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엄마로 빵점이었지만"…김혜자의 61년 연기 인생 [유퀴즈](종합)
[마이데일리 = 오윤주 기자] 관록의 배우 김혜자가 연기 열정,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11일 오후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는 데뷔 61년 차 배우 김혜자가 출연해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최근 데뷔 60주년 기념 에세이집을 낸 김혜자는 "책을 쓰고 싶었다. 연기 외에 아무것도 할 줄 모르다 보니 '나는 뭐지?' 싶었다. 연기하면서 배운 것도 많고, 내가 하는 연기가 추구하는 것도 있어 뭔가를 쓰고 싶었다. 점점 나이가 많아지니 나를 정리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았다"고 근황을 전했다.
연기밖에 몰라 어머니로서 '빵점'이라는 김혜자는 "아들이 커서 그러더라. 엄마가 대본을 갖고 있으면 엄마 앞에 장막이 쳐진 것 같았다고. 그 얘기를 듣고 정말 많이 미안했다. 또 한번은 아픈 딸 배를 문질러줬는데 불편하다는 거다. 내가 얼마나 돌봐주지 않았으면 그럴까 싶었다. 그렇게 아이들을 외롭게 하고 연기도 흐지부지하면 면목이 없다. 그래서 나는 연기 못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남편 이야기에는 "참 좋은 사람이에요"라며 눈물을 보였다. "정말 좋은 사람이고 매력 있는 사람이다.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그때도 자기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해서 어떡하냐고 걱정했다. 축의, 부의 한문으로 쓰는 걸 늘 남편이 써줬다. '자기 없으면 어떡해. 많이 써줘요'라는 말에 봉투를 한 아름 써주고 갔다. 얼마나 철딱서니가 없나. 그런 거 생각하면 너무 미안하다"고 돌이켰다.
이어 "남편은 퇴근하면서 먹고 싶은 걸 물어본다. 순대라고 하면 고급 음식점에서 사 온다. 내가 먹고 싶은 순대는 시장 순대였다. 그 말에 밤에 다시 나가 순대를 사 오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걸 잊지 못하겠다"고 해 뭉클함을 안겼다.
김혜자는 '죽으면 천국은 못 가도 문 앞까지는 데려다 달라'는 기도를 한다고 밝혔다. 남편을 만나 "미안하다고, 살았을 때 내가 잘못했다고. 그 말을 꼭 전하고 싶다"는 소망이다.
그는 "남편이 나보다 열한 살 많아서 늘 나를 어린애처럼 봤다. 다시 만나면 누나처럼 잘해줄 것 같다"라며 "남편 가시던 날 관에서 꺼내서 흙에 넣고 밟더라. 밟지 말라고 몸부림치면서 울었다. 아플 것만 같았다"라고 해 눈물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나는 세상일을 잘 모른다. 남편이 돌아가시고 나서 고등학생이던 아들이 나를 뒤에서 안아주며 '우리 엄마가 얼마나 순진한지 아빠는 아는데, 이제 어떡하지 우리 엄마?'라고 하더라. 잊지 못할 순간이다. '우리 아들도 나를 아는 구나' 했다"며 위로 받았던 경험도 털어놓았다.
어린 시절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다는 소문도 상세히 밝혔다. 김혜자는 "약간 유복한 게 아니라 유복했다"며 "아버지가 재무부 장관이었고 우리나라 두 번째 경제학 박사였다. 그래서 사택이 컸다. 대지가 900평인데 사람들이 공원인 줄 알고 들어오곤 했다"고 회상했다.
최근 가장 큰 고민이 "나를 잘 끝마치는 것"이라는 김혜자는 "어떻게 하는 것이 잘 막을 닫는 것일지 고민이다. 아무래도 (대사) 외우는 것이 예전 같지 않다. 못 외워질때는 그만둬야 한다. 언제 그 순간이 올지, 나이 80이 넘으니 그게 가장 두렵다. 나는 앞으로 나에게 무슨 역이 주어질까 생각만 해도 설렌다. 그러니 어떡하나, 연기 해야지. 하고 싶은 연기를 해서 생에 감사하다"며 남다른 열정을 자랑했다.
한편 김혜자는 퀴즈를 맞춰 받은 100만 원의 상금을 '유 퀴즈 온 더 블럭' 스태프들에게 선물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 팀은 분식차 인증샷을 공개하며 김혜자에게 감사함을 보냈다.
[사진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 캡처]-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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