제선이 출발하지 못해 혼선을 빚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소셜미디어에 하와이에서부터 워싱턴 DC까지 곳곳에서 갑작스러운 항공편 지연 사태가 벌어졌다며 불평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고 전했다. 미국의소리(VOA)는 “오전 6시쯤 문제가 처음 보고됐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가 사이버 공격 등 외부 요인 때문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트위터 글에서 “(이번 사고는) 항공 시스템 오류에 따른 것으로 현재로선 사이버 공격이란 증거는 없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교통부에 이번 항공 마비 사태와 관련해 총체적 조사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항공기들이 지금 당장 이륙하지 않는 것일 뿐 여전히 (해외에서 미국으로 오는 비행기들은)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다”며 “몇 시간 내에 무엇이 이런 사태를 초래했는지 알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때 (교통부가) 내게 보고할 것”이라고 했다.
미 유나이티드항공은 사태 발생 직후 성명을 내고 “모든 국내선 항공편을 연기했다”며 “FAA로부터 자세한 내용이 들어오는 대로 추가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텍사스 오스틴-버그스트롬 국제공항은 트위터에 “FAA 정전(outage)으로 전국 공항에서 항공기들이 지상에 묶여 있다”고 전했다. 다만 오전 8시 25분 FAA는 트위터 공지에서 “일부 운영이 복구되고 있다”며 “(뉴저지주) 뉴어크리버티 공항과 애틀랜타 하츠필드-잭슨 공항에서는 운항이 재개됐다. 다른 공항도 오전 9시쯤 이륙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등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는 문제 없이 이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 샤를드골공항, 오를리공항 등을 소유한 파리공항공사(ADP) 대변인은 이날 “(FAA의) 기술적 문제에 대해 통보받았다”며 “현 단계에서 항공편 취소는 없지만, 일부 지연이 예상되고 있다”고 했다. 항공사 에어프랑스 측도 “현재 미국을 오가는 항공 스케줄을 정상 운영하고 있지만,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과 네덜란드 등에서도 미국행 국제선 이륙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 다만 영국 런던 히스로공항에선 미국 댈러스행 아메리칸항공 비행기가 약 3시간 동안 지연됐다.
미주 노선을 운행 중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도 일부 항공편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한국에서 출발해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편은 착륙에 지장이 없지만, 12일 오전 미국에서 이륙할 계획인 한국행 항공편들은 출발 지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12일 오전 1시 55분 애틀랜타, 보스턴에서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항공편이, 아시아나항공은 오전 3시 뉴욕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이 예정돼 있다.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출발 지연 통보를 받지는 않았지만, 미국 공항이 혼잡한 상황이기 때문에 정시 출발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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