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실패 같은 성공과 성공 같은 실패
개발 땐 실패… 타용도론 성공
‘세그웨이’ 혁명은 계륵으로
R&D 성패 단정말고 도전해야
요즘 ‘쇼츠’라고 하는 짧은 유튜브 동영상을 보는 재미에 빠져 있다. 대략 1분 미만의 짧은 영상이 대부분인데, 주로 재미있는 영상이나 영화·드라마의 하이라이트 등이다. 부담 없이 볼 수 있고 이어서 다시 볼 필요가 없어 자투리 시간을 때워야 할 때나, 약속 장소에서 상대를 기다려야 할 때 보는 편인데, 얼마 전 ‘실패 같은 성공’이라는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어떤 선수가 볼링장에서 투구를 했는데 그만 옆 레인으로 볼링공이 날아가는 바람에 본인의 공을 끝까지 보지 않고 멋쩍게 웃으며 돌아섰다. 그러나, 옆 레인으로 날아간 공이 거터(도랑같이 생긴 곳) 끝을 맞고선 다시 본인 레인으로 튀어 결국 스트라이크가 되었다. 분명 의도하지 않은 실수일 텐데 결과적으로 성공인 것이다.
우리가 점쟁이처럼 성공과 실패를 예지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의도하지 않은 새로운 기능의 발견, 새로운 시장의 창출 등 여러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R&D 결과물에 성공과 실패를 단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매년 국가 R&D의 성공률이 90%를 넘었네 마네 하는 비판이 반복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성공률이 몇 퍼센트이냐 하는 것이 아니다. 짧은 호흡으로 성패를 평가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일 수 있다는 것이며, 실패를 너그럽게 품지 못하는 사회문화 때문에 성공 같은 실패가 양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패했다고 비난해도 그 실패가 백조가 된 미운 오리 새끼일 수도 있다. 성공 같은 실패와 실패 같은 성공, 우리는 무엇을 추구할 것인가?
안준모 고려대 교수 과학기술정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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