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정의 음악 정류장] [63] 고독을 위로하는 노래
무인도라는 독특한 소재로 고독감을 비장하고도 멋지게 표현한 ‘무인도’(이종택 작사, 이봉조 작곡)는 1974년에 김추자가 처음 노래했고, 1975년 칠레국제가요제에서는 정훈희가 노래했다. 정훈희는 이 노래로 가요제에서 3위에 올랐는데, 아이유의 3단 고음 못지않게 끝없이 올라가는 신공으로 듣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냈다. 한복을 곱게 입은 채 영어로 수상 소회를 말하는 그의 모습은 지금 봐도 멋지고, 열정적으로 지휘하다가도 색소폰 연주를 곁들이는 이봉조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중간에 조를 바꾸고 빠르기를 달리하여 극적인 효과를 더한 ‘무인도’는 부르기 쉬운 노래가 아니나, 가창력이 뛰어난 김추자와 정훈희는 각자의 매력으로 이 노래를 멋지게 소화했다.
이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무인도에 빗댄 고독감을 어찌 이토록 멋지게 그려낼 수 있을까 싶다. 무인도라 할 때 즉각적으로 느껴지는 부정적인 정서를 비장미로 승화시킨 것이 돋보인다. 슬프면서도 강한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이유다. “솟아라 태양아 어둠을 헤치고 찬란한 고독을 노래하라”라는 절정에 이르러서는 호방함마저 느껴진다. 이 노래가 곡조와 가창의 측면에서 고독을 다루었다면, 조용필이 1985년에 발표한 ‘킬리만자로의 표범’(양인자 작사, 김희갑 작곡)은 고독을 절절히 표현한 노랫말로 큰 인기를 얻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5분 20초의 긴 노래에다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로 시작하는 내레이션은 많은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양인자가 헤밍웨이의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에서 소재를 가져와 작사한 이 노래는 사랑이 끝난 후에 닥친 고독과, 굳은 결의와 의지로 그 고독을 이겨내려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산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며 그대로 산이 된들 또 어떠리”로 끝나는 이 노래를 들으며 위로를 받고 힘을 얻은 사람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
겨울에는 ‘계절성 우울증’이 심해진다고 한다. 고독감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가 흡연보다 악영향을 끼쳐 인간의 노화를 가속화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함민복의 시 ‘선천성 그리움’은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라며 무엇으로도 해소하기 어려운 인간의 운명적 쓸쓸함을 그렸다. 사람도 사랑도 우리의 근원적 고독을 없애지는 못한다. 때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어쩔 수 없는 고독의 시간과 맞닥뜨리곤 한다. 쉽지 않지만, 그 시간을 성장과 성숙의 시간으로 만들어 보려 한다. 조용필의 ‘그 또한 내 삶인데’의 노랫말처럼 “다시 고독이 찾아와도 그 또한 내 삶인데”라며 수용하고 인정하고 관조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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